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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인비의 청어 이야기
토인비의 청어 이야기
  • 박중식
  • 승인 2013.10.22 2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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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중식 김해외국어고등학교 교장
 사람이 살아가는데 싫더라도 반드시 해야 하는 소중한 일이 많다. 하기 싫은 일을 할 때 고통이 따르지만 싫다고 일을 피하면 나중에는 마땅히 해야 하는 일도 하기 싫다. 그리고 세상에 좋은 일만 있는 곳은 없다. 세상 어느 곳이나 좋은 일과 좋지 못한 일이 붙어서 섞여 있다. 하기 싫은 청소를 해야 깨끗한 침실이 있고 냄새나는 쓰레기를 버려야 상쾌한 거실이 있다.

 적당한 고민과 고통은 예방주사와 같아서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든다. 근심걱정이 태산인 사람 중에는 오히려 육체적으로 학대에 가까운 노동을 통해서 괴로움을 잊으려는 사람도 있다. 군대(軍隊)의 단체생활이 무섭고 훈련이 두려워서 군(軍)에 가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있지만, 고된 훈련으로 유명한 해병대에 지원자가 넘친다고 한다. 극한(極限)의 체험으로 육체와 정신을 강하게 해 인생살이에서 무엇인가를 얻고자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말에서 보듯이 좋은 일과 환경에도 나쁜 일이 끼어들게 돼있다. 바다가 환히 펼쳐지고 풍경이 아름다운 곳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행복할 것 같지만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다. 돈이 많고 걱정 없이 잘 사는 사람은 객기를 부리고 싶은 심리가 있다. 무엇인가 좀 더 재미있는 일을 찾으면서 엉뚱한 일을 저질러서 패가망신하는 경우도 있다.

 토인비는 영국 출신의 세계적 역사학자이다.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망하면 한국은 자치능력이 없으니 신탁통치 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던 적이 있다. 토인비는 청어 잡는 어부 이야기를 즐겨 했다. 어부들은 멀리 런던에까지 청어를 살려서 운반하는 것이 관심사였다. 대부분의 어부들은 런던에 도착했을 때 청어가 다 죽어 있었는데 한 어부의 청어만 살아 있었고 비싼 값을 받았다. 그 비법은 청어가 들어 있는 수조에 메기 한 마리를 넣는 것이었다. 비록 메기가 한두 마리의 청어를 잡아먹었지만 수백 마리의 청어는 살아 있었다. 메기는 청어의 천적이기에 청어는 살아남기 위해서 계속 도망을 해야 했고 그로 인해 생명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었다.

 사람의 인생살이에서도 어쩌면 위기와 고난이 성공을 위한 자극제가 되는 것 같다. 일본에서 성공한 기업가이며 경영의 귀재로 인정받고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마쓰시타 고노스케(1894-1989)가 있다. 초등학교 4학년을 마치고 자전거 가게에 점원으로 일했다. 그는 가난해서, 허약해서, 배운 게 없어서 성공했다고 말한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굶어 죽으니 일했고, 허약하게 태어났으므로 항상 건강을 위해 노력했고, 배운 게 없으니 모든 사람을 스승으로 생각해 물어보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생에 대한 애착과 성공에 대한 간절함이 모든 것을 극복하게 해 주었다고 한다.

 남을 너무 의식하기 때문에 좌절하고 고통을 겪는 경우도 많다. 힐링 강사이며 작가인 이지선은 교통사고로 50회 이상 수술하면서 사회생활을 포기했고 세상을 원망했다. 그러나 사랑하는 가족의 힘으로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어려움을 극복했고, 살아있는 것만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생활하며, 사고로 다치지 않았다면 느낄 수 없는 더 깊은 행복을 얻었다고 한다. 상처를 극복하면 더욱 빛나는 인생살이가 될 수 있다.

 시험은 경쟁이고 사람을 줄 세우기 하는 것이기에 학생들의 행복을 빼앗는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시험이 학생의 행복을 빼앗는 것인지 행복으로 가는 길에 반드시 거처야 하는 과정인가는 각자의 생각에 달린 문제이다. 그런데 시험이 없고 경쟁이 없는 사회가 있는가? 우리들은 남보다 더 앞서고 성공하기 위해서 항상 누군가와 경쟁하고 있다. 오히려 경쟁을 잘하는 방법과 경쟁에 패하고도 잘살아가는 대처법을 익혀야 옳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구나 일생에 한 번의 위기(危機)는 맞게 된다. 실패나 좌절의 바로 그 순간에, 우리들은 태산과 같은 바위에 짓눌리는 느낌을 갖게 되고, 숨쉬기조차 어려워지면서 앞으로 한발 나갈 힘도 없을 때가 있다. 그래서 나 하나만 없어지면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고 생각하고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사람도 있지만, 자기 주변의 사람들까지 더 어렵게 할 뿐이다. 위기는 캄캄한 터널과 같아서 빠져나오면 환한 길이 나오며, 지나온 고난과 역경은 유쾌한 무용담(武勇談)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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