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19:22 (일)
역부지몽(役夫之夢)
역부지몽(役夫之夢)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0.09.27 2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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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에 일어나 눈에 들어오는 현실은 별다를 게 없다. 사람들은 변화가 거의 없는 삶을 향유하면서 내일은 경천동지할 일이 일어날 것을 기대하기도 한다. 하기야 기적 같은 일이 자신의 삶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면 삶은 무미건조할 것이다. ‘다음날 일어나 보니 유명해져 있더라’고 고백할 수 있다면  1%에 속하는 행운을 가진 사람이다. 17세 이하(U-17) 여자축구 대표팀이 낙타가 바늘귀 들어가는 행운을 쏘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월드컵 결승전에서 일본을 꺾고 세계 정상에 올라 세계를 깜짝 놀라 게 했다. 하루아침에 신데렐라들의 등장이다.

 열자(列子)에 나오는 얘기다. 주 나라 때 윤씨 부자와 한 늙은 일꾼이 있었다. 주인 윤씨는 떵떵거리며 윤택한 생활을 했지만 엄청난 재산을 관리하다보니 마음은 그리 편치 않았다. 밤에 눈을 붙였다 하면 영락없이 자신이 남의 집 일꾼이 되는 꿈을 꾸었다. 반면에 한 늙은 일꾼은 새벽같이 일어나 밤늦게까지 일하지만 밤마다 단잠을 자며 자신이 임금이 되는 꿈을 꾸었다. 여기서 나온 사자성어가 역부지몽(부릴 役, 사내 夫, 어조사 之, 꿈 夢)이다. 일꾼의 꿈, 즉 현실에 만족하는 삶을 뜻한다.

 현실과 꿈이 뒤바뀌는 삶을 누리는 두 사람 가운데 택하라면 꿈자리는 사나울망정 현실에서 위세를 부리는 쪽으로 기울어질 것이다. 하지만 비록 작은 일일지라도 열심을 다하고 밤마다 행복한 잠자리를 청할 수 있다면 요즘 같은 세상에선 또 다른 1%의 기적 같은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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