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03:14 (토)
철새 둥지된 김해시의회
철새 둥지된 김해시의회
  • 박춘국 기자
  • 승인 2008.07.0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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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들이 둥지를 틀 때는 먹을 것이 많은 곳을 찾는다.

정치판에 자주 등장하는 ‘철새들’도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지난 1일 김해시의회는 후반기 2년을 이끌 의장·부의장을 선출했다.

의장과 부의장으로 당선된 두 의원은 같은 이력을 가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들은 나란히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지역출신 노무현 대통령을 따라 열린우리당의 당직으로 출마해 시의원 3선에 각각 성공했다.

그리고 이들은 지난 4월 총선 전에 나란히 민주당을 탈당했다.

이어 한명은 한나라당에 다시 입당을 했고, 한명은 현재 무소속으로 한나라당 입당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정도면 김해시의회는 ‘철새들이 둥지를 틀고 장악까지 끝냈다’는 표현이 틀리지 않은 듯싶다.

이들이 의장·부의장을 하기 위해 당적을 옮겼는지는 자신들만이 알일 이지만 왠지 동료의원들과 시민들이 바라보는 시선들은 곱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의장투표가 진행된 지난 1일 삼삼오오 모인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들이 현역의원으로부터 전화지시를 받았다는 소문이 돌면서 의장선거에 ‘현역의원 조직적 개입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날 투표가 끝나고 입바른 소리를 잘하는 한 의원은 “공천권이 무섭기는 무섭다. 어찌 전화 한통화로 하루사이에 마음이 싹 바뀔 수 있냐”라며 의원들의 주관 없는 투표를 꼬집었다고 한다.

의장선거가 치러진 지난 1일자 신문에 필자는 ‘의회독립’과 ‘강력집행부 견제’를 필두로 세운 의장 후보 2명이 2파전으로 압축, 현역 국회의원과 전임 의장의 대리전 성격을 띠며 자존심 겨루기로 치닫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날 현역 국회의원은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 “중립을 지키고 있는데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도하면서 실명을 거론하는 추측성 기사를 보도하지 말아 달라”고 항의했다. 또 “시의원하고 대립한다면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겠냐”는 걱정도 했다.

그러나 과정의 진실은 몰라도 현역 국회의원의 ‘간접지원설’을 뒤받치는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의장 선거의 후유증이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의 조짐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00의원을 찍기로 했는데 왜 안 찍었느냐?”. “아니다 정말로 찍었다”. 8표를 얻는데 거친 한 의원은 “동료의원들을 상대로 투표 후에 조사를 해보니 자신을 찍었다고 주장하는 의원이 12명이나 됐다”고 말한다.

특히 우려스러운 일은 선거전에 의원들간 금품이 오고갔다는 소문이 돌면서 ‘3,000만원을 받은 의원이 있다’는 등 금권선거 의혹마저 일고 있다.

국회의원들도 자신의 출세를 위해 당적 바꾸기를 밥 먹듯 하는 현실 앞에 이들을 따라 가기 바쁘고 눈치 보기에 급한 시의원들을 어찌 탓하리요 마는 시민들은 이 같은 슬픈 현실을 지켜보고 씁쓸한 맛을 지울 수 없는 것 같다.

외부의 입김이든 그들만의 리그든 제5대 김해시의회 의장·부의장 선거는 끝이 났다.

이들은 당선소감으로 “시민을 섬기고 시민의 편에서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세월동안 당적을 자주 바꾼 이들이 시민들과의 약속은 꼭 지켜주길 우리 모두는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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