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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터에서 행복 만들기
삶터에서 행복 만들기
  • 정창훈
  • 승인 2013.11.10 2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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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김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행정학 박사
 살면서, 일하면서, 쉬어가는 곳에서 우리는 삶을 고민하고 그것을 표현하며 함께 어울리고 싶어 합니다. 인간은 모둠살이를 하는 존재입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서로 인연이 돼 있으며 나 혼자 따로 행복해지기는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달라이 라마의 말입니다.

 이는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살아있는 동식물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모처럼 베란다 반쯤 들어온 햇볕을 쬐면서 여유있는 시간을 가지게 됐습니다. 주말 오후 베란다 바깥세상은 멈춘 듯 조용합니다. 늦가을의 시리도록 맑은 하늘은 바라볼 수 있는 눈앞의 모든 산들을 거대한 푸른 잎이 돼 빈틈없이 덮고 있습니다.

 고향에 갔을 때 어머니가 싱싱하고 힘이 넘치는 사랑초 화분을 주셨는데 이곳에서는 한없이 보살펴야 할 가냘픈 사랑초가 돼버렸습니다. 사계의 햇빛과 비바람을 온몸으로 느끼고 수많은 새들과 벌레, 곤충, 나비들이 친구가 됐었는데, 도심에서는 자동차, TV, 청소기, 층간소음을 들으면서 나약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좀 허약하더라도 도심에서도 잘 적응하는 세련된 사랑초가 되길 바랍니다. 사랑초의 행복을 기원하면서 자신에게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지 묻고 있습니다.

 행복은 매우 주관적이라 그것을 순위로 따져보고 계량화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다른 지표들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무역으로는 세계 8위, 국가경쟁력은 22위입니다. 이에 반해 영국의 신경제단이 발표한 조사에서 각 국가의 국내총생산(GDP)과 인간개발지수(HDI)를 통해 산정한 행복지수가 전 세계 237개 국가 중 102위로 평가된 적이 있습니다.

 무척 자존심이 상하고 마음이 불편하지만 굳이 외국 기관들의 평가지표를 찾아 그 타당성을 따져볼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 그럴 개연성이 있는 징후들을 주위에서 명백히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31.2명(2010년 기준)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는 경제협력기구(OECD) 평균이 11.3명인데 비해 거의 3배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한 것입니다. 이렇게 불명예스러울 수가 있을까요.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국민소득보다 국민행복지수를 우선시하는 나라가 부탄입니다. 소득수준은 전 세계에서 하위에 속하지만 거리에 거지나 노숙자가 전혀 없다고 합니다. 전통의상을 고수하고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흡연이 금지되고 거리에 신호등이 없는 나라입니다.

 이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삶의 지표는 관계입니다. 이곳에는 바다가 없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바다처럼 넓고 깊습니다. 기르는 가축을 죽을 때까지 데리고 살고 산과 강에 있는 동물들을 잡지 않습니다. 관계라는 개념은 불교로부터 도출된 것입니다. 인간의 행복은 관계로부터 온다는 철학적 해석의 바탕 위에서 모든 정책이 수립되고 실행됩니다. 다시 말하면 인간은 홀로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곳의 불교 해석은 대단히 현실적입니다. 불교에서는 모든 존재가 무상(無常)하다고 하는데, 이는 모든 현상은 계속해 생기고 없어지고 변해 그대로인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흔히들 그래서 욕심이 없는 무욕(無慾)의 삶을 살고자 합니다. 또한 이곳 사람들은 무상하기 때문에 서로 보살피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불교에서는 이를 무아(無我)라고 합니다. 그래서 내가 없으니 추구할 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무아이기 때문에 서로 어울려 관계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인간은 무상과 무아의 나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오히려 보살핌과 어울림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계에 대해 레이먼드 조(Raymond Joe)가 지은 ‘관계의 힘’에서는 우리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돼 있다고 하고 그것이 바로 관계라는 것입니다. 진정한 성공과 행복으로 이끄는 것이 바로 인간관계의 힘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원만한 인간관계 형성으로 쉼터와 삶터에까지 건강한 바이러스가 침투돼 행복한 삶터, 일터 쉼터가 되는 날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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