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결과 무분별한 대기업의 확장으로부터 서민들을 보호하고자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 기업형 슈퍼마켓을 규제하였고, 대형마트에 대한 의무휴업제도를 도입하여 시장상권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 2월 5일에는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제과점, 음식점업 등 중소기업적합업종 14개 분야를 지정 발표하면서 이들 업종에 대한 대기업들의 확장 및 진입 자제를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러한 조치들의 당부를 떠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대기업들의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위의 조치들은 하나의 예에 불과한 것인데, 지금까지 시장의 부작용을 시정하거나 견제하기 위한 사소한 조치라도 취하면 대기업들은 시장에 대한 규제는 자유시장 원칙에 위배되므로 철회돼야 한다는 말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해왔다. 그들이 이렇듯 견강부회를 일삼아 온 데에는 국민들이 경제에 무관심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30년간 우리는 이런 말을 들어왔다. `시장은 가장 효율적이고 공정한 곳이므로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해 줘야 한다. 기업이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내버려두면 부의 창출이 극대화되고 단기적으로 불평등과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밀물이 들어오면 모든 배가 다 같이 떠오르듯이 궁극적으로는 사회 전체가 혜택을 본다. 그러므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면 시장의 효율만 떨어뜨릴 뿐이므로 최대한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에 따라 대부분의 나라들은 정부소유의 기업과 금융기관을 민영화하고, 금융 및 산업에 대한 규제를 없앴으며, 무역과 투자를 자유화하는 등 자유 시장 정책을 추진해왔다. 자유시장경제 체제가 자본주의의 한 운영방법에 불과한데도 우리는 어느덧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에 밀려 양자를 동일시하게 됐다.
그러나 우리가 현재 목격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이러한 정책들이 가져온 결과는 그들이 약속한 것과 정반대이다.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2008년 금융위기가 오기 전부터 자유시장 정책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성장이 둔화되고 불평등이 심화되는 부작용을 가져오고 있었고, 개발도상국과 후진국 국가들의 생활 수준은 지난 30년간 전혀 향상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 기간 동안 중국과 인도는 급속한 성장을 이뤘는데, 이 두 나라의 공통점은 부분적인 자유화만 허용하고 본격적인 자유 시장 정책은 도입하기를 거부한 나라들이다. 이러한 결과들을 놓고 보면 우리가 그동안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온 자유시장 경제라는 것이 잘해야 부분적으로 맞는 이야기일 뿐이고, 금과옥조는 더더욱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제 우리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씌어 놓은 장밋빛 색안경을 벗어야 한다. 이 색안경을 쓰면 세상이 단순하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현실은 이보다 훨씬 냉혹하다. 자본주의를 운영하는 더 나은 시스템은 우리가 찾아야하고 또 찾을 수 있다. 다만, 이를 전문가들 몫이라고 마냥 맡겨둬서는 안 된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고도의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우리가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람들로 하여금 올바른 길을 선택하도록 요구하는 데는 고도의 전문지식이 필요하지 않다. 다만 필요한 것은 경제 및 사회현상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정책에 대한 끊임없는 감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정책결정권자들이 내리는 결정들이 제대로 된 자료와 논리에 근거한 것들인지 따질수가 있고, 그런 후에 기업, 정부 등에도 올바르게 행동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