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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아미 윈드 오케스트라
레드 아미 윈드 오케스트라
  • 정창훈
  • 승인 2013.10.15 2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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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김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행정학 박사
 지난 8일은 제24호 태풍 다나스가 남해안을 따라 북동진하면서 경남에서도 많은 학교들이 단축수업을 하거나 하교시간을 앞당겼다. 저녁이 돼서는 강한 비바람으로 걷기에도 힘들었다. 태풍 다나스가 온 날 흥분과 설레임으로 경전철 MRG 경감을 기원하는 ‘레드아미 윈드 오케스트라(Red Army Wind Orchestra)공연’을 보러 김해문화의 전당 마루홀에 갔다. 모처럼 음악으로 삶을 적시는 행복을 누리는 시간이었다.

 레드아미 윈드 오케스트라의 정식명칭은 러시아 국방부 중앙 군악대(Central Military Band of the Russian Ministry of Defence)이다. 1927년 창단돼 오랜 역사 동안 세계 최대의 군악오케스트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러시아 국경일에 크렘린 궁전과 붉은 광장 앞에서 매년 출연하는 오케스트라가 바로 이 레드아미 윈드 오케스트라이다. 러시아뿐만 아니라 해외의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 등 해외 각지에서 투어를 하며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이번 김해공연의 지휘는 세르게이 듀리긴(Sergei Durygin) 대령인데 옴스크 국립음악대학에서 클라리넷을 전공한 러시아 연방 중앙사령부 군악대 수석지휘자다. 차이콥스키 음악원 군악지휘학과 학과장과 러시아연방 시베리아 사령부 군악대를 지휘했다. 2008년 러시아 연방 공훈예술가로 선정이 됐고, 그간 오스트라아, 네덜란드, 중국, 몽골, 노르웨이, 프랑스 초청연주를 지휘했다.

 21세기 음악적 한계에 도전한 러시아 최고의 관악합주단 레드아미 윈드 오케스트라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군사밴드 중 하나로 러시아 국가의 보물로 사운드는 군인의 진정한 포스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군악대는 다소 딱딱할 것이라는 애초의 착각은 심한 우기였다. 군복에서 뿜어내는 무게감과 주렁주렁 달린 훈장들이 어색했지만 나름의 볼거리도 많았고, 기대 이상의 다양한 소리, 음색, 크기와 분위기에 빠져들어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못했다.

 공연의 1부가 끝나고 주어진 휴식시간에도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호강했던 귀에서 다시 흘러나오는 솜털 같은 목소리, 경쾌하고 장엄한 천상에서의 향연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악기들이 다양하게 공간 속에서 배치돼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다양한 소리 경험은 한동안 영혼까지도 편안하게 할 것이다.

 오케스트라 1부와 2부에 차이코프스키, 푸치니, 모차르트, 슈트라우스, 쇼스타코비치 등의 작품과 러시안 클래식 뮤직과 컨템포러리 뮤직으로 수준 높은 레퍼토리가 엄선됐고, 피날레는 소프라노 나탈리아 마누리크가 ‘아리랑’을 불러 관중으로부터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터졌다.

 필자는 국군오케스트라를 감상하고 싶다. 우리나라의 군악대는 1900년에 창설을 공포하고 이듬해 6월 복장과 악기를 갖춘 완전한 군악대로 발족하게 됐다. 군악대는 단순한 군의 사기 앙양을 위하는 데서만 그치지 않고 왕실과 정부의 각종 행사는 물론 시민들을 위한 문도 활짝 열어 놓았다. 한국 최초 군악대는 서양음악을 대중에게 소개했으며 을사조약과 한일 합방의 설움으로 절망에 빠진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는 역할까지 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국으로 남아있는 우리나라에서 세계평화를 염원하기 위해 7월 26일과 30일에 6ㆍ25전쟁 참전 21개국이 60여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뭉쳤다. 새로 구성된 ‘연합군’은 무기 대신 악기를 들고 평화를 연주했다. 정전 60주년을 기념해 26일 비무장지대(DMZ) 내 도라산역과 30일 부산 UN기념공원 근처 부산문화회관에서 평화음악회를 여는 ‘UN참전국 교향악단’이다. 전쟁의 포화가 가득했던 그 자리에 오케스트라 선율이 퍼졌다. 문화예술의 국가적 장래를 생각하면 ‘국군체육단’처럼 ‘국군예술단’도 만들 필요가 있다. 국군예술단에 한국의 군대를 상징하는 청룡, 백호, 등등의 이름을 가진 세계적인 윈드오케스트라를 만들어 세계가 깜짝 놀라고 감동할 수 있는 또 다른 한국적인 군대문화의 한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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