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열의 고사성어로 본 오늘
매우 위태로울 때 ‘눈먼 말 타고 벼랑을 간다’는 속담을 쓴다. 난세에 알맞은 처세는 어떤 게 있을까. 봄날에 살얼음을 밟고 연못을 건너가듯 해야 한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딸 특별채용 논란으로 장관직을 내놓았다. 37년간 외교관 공직생활을 한 유 장관이 적절치 못한 처세로 불명예 속에 종지부를 찍었다. 고위 공직자로서 복무자세가 큰 문제가 되었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와 2명의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지 나흘 만에 터진 사건이라 딸의 특별채용이 혹 문제가 없더라고 달리 어찌할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시경(詩經) 소아편(小雅篇)의 ‘소민(小旻)’이라는 시(詩)에 ‘맨손으로 범을 못 잡고(不敢暴虎) 걸어서 강을 못 건넌다(不敢憑河). 사람들은 하나는 알지만(人知其一) 그 밖의 것은 전혀 모른다(莫知其他). 그래서 전전긍긍(戰戰兢兢), 여림심연(如臨深淵)하며 여리박빙(如履薄氷)하라’고 일렀다.
여리박빙(같을 如, 밟을 履, 엷을 薄, 얼음 氷)은 요즘 모든 공직자가 새겨야할 처세술이다. 누구 할 것 없이 엷은 얼음을 밟듯이 처신해야 한다. 국정기본방향인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특히 고위 공직자는 매일 아침 여리박빙의 처세를 염두에 두고 집을 나오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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