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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과 긍정의 힘
불황과 긍정의 힘
  • 강한균
  • 승인 2013.11.17 2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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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한균 인제대 국제경상학부 교수
 요즈음 길을 걷다 보면 가끔 아가씨들의 아찔한 치마 길이에 하의실종이 의심되기도 한다.

 경제 불황기에는 여성의 치마 길이가 짧아진다는 오랜 속설이 있었다. 불황일수록 여성들이 초라해 보이지 않고 남성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화사한 색상과 튀는 디자인을 선호해 미니스커트가 유행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1926년 미국의 경제학자 조지 테일러는 경기가 좋을 때 여성들은 값비싼 실크 스타킹을 보여 주기 위해 치마를 짧게 입고 경기가 나쁠 때는 실크 스타킹을 살 돈이 부족해 오히려 치마를 길게 입는다는 치마 길이이론(skirt-length theory)을 발표했다. 이어서 1971년 마브리는 뉴욕 증시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역시 경기가 호황이면 치마 길이가 짧아진다고 주장했다. 섬유가 풍부해진 21세기를 살면서 이제 치마 길이로 경기를 가름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있듯이 경기의 순환에도 여름과 같은 호황이 있고 겨울과 같은 불황이 있기 마련이다. 경제학에서 경기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며 현실적으로는 다양한 경기의 지표를 참고하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미식축구 슈퍼볼 TV 중계의 30초짜리 광고료, 도시의 일일 쓰레기양, 브래지어 판매량 등을 이용하기도 하고 한국에서는 전기 사용량, 백화점 꼭대기 층 상가의 매출액 등이 활용되기도 한다.

 반면 최근 영국의 한 보고서에서는 불황 국면에 나타나는 10가지 바람직한 사회적 현상으로 술 소비와 범죄의 감소, 도서 판매량 증가, 청년층 창업 붐, 환경오염 물질 배출 감소, 국내 가족여행 증가, 야채 씨앗 판매 증가, 지역 농산물 구매와 쿠폰사용 증가 등과 함께 이혼율 감소를 꼽고 있다.

 한편 한국의 통계청에서는 최근 한국의 이혼율이 50세 이상 인구의 이혼율은 증가했지만 전체 이혼율은 감소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한국에서는 경제 위기가 발생하거나 극심한 불황이 찾아오면 이혼율은 치솟았다가 회복기에는 다시 내려가는 현상을 보였다. 따라서 통계청에서는 최근 이혼율의 감소가 국내 불황의 탈출을 암시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불황은 이혼율에 양날의 칼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불황에는 사업 도산, 고용불안 등으로 가정불화가 많아지고 이혼율이 올라갈 수도 있지만 자산가치가 하락하면서 재산분할에 불리함을 느낀 배우자가 별거상태에서 이혼 소송을 미루면서 이혼율이 떨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아무튼 불황에 여성의 치마 길이가 올라가든 내려가든 크게 신경 쓸 바는 아니지만 이혼율의 증가는 가정의 붕괴와 더불어 사회적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할 만하다. 영국의 보고서에서 보듯이 불황이 반드시 부정적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니고 적지 않은 긍정적 영향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과거시험 보러 한양으로 가던 어느 선비가 주막에서 꿈을 꾸었는데 벽 위에 배추를 심고, 비 오는데 두건을 쓰고 또 우산을 쓰며, 사랑하던 여인과 등을 맞대는 꿈이었다. 꿈이 찜찜했던 선비가 점쟁이를 찾아 해몽을 부탁하자 점쟁이는 벽 위에 배추를 심었으니 헛된 일, 비 오는데 두건 쓰고 또 우산을 쓰니 헛 수고이며 사랑하던 여인과 등을 마주하니 모두 헛일이라며 올해 과거 시험은 깨끗이 포기할 것을 권했다. 반면 주막 집 주인은 두건 위에 우산까지 썼으니 시험 준비를 철저히 해 높은 성적으로 합격할 것이고 등만 돌리면 언제든지 사랑하는 여인을 쉽게 품 안에 안을 수 있는 길몽으로 해석했다. 나그네는 주막집 주인의 말에 용기를 얻고 과거시험에 응시해 장원급제 했다고 한다. 한낱 옛날 얘기지만 긍정의 힘이 놀랍고 위대하지 않은가.

 겨울이 지나면 새로운 봄이 오듯이 불황은 영구적인 것이 아니고 호황의 시작이 되는 자연스러운 경제현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불황을 극복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는 우리 경제 주체가 호황을 향한 긍정의 힘을 갖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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