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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행 희망버스 `희망` 아니다
밀양행 희망버스 `희망` 아니다
  • 김상우
  • 승인 2013.11.28 2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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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상 우 밀양 송전탑 갈등해소 위한 주민대표위원회 실무위원
외부단체 개입 해결책 못돼
끝까지 주민들 목소리 경청
갈등ㆍ화합하는 지혜 필요

 누군가 밀양의 겨울에 대해 묻는다면 아마 때 묻지 않은 산과 겨울에 물이 녹아 여름에 얼음이 언다는 얼음골을 먼저 떠올릴 것 같다.

 겨울밤 영남루의 야경은 더욱 근사하고, 인적이 드물어진 호박소 계곡도 이맘때면 깊이를 더해간다. 하지만 올해 밀양의 겨울은 `희망버스`가 몰고 올 소란과 갈등에 대한 우려 속에 찾아오는 것 같아 참으로 속상한 생각이 든다.

 우선 사람들은 `왜 밀양만 유난을 떠느냐`고 묻기도 한다. 이런 물음은 상동면이나 단장면 등지를 잠시 다녀본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될 것이라 믿는다. 밀양을 처음 방문한 사람은 대부분 밀양의 산세에 놀란다. 시내만 벗어나면 밀양은 생각보다 산이 높고, 골짜기가 깊다.

 또 하나 놀라는 것은 골짜기 어디를 둘러봐도 송전탑과 같은 인공 구조물이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밀양은 예로부터 청정지역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연의 혜택을 받으며 풍요롭게 살아왔다. 이분들에게는 송전탑이 낯선 만큼 거부감도 크고, 관련 반대 논리도 더욱 솔깃하게 들릴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배경이 한편으로 송전탑 반대 투쟁에 활용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뼛속까지 시린 겨울 날씨 속에서 각종 연대 투쟁까지 불려다니며 발품을 팔고, 공사장이 있는 도로에서 위태롭게 물리력을 행사하는 분들은 대부분 지역의 연로하신 어르신들이다. 농사일을 생업 삼아 평화롭게 지내던 어르신들에게 "송전탑이 들어서면 모두 암으로 죽는다" 식의 공포와 사회변혁 논리가 술술 나오는 것을 볼 때마다 정말로 무엇이 이 분들을 힘들게 하는건지 아연 실색해지기까지 한다.

 무릇 어르신들을 진심으로 염려한다면 우선 송전탑과 관련된 사실과 주장을 객관적으로 전달해서 불필요한 심려와 걱정을 덜어드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동절기를 감안해 무엇보다도 어르신들의 건강을 우선하고, 야외활동은 먼저 말리는 게 도리일 것이다.

 하지만 송전탑 반대투쟁에 주도하는 단체들을 보면 각종 루머를 퍼뜨리고, 어르신들의 부상을 빌미로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한 생각마저 든다.

 얼마 전 밀양시 사회단체와 5개면 주민대표위원회 기자회견에서 `희망버스`라는 이름의 외부세력 개입을 단호히 거부하고 엄정한 법 집행을 요구했던 것처럼 밀양 송전탑 문제는 무엇보다도 밀양사람들 손에 맡겨야 한다.

 아무런 책임없이 하는 일이 선전ㆍ선동뿐인 투쟁가와 운동가들이 개입해서 밀양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도록 내버려둔다면 밀양은 각종 이념운동의 장으로 전락해 주민 간 갈등의 골만 깊어질 것이 너무나 분명하다. 이들이 내려가서 집단행동을 한 후 부산 한진중공업, 울산 현대자동차 등 각종 갈등현장 어디에서도 해결의 기미를 보였다는 희망적인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다.

 최근 집단 민원으로 `제2의 밀양사태`로 회자되던 포천군 일동면 송전탑 공사가 주민과 극적인 합의를 이뤘다고 한다.

 어찌 보면 관광지로 알려진 그 지역 역시 밀양만큼이나 거센 반대를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일동면 주민들은 현실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스스로 나서서 원만히 문제를 해결했다. 이렇듯 갈등은 조장되다 보니 해결이 어려워지는 것이지 스스로 증폭되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지난달 송전탑 공사가 재개된 후 전기사용을 위해 송전탑 공사가 필요하고, 또 계속 진행되어야 한다면 지역민을 위해 보다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보자는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늦었지만 특별지원협의회의 성과를 이해하고, 협의가 진행 중인 마을도 천천히 늘어나고 있다. 이제 얼음장 같았던 송전탑 경과지 마을 주민들의 마음도 조금씩 누그러지고, 조만간 예전의 평화로운 밀양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커진다.

 이렇듯 모처럼 일어나고 있는 사태해결의 조짐에 찬물을 끼얹지 않도록 밀양 시민의 이름으로 `희망버스`와 같은 외부단체 개입과 집단 물리력 행사를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 밀양 시민들은 외부세력이 온 밀양을 시끄럽게 분탕질하며 무법천지의 해방구로 만들고, 주민들을 들러리로 동원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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