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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로] 일제고사의 파탄은 예견된 결과
[가야로] 일제고사의 파탄은 예견된 결과
  • 승인 2009.03.0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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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
인제대학교 통일학부 겸임교수
 이명박정부의 관료들이 이상한 마술에 걸린 듯하다.

 국민들이 하지말라고 하면 ‘해야한다’고 더욱 추진을 하고, 특히 시민단체나 야당이 반대하면 마치 그 반대가 하느님이 옳다고 증명해주는 증거로 생각한 듯이 역사적인, 종교적인(?) 사명감을 갖고 강행한다.

 대통령과 여당인 한나라당은 잃어버린 10년에 대한 앙갚음을 맹신하는 듯하고, 공무원은 거기에 해바라기처럼 따라가는 형국이 된 것 같아 조국의 현실이 슬프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번 일제고사는 정말 글자 그대로 파탄(破綻)나버렸다.

 만약에 시험을 치는 학생들이 전국적인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식으로 가정해보면 어땠을까, 아마 난리났을 것이다.

 해당 학생들에게는 엄청난 치탄이 가해지고 학생들의 부정행위가 교사들의 탓이라느니 하는 흉측한 이야기들이 난무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교육청 등의 기관에서 조직적으로 성적을 조작했으니 누구도 일제고사의 결과를 신뢰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로 전락되었다.

 그렇게 반대를 무릎쓰고 강행한 일제고사가 현 정부와 관료들의 무능과 부패만 드러냈을 뿐 소중한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국가예산을 갖고 쓸모없는 휴지들만 양산하였다.

 이 참담한 현상의 모든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정부와 여당은 깊은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이다.

 공교육에 관련된 분들이나 이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국민들은 이번 일을 두고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왜 그렇게 정부가 전력을 다해 강행에 성공한 일제고사의 결과가 이 꼴이 됐을까.

 그것은 첫째로 우리 사회가 ‘천박한 경쟁’의 소용돌이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나 보수언론, 교육자들까지도 “한 사람의 인재가 수십만 명을 먹여 살린다”하면서 수십만 명의 평범한 사람들의 노력과 정성은 뒷전에 두고 과정에서의 공정함은 관심도 없이 오직 결과에서 나타나는 크고 힘세고 높은 것만 예찬을 한다.

 일류대학, 일류기업 등만 강조하고, 그리고 또 이야기하고 “미네르바는 고학력이 아닌 전문대 졸업생이다” 하고 비하하는 등의 표현을 공개적으로 하니 사회 전체가 천박한 경쟁에 빠져든다.

 경쟁이 공정해지려면 참가자들의 출발점이 다름을 인정하고 보완하여야 하고 공정한 규칙이 잘 지켜져야 하는데, 그런 것은 애써 무시하고 결과만 이야기한다.

 이번 일제고사도 출발점의 차이에 대한 배려와 과정의 공정성은 제쳐두고 그 결과를 공개해서 (일렬로 세워서) 승진 등 인사에 반영한다고 하니 조작과 부정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둘째, 우리 사회가 조작과 거짓이 안통할 만큼 밝아졌기 때문이다.

 예전 일제고사 시행에서는 조작이 전혀 없어서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고는 생각이 되질 않는다.

 관료사회에서 평상시에 통상적으로 일어나는 서류조작, 거짓 보고 등은 최근 한 초등교사가 밝힌 글에서도 나왔다.

 (오마이뉴스 2월 22일자 기사, 제목은 ‘교사 초임 시절, 가장 먼저 배운 건 거짓 보고’ ) 수십년 전부터 관행화되어온 거짓보고와 조작이 기본적으로 깔려있었지만 이제는 이러한 관행에 대해 그냥 두고 보거나 자신도 가담하여 공범자가 되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것은 최근의 사회민주화의 결실이자 우리 사회가 건강한 다양성을 갖추어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래서 예전 같으면 그냥 이루어질 성적의 조작이 은폐되지 않고 폭로되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드러나는 이번 폭로는 이러한 양심적이고 용감한 시민들의 역할이 없이는 힘들었을 것이다.

 이제, 이명박정부는 일제고사에 대해서 구시대적인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굳이 학업성취도의 평가를 하자면 예전의 5% 표집조사를 개선하여 활용하는 방안을 찾고, 사람들을 한 줄로 세우려는 치졸하고 시대착오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교육관을 수립 실천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확실히 증명된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과 재출발의 의지를 보이자면 먼저 일제고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파면 해임시킨 교사들부터 징계를 취소하여 복직시키는 조치를 해야 한다.

 그런데 걱정이다. 현재 3월 10일의 일제고사는 이런 여론 상태에서는 현실적으로 도저히 치를 형편이 아니다.

 조작의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전국의 시험결과와 보고에 대해서 전체를 다 조사한다고 하고 이번 시험은 연기할 예정이라는 소식이지만 또 처음에 말한 ‘이상한 마술’이 발동하여 또 강행하려 할까 우려가 된다.

 이렇게 걱정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일까.

이광희 인제대학교 통일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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