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03:00 (토)
방법이 잘못되면 진실도 없다
방법이 잘못되면 진실도 없다
  • 권우상
  • 승인 2013.10.30 2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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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우상 명리학자ㆍ역사소설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재직시 조선일보에 정정보도를 요구하면서 혼외자식 논란에 대해 거품을 물고 설치던 때와는 달리 소식이 없다. 지금쯤 임모 여인과의 진실을 밝혀야 함에도 아무말이 없는 걸 보니 조선일보 보도 내용이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보도가 사실이면 그의 심성은 거짓과 간교함으로 가득하고, 철면피한 매너를 가졌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1974년에 일망타진된 민청학련 사건과 민청학련을 배후 조종한 ‘인혁당재건위’ 사건은 실재했던 반역조직이었으며 민청학련의 조직 및 활동 목적은 ‘중앙정보부 해체’였다. 사형된 여정남이 이철과 유인태를 연결고리로 해 민청학련을 배후조종했다는 것이 그동안에 알려진 내용이다.

 국정원을 파괴하기 위한 공소내용이 빈약하자 윤석열은 검찰의 목숨과도 같은 ‘절차적 정의’를 무시하고 검찰에서 터부시하는 ‘하극상’까지 벌였다. SNS를 통해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했다는 내용으로 부실한 공소장을 보강하기 위해 반드시 거치도록 돼 있는 절차 즉 검사장의 결재를 받지 않고, 공소장변경 절차를 밟았으며 결재도 거치지 않고 국정원 직원들을 체포했다. 국정원 직원을 체포할 때에는 반드시 국정원장에 통보하도록 돼 있는 규정도 고의적으로 위반한 것이다.

 이 사실이 밝혀지자 서울중앙지검장인 조영곤 검사장은 당연히 ‘객관성을 상실하고 실체적 정의를 일탈한 윤석열’을 특수수사팀장에서 해임(배제)할 수밖에 없었다. 윤석열 검사가 상관 알기를 우습게 알고 결재절차 없이 자기 마음대로 공무를 집행한 행위는 비단 검사장 조영곤에 대한 항명으로 그치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대한 항명이다. 상명하복이 원칙인 검찰조직에서 이런 하극상이 일어났다니 참으로 황당하기만 하다.

 윤석열을 특별수사팀에서 제외시켰다는 이 사실은 궁지에 몰린 민주당에 좋은 이슈거리가 됐다. 그렇지 않아도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 흠집 잡기에 혈안이 돼 있는 터에 윤석열이 어디까지가 참말인지 모를 하극상의 발언들을 쏟아내면서 마치 채동욱이 그랬던 것처럼 정치쟁점화 하기 위한 길로 들어섰다. 채동욱은 임모 여인과의 관계가 조선일보에 보도되자 검찰 흔들기라는 말을 했었다.

 채동욱은 임 여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이것이 폭로되자 대통령을 물고 늘어지며 자신을 정치적 희생양이라고 억지를 쓰다가 쫓겨난 신세가 됐다. 윤석열은 검사장을 제쳐놓고, 절차적 정의를 짓밟아가면서까지 국정원 파괴를 획책하다가 직책에서 파면되니까 “나는 정의였고, 검사장이 불의였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 궤변을 쏟아내면서 정치쟁점화 할 수 있는 빌미를 민주당에 제공했다.

 한 보도에 따르면 이 중요한 의사결정 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그는 사무실을 피하고 구태여 검사장 집에 찾아가 밥도 먹고 밤 12시가 넘도록 맥주를 마신 후 결재서류를 내밀었다고 한다. 누가 봐도 개인의 주거지는 결재를 할 수 없는 장소임이 분명하고, 음주상태에서는 결재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데도 윤석열은 이걸 말이라고 들이대는지 모르겠다. 그런 결재를 할 검사장이 도대체 어디에 있겠는가?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굳이 치부를 드러낸 필요가 있겠는가. 명석한 두뇌나 냉철한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래서는 안되지 않는가. 윤석열의 행동을 보면 마치 386세대를 보는 것 같다. 원래 이 세대는 저항의식이 강하다. 그래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소신이 있다면 관철하는 것이 맞다. 소신을 지키기 위한 저항을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방법이 그것 밖에 없었는지 묻고 싶다.

 방법이 잘못되면 진실도 없다. 결과적으로 자신만이 살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여진다.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만 읽혀진다는 뜻이다. 윤석열 전 수사팀장에게 묻고 싶다. 진정으로 순수했는지 또한 법과 양심에 따라서 행동한 것인지 말이다. 만약 그랬다면 고민을 했어야 했다. 검찰조직의 신뢰와 윗선에 대한 저항에 대한 고민 말이다. 마치 동족상잔(?)의 추한 꼴을 보였다. 검찰끼리 서로 물고 뜯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씁쓸한 모습에서 윤석열의 소신이 아름답게 보일 수는 없을 것이다. 국민들에게 치부를 들어낸 검찰의 모습을 보면서 씁쓰레한 마음 금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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