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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어지앙(池魚之殃)
지어지앙(池魚之殃)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0.09.08 2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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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 기조로 제시한 ‘공정한 사회’가 각 분야로 확산될 태세다. 다른 나라에서 국정 캐치프레이즈를 공정한 사회로 내거는 경우는 없는 듯하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공정하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유명환 외교부 장관의 딸 특채 파동으로 ‘공정 신드롬’을 앓고 있다. 이 사건은 대중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지만 ‘공정한 사회’를 모두가 되짚어 보는데 일조한 면도 있다.

 지어지앙(못 池, 고기 魚, 어조사 之, 재앙 殃)은 다른 곳의 재앙으로 인해 뜻밖에 당하는 재앙을 이르는 성어다. 송(宋)나라 때 사마(司馬)의 자리에 있던 환퇴가 죄를 지어 도망가면서 자기 소유의 진귀한 보물을 가지고 갔다. 그 보석이 탐난 왕이 환관에게 환태를 찾아내 보석을 숨겨 논 장소를 알아보도록 했다. 환관이 환태에게 보석을 궁궐 앞 연못에 던졌다는 거짓말을 듣고 연못의 물을 다 퍼냈지만 보석을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애꿎은 물고기만 죽이고 말았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7일 여야 의원들이 장관 딸 특채와 관련해 외교부를 상대로 추궁과 질타가 있었다. 모두가 장관의 딸을 위한 맞춤형 특채라며 성토하면서 그 불똥이 이곳저곳으로 옮겨 붙고 있다. 하지만 공정한 사회를 나아가는 과정에서 불을 끄려고 못의 물을 퍼내 못 속의 고기를 죽이는 또 다른 불공정은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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