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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넘고 임금체계 바로잡자
경제위기 넘고 임금체계 바로잡자
  • 승인 2009.02.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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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들의 임금 조정 방침이 위기 극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30대 그룹의 채용 담당 임원들은 ‘고용 안정을 위한 경제계 대책회의’를 갖고 일자리 나누기(job sharing) 차원에서 대졸 신입사원 연봉을 삭감하고 기존 직원도 향후 몇 년 동안 임금을 동결하며 이를 통해 생긴 재원은 고용 안정과 신규 및 인턴 채용에 활용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대졸 초임은 2600만 원을 넘는 기업을 4단계로 나눠 0~28%까지 차등 삭감할 계획이다.

 정부와 공기업에서 일기 시작한 ‘대졸 초임 삭감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가 민간 부문으로 확산된다는 점에서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가 임금 동결, 반납, 절감과 고용 수준 유지를 맞바꾸는 ‘대타협’을 발표한 지 이틀 만에 대기업들이 적극 참여 의사를 밝힘에 따라 일자리 나누기운동에 큰 힘이 실리게 됐다.

 직원을 대폭 줄여야 하는 불경기에 기존 고용을 유지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되레 늘리기까지 하라는 주문에 기업들도 꽤나 난감했을 것이다.

 한편으론 구조조정 압력도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만저만한 모순이 아니다.

 과거 같으면 ‘기업 팔 비틀기’라는 볼멘소리가 대번에 튀어나왔을 대목이다.

 하지만 작년 취업자보다 연봉이 30% 가까이 깎여야 하는 신입사원은 말할 것도 없고 임금이 동결되는 기존 직원들의 희생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노사가 서로 양보해 위기를 어떻게든 극복해 내자는 상생(win-win) 전략인 셈이다.

 일부 기업ㆍ노동계, 정치권 등은 위기를 실감하지 못한 채 자기 이익만 고집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말하자면 고통전달체계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지금같은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에서 경제주체들이 고통을 분담하지 않으면 남는 건 공멸(共滅)뿐이다.

 신규 대졸자는 일자리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나 마찬가지이므로 썩 내키지 않아도 직장만 잡을 수 있다면 임금 삭감도 감수하려는 자세다.

 문제는 노조의 반발이다.

 임금 동결이나 삭감에 선뜻 동의할 노조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상생이냐, 아니면 공멸이냐의 기로에서 어느 쪽을 택해야 하는가는 자명하다.

 기업도 종업원의 희생에 보답해야 한다.

 투명한 명품 경영과 성실한 노사 협의, 그리고 도전적 기업가정신으로 경제 살리기의 주역이 되는 게 최선의 보답이다.

 노사 협력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후원도 요긴하다.

 경제가 좋아지면 근로자들이 희생한 부분을 반드시 ‘목돈’으로 갚겠다는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의 약속은 꼭 지켜져야 한다.

 이번 기회에 우리의 봉급체계를 바로잡는 것도 일책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대졸 초임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127.9%인 반면 미국과 영국은 각각 94.5%와 92.2%이고 일본은 72.3%에 지나지 않는다.

 이웃 일본에 비하면 두 배에 가깝다. 이런 현상은 대기업일수록 더 심하다.

 그렇다고 대졸 10년차, 20년차도 봉급 수준이 월등한 건 아니다.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한 과잉 경쟁으로 인해 우리 봉급체계가 이상해진 것이다.

 이래선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어렵고 비정규직을 양산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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