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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북한의 ‘통미봉남’ 대처방안 있나?
[시론] 북한의 ‘통미봉남’ 대처방안 있나?
  • 승인 2008.07.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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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달 27일 지난 10년간 ‘핵 위기’의 상징물이었던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 해체함으로써 비핵화 추진 의지를 전 세계에 과시했다. 전날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서 제출 및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해체 착수에 이어 냉각탑 폭파가 이뤄지면서 조만간 6자회담이 재개되면 비핵화 2단계를 넘어 3단계인 핵 폐기 과정에 진입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와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절차가 착수되고 적성국 교역금지 국가 명단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등 북한을 둘러싼 국제정치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은 제일 중요한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혼자만 소외당하는 신세를 면치 못하는 듯하다. 북 핵 진전에 대한 장밋빛 전망만 가득할 뿐 북-미, 북-중, 북-일 관계 개선이 한국에 가져다 줄 영향에 대한 분석이 없는 듯 해 안타깝기도 하다.

북한은 왜 여러가지로 양보하면서까지 한국을 제외한 미국, 중국, 일본과의 관계개선에 발 벗고 나서는 것일까. 그리고 그 결과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은 봉남(封南)을 위해서일 것이다. 한국은 지난 10여년간 거의 매년 관례적으로 많은 쌀과 비료지원을 해 왔다. 자신들에 대한 지원을 당연하게 오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북한으로서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6.15공동선언과 지난해 10월 4일 선언보다 1991년 남북 기본합의서를 더 우선시 함으로써 6.15선언과 10.4선언을 더 중시하는 북한의 입장과 충돌 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조건부로 쌀과 비료지원을 제시하면서 지원을 끊자 자존심과 경제적 곤경에 처하게 됐다. 그것도 2007년 11월 전국지식인대회에서 최태복 당중앙위원회 비서가 김일성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2012년에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자”고 주장함으로써 경제강국을 만들겠다고 인민들에게 약속하고 경제건설에 국가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제시해 왔던 ‘비핵·개방3000’(북이 핵을 포기하면 10년 뒤 북 주민 소득을 3,000달러까지 늘려주겠다는 공약)이라는 것이 북한 입장에서 보기엔 한심한 슬로건이지만 꾹 참아 왔을 것이다. 이러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만과 분노와 체념이 봉남정책으로 나오게 됐고 철저히 봉남하기 위해 북-미, 북-중, 북-일의 관계개선에 발 벗고 나서게 된 것이다.

북한이 미국에 어떤 양보를 했는지 모르지만 국제관계에서 현실적 이익을 제1 원칙으로 하는 미국으로부터 50만t의 쌀 지원을 끌어 냈고, 지난 4월 크리스토퍼힐과 김계관의 싱가포르 회담 이후 ‘역도’라는 표현을 써가며 막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중국은 지난 2003년 우방국(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위원장 방북시 5,000만 달러짜리 대안 친선 유리공장 건설 지원이 있었듯이, 최근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 방북 선물로 대규모 식량지원을 약속했다. 대일관계에서도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를 북한 정부가 재조사하고, 일본은 이에 대한 대응조치로 대북 경제조치의 일부를 해제키로 전격 합의했다.

북한은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핵 신고서를 제출하기 며칠 전 군 대변인 발언을 통해 “남조선이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개성공단사업과 금강산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위협했다. 북한의 경우 대남정책은 최고지도자가 결정을 한 이상 쉽게 바뀌지 않으며, 제도적으로도 바뀌지 않는다. 그런데 “개성공단사업과 금강산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한 발언은 우리 정부로서 중대한 의미로 봐야한다.

게다가 지난 5월 중순, 정부가 제의한 옥수수 5만t 지원에 대해 북한 실무자가 받지 않겠다고 통보 왔다. 북한이 남측의 식량 제의에 대해 긴 침묵 끝에 거절의 의사를 밝힌 것은 최근 북한이 보여온 대남 강경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한 우려를 찾아보기 힘들다. 위기의식의 부재라 아니할 수 없다. 북한의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에 대해 우리의 대북 정책은 어떻게 가야할까. 국제정치에는 ‘전략적 손실’이라는 개념이 있다. 더 적게 잃기 위해서 조금 잃어 주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지금은 잃는 것과 얻는 것을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때라 여겨진다.

강치상 경남지역통일교육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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