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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해 넘기는 거창사건 법안처리
또 해 넘기는 거창사건 법안처리
  • 이용구 기자
  • 승인 2009.12.28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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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사건 배상법안’ VS ‘거창사건 등 보상법안’ 충돌
정치권, 눈치 보며 논의 없어 … 유족 항의방문 예정

50년의 한을 품고 태어난 ‘거창사건 법안’이 국회 법제사업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에 각각 상정돼 있지만, 지난 17대에 이어 18대 국회에서도 논의 한번 하지 않고 해를 넘기게 됐다.
 
이에 따라 거창사건 관련자 유족들의 한과 불만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정부 및 국회에 항의방문을 계획하는 등 갈등이 또 다시 수면위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 거창사건 법안 목적과 내용 = 거창사건은 1951년 2월 거창군 신원면 일원에서 국군병력이 공비토벌을 이유로 무고한 주민을 희생시킨 사건이다.
 
거창사건은 다른 사건과는 달리 주민들을 즉결처분하도록 명령을 하달한 명령권자와 그 명령을 수행한 자에 대해 1951년 12월 16일 대구고등법원 중앙고등군법회의에서 무기징역과 유기징역에 각각 처해 국군의 위법행위를 인정한 사건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1996년 1월 5일 ‘거창사건등관련자의명예회복에관한특별조치법’을 시행, 사건현장 일원에 위령탑을 세우는 등 관련자의 명예는 어느 정도 회복되었다.
 
특히 이 법은 국군의 위법행위에 대해 억울하게 희생당한 사람들과 그들의 유족에게 배상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로, 희생자와 그 유족에 대해 국가가 배상금 및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
 
또 거창사건 관련자 및 그 유족들의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은 물론, 이를 통해 민주주의 발전에도 이바지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률안이 국회에서 발목이 잡혔다. 민주당 우윤근 의원(전남 광양)은 ‘거창사건 배상법’을, 한나라당 신성범 의원(산청함양거창)은 ‘거창사건 등 보상법’을 추진하는 등 여야 국회의원에 따라 다른 내용의 법률안이 발의돼 계류 중인 것.
 
◇ 여야 의원이 낸 배상법과 보상법의 차이점 = 이같이 두 의원이 낸 법안의 목적은 별반 차이가 없다. 다만 ‘등’자가 없는 배상법은 ‘거창지역사건’만을 다룬 법안으로 법원에 의해 법적인 조치가 명확히 결론 난 것이어서 ‘배상’이 이뤄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취지다.
 
반면 ‘등’자가 붙은 보상법은 거창사건과 ‘함양ㆍ산청사건’을 분리해서 볼 것이 아니라 동일한 사건으로 보고 함께 묶어서 다룬 법안으로 명예회복이 함께 이뤄졌기 때문에 ‘보상’도 함께 이뤄져야 된다는 취지다.
 
◇ 법안 발의를 한 의원들의 주장 = ‘배상법안’을 발의한 국회 법사위 간사를 맡고 있는 우윤근 의원은 “거창지역에서 일어난 사건만큼은 국군의 위법행위가 인정돼 법적으로 명확히 결론 난 것이기 때문에 국가가 배상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보상법안’을 발의한 신성범 의원은 “함양ㆍ산청의 피해자도 똑같은 부대에 의해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분리해서 볼 것이 아니라 동일한 건으로 봐야 하고, 또한 명예회복이 이뤄질 때(1996년 ‘명예회복에관한특별조치법’의 시행으로 명예회복이 이뤄짐) 거창지역사건과 함께 이뤄졌기 때문에 당연히 같이 처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 유족 측의 주장 = ‘배상법안’을 낸 유족 측의 이철수 회장은 “‘등’자가 있는 법안은 국회에서는 통과가 될 수도 있겠지만 국무회의에 가면 ‘전국의 유사한 사건을 다 처리해줘야 하는데 그 예산이 엄청나기 때문에 수용 할 수 없다’는 명목의 이유를 달아 또 반려가 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그러면서 “정부가 이 같은 핑계거리를 만들 수 없는 정확히 법적인 결론이 난 거창지역사건만을 먼저 처리 한 후 그 다음에 순서대로 처리하는 것이 해결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함양ㆍ산청 유족들이 거창사건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방해만 할 것이 아니라 서로 해결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되는데 지역출신 정치인을 통해서 발목을 잡게 만들고 있다”며 “이러한 일이 계속된다면 대규모 항의 집회도 불사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보상법안’을 낸 함양 산청지역 희생자 유족 측의 정재원 회장은 “거창지역사건만 가지고는 절대로 처리가 안 될 것”이라면서 “한 부대에 의해 행위가 이뤄졌고 명예회복도 함께 이뤄졌기 때문에 끝까지 함께 가는 것이 맞고 그래야만 처리가 된다”는 입장이다.
 
◇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법안, 국무회의에서 반려 = 실제로 2004년도에 ‘거창사건 등’의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가 됐지만 국무회의에서 반려가 된 일이 있다. 반려된 주된 이유가 ‘거창사건 등’의 법안을 처리하게 되면 전국에서 일어난 이와 유사한 사건을 모두다 처리를 해줘야 하는데 예산이 천문학적이어서 수용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 이와 관련이 있는 각계의 의견 =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거창사건 등’이 처리가 되면 결국 전국의 유사한 사건을 전부다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돼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하다”며 “가장 큰 문제가 예산”이라고 밝혔다.
 
국회 관계자는 “거창지역사건에 대해서는 대다수 의원들이 많은 내용을 알고 있다”며 “이 사건에 대해서는 처리를 해줘야 된다는데 상당히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법대 한인섭 교수는 “거창사건만은 법원에 의해 명확히 판결난 것이고 국회와 정부의 조사도 이미 이뤄졌기 때문에 국가의 ‘배상’이 이뤄줘야 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산청ㆍ함양)지역의 사건이 포함돼서 안 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유가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면서 “정부가 거창사건과 함께 그 지역도 처리를 해준다면 가장 좋은 것이지만 그것이 안 되니까 우선 거창사건만이라도 먼저 처리를 해놓고 그 다음에 그 선례에 따라 순서대로 하면 된다”고 제시했다. <이용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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