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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강(大綱)이 서야 한다
대강(大綱)이 서야 한다
  • 오태영
  • 승인 2011.08.17 1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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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태 영창원취재본부 부장
 KAL기 폭파사건의 주범 김현희 씨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정부가 KAL기 폭파사건은 안기부의 공작이라고 폭로 해줄 것을 끈질기게 요구했다고 했다. 이유는 우파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가하려는 목적일 것이라고 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민감한 국익과 우리나라의 명예와 관련된 사안도 정권적 이익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이야기가 된다.

 김현희씨는 이같은 공작 기자회견과 PD수첩 출현을 거부하자 기관에서 거주지를 공개해 지금까지 암살공포에 시달리리며 쪽방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얼마전 작고한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가 생각난다. 그도 지난 두 정권아래서 사실상의 연금생활을 면치 못했다. 일체의 언론접촉이나 외유도 차단당한 채 생활하다 이명박 정부들어서야 세상에 얼굴이 비쳤다.두 사람 모두 지난 좌파 정권아래서 죄인 생활을 해야했다. 이유는 알다시피 북한과의 관계때문이다. 북의 아킬레스 건에 해당될 수 있는 두사람을 세상에 내놓기가 껄끄러웠던 게 이유다. 한 사람은 진실을 왜곡하려는 공작에 시달렸고, 다른 한 사람은 존재 자체를 거부당했다고 볼 수 있다.

 10여 년도 더 된 애기지만 박 홍 전 서강대 총장이 우리나라에 친북좌퍄세력이 10만 명이나 된다고 폭로해 세상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진보지식인 층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지만 박 전 총장은 자신의 주장에 흔들림이 없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우리사회에 친북 또는 종북세력이 얼마나 많은 지는 화제거리도 되지 못한다. 지난 좌파정권 아래서 사실상 색출내지 검거를 소홀히 하면서 이들 세력이 광범위하게 확장됐다.

 최근 자신의 집에 인공기와 김일성 초상화를 내건 것만으로는 이적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적극적인 이적행위나 의사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진보성향 대법관의 판결이라고 한다. 누군가 자신의 방안에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사진을 건다면 경험칙상 그것은 그 사람을 좋아하거나 특히 미워하는 사람임이 틀림없다고 보면 된다. 그저 좋아서 또는 그 사람을 본받고 싶어서거나 아니면 그를 극복하기 위해서 또는 그를 철저히 미워하면서 절치부심하기 위해서 일 게다. 물론 이 사안이 후자 쪽이 아님은 틀림없어 보인다.

 이 판결은 적잖은 의미가 있다, 인공기가 그려진 티 셔츠를 입고 다녀도 아무런 제제를 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된다. 미국이나 영국 국기가 그려진 옷을 입고 다니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말이다. 더 나아가 인공기를 들고 시위를 벌여도 북한을 찬양 고무하지만 않으면 아무렇지 않다는 것으로도 비약될 수 있다.

 신임 한상대 검찰총장은 취임사에서 친북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사회 곳곳에 퍼져있는 친북세력을 그대로 두는 것은 검찰의 직무유기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에대해 내년 총선을 의식, 신 공안정국을 기도하고 있다고 정부를 직접 겨냥했다. 또 한차례의 공안정국 시비가 일 것으로 보인다.

 우리사회에 이념적 골이 깊어진 것은 이미 오래됐다. 문제는 이런 대결적 양상이 그대로 방치되면서 대결구도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흔한 토론회에서도 이 문제를 제대로 짚는 프로그램을 보기 어렵다. 특히 진보측에서 패널에 나서기를 꺼리는 게 이유로 알려져 있다. 사회 곳곳에서 자기 주장을 펴면서도 공개적으로 자신의 이념이나 주장을 내세우는 데는 주저 내지 기피한다면 그건 비겁한 행위다. 자신의 정체를 은폐한 채 사회에 파장이 큰 행위를 한다면 책임있는 자의 행위로 보기 어렵다.

 다양한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심지어 인공기가 그려진 옷을 입고 다녀도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일이라는 데 대체적인 의견이 모아진다면 이 또한 있을 수 있다. 다만 우리사회에 대강(大綱)이 서야 한다. 정권에 따라 판상의 성향에 따라 표현의 자유가 들쭉날쭉해서는 혼란만 부추끼고 법질서만 뒤죽박죽이 될 뿐이다. 친북 또는 종북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서야 한다. 무엇은 되고 어디까지는 안되는 지 원칙이 서야 한다. 흔들리는 상대를 두려워 할 적은 없다. 언제까지 우리끼리 물고 뜯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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