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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상(北上) 개시한 ‘통합청사 태풍’
북상(北上) 개시한 ‘통합청사 태풍’
  • 오태영
  • 승인 2011.10.12 2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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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태 영 창원취재본부 부장
 대양의 수분을 끌어모으며 에너지를 축적시켜오던 폭풍의 핵 통합시청사문제가 결국 북상을 개시했다.

 지난해 7월 1일 통합시출범 전부터 상승곡선을 이어가던 해수 온도로부터 잔뜩 몸집을 키워왔던 태풍이 더 이상 참지를 못하고 북상을 개시한 것이다. 태풍이 어떤 위력을 발휘할 지 지금으로서는 가늠하기 쉽지 않으나 적어도 중간에서 소멸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11일 진해지역 일부 시민단체들은 진해시민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강제통합 무효 진해시 되찾기 시민연대 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마산지역에서도 지난 7일 마산지역 50여개 단체가 가입한 통합청사 마산유치 범시민운동본부가 출범됐다. 시민연대와 운동본부의 출범은 구 창원중심으로 시정이 운영된다는 불만이 근저에 깔려있다.

 총선전 청사 입지를 조기에 결정하자는 입장이 운동본부라면 시민연대는 통합이전으로 되돌아가자는 입장이다. 마산이 시명칭을 양보한 배경에는 청사를 유치하겠다는 것이었던 만큼 이 문제를 더 이상 질질 끌지 말고 정리하자는 것이 운동본부측의 생각이다. 이런 생각은 현 임시청사를 리모델링해 그대로 쓰자는 이상한 흐름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절박감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통합준비위원회가 결정한 1순위 후보지 중에서 어떤 쪽이던 빨리 결정하자는 것이지만 내심은 마산에 유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해쪽의 생각은 다르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고 있으나 시청사는 물론 야구장까지 진해로 오는 것은 물건너 간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고 이런 식이라면 주민의사도 묻지 않은 통합을 더 이상 유지할 가치가 있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

 사실 이런 흐름은 통합 전부터 예견돼 왔다. 주민의사를 직접 묻지도 않고 통합 강행으로 불만이 축적된데다 시정운영에 이런저런 불만이 터져나올 것이라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 특히 20개월이나 걸리는 통합시청사 입지용역 기간과 현청사 리모델링 안이 추가된 것은 통준위 결정사항을 뒤엎으려는 음모가 있는게 아닌가하는 의혹을 주기에 충분했다.

 박완수 시장이 지난 8월 시민들의 총의가 있다면 총선전이라도 입지를 정치적으로 판단 결정할 수 있다고 한 발언은 과다한 용역기간에 대한 불만이 근거가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줬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도 창원시는 입지문제 조기해결에 손놓고 있다가 차칫 지역간 갈등으로 비화될 수도 있는 현 상황을 초래하고 말았다. 청사 소재지 결정문제는 시의회서 할 일이고 시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는 게 시의 입장이지만 별 설득력이 없다. 시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해도 용역기간을 의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개월로 고집, 강행한 점은 이해할 수 없다. 정치적 판단이 가능하다고 했으면 그러한 의사를 시의회에 공식적으로 전달했어야 할텐데도 그러하지 않은 것도 이상하다. 시의회 의장이 언론보도를 보고서야 알았다고 할 정도다. 그렇다면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다는 발언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앞으로 이문제는 총선에서 핫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지역구 유권자들이 후보자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할 것이 뻔하고 표를 의식한 걸러지지 않은 발언들이 쏟아져 나올게 역시 뻔하다. 이럴 경우 잠복해 있던 지역갈등이 표면화될 것임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이러한 징후는 지난 7일 운동본부 출범 현장에서 이미 감지됐다. 참석한 이주영 의원은 마산종합운동장에 청사가 유치되기를 희망하는 발언을 했다. 시청사 소재지 결정권을 쥔 시의회 의장도 참석했다. 김이수 의장은 원론적인 발언을 하는데 그쳤지만 참석 사실 자체만으로도 논란이 될 수 있는 일이다.

 정치가 갈등을 조정 해결하고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면 박 시장과 시의회는 정치를 손놓고 있다. 충분히 예견되는 갈등을 “통합은 합법적 절차를 거쳤고, 시 청사는 통준위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는 답변으로 봉합하려하다면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시청사라는 태풍이 파괴적 본능을 감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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