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01:21 (일)
안타까운 30대의 죽음
안타까운 30대의 죽음
  • 형남현 기자
  • 승인 2013.11.28 2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형남현 사회부 부장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을 제일 많이 하는 나라다. 지난주 아주 안타까운 죽음이 있었다. 아직 창창한 30대 초반의 선배 아들이 자살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학군 장교 24기이고 11공수 특전여단에서 같이 근무한 동기생이 대대장 취임을 한다고 해서 강원도의 모 부대 취임식에 갔다 왔다.

 취임식에 갔다 오고 한 달 정도 지났을 때 대대장 동기한테서 전화가 왔다. 거창에 사는 모 누구를 아느냐고 해서 잘 아는 고향 선배인데 왜냐고 물어보니 선배의 아들이 자기 대대에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 선배의 아들이 아무 이유 없이 자살을 시도 한다고 중대장으로부터 보고받으면서 인사 기록카드를 보니 주소가 거창이라 나에게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나는 친구에게 어떠한 일이 있어도 자살을 하지 못하도록 특별 관리를 해 달라고 부탁을 했고 그 후 대대장은 이 사병을 대대장실로 자주 불러 격려하고 특별 휴가까지 보내 주면서 무사히 제대를 시켰다.

 세월이 흐른 두 달 전 우연히 선배 부인을 만났는데 이야기 중에 나를 알고서 무척 반가워하면서 아들이 군대를 무사하게 제대하는데 도움을 줘 고맙다고 했다. 아들은 현재 취직을 해서 사회생활을 잘하고 있으며 장가만 보내면 된다고 했다. 나는 아들을 직접 만나 본 적이 없어 궁금하기도 해 다음에 아들과 소주 한 잔 하겠다고 했다.

 그날 선배 부인에게 지나간 일이지만 아들이 군대 생활을 할 때 왜 자살을 시도했는지 이유를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아들은 고등학교 시절 거창의 모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입학했으며 키도 크고 얼굴도 잘 생겨 선배에게 불량 모임 가입 권유를 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들은 불량모임 가입을 거절했고 이로 인해 선배에게 폭력을 많이 당했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성적이 떨어지고 행동이 조금 이상 하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면서 그냥 넘겼다는 것이다.

 결국 자살을 택한 고인은 고등학교 다닐 때 당했던 학교 폭력 상처가 죽기 전까지 남아 있었던 것 같다. 군대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제대는 했지만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지 못했던 것 같다. 선배 부인 말처럼 죽기 전 마음의 안정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잘하고 있었던 것일까?

 지금도 너무나 아쉬운 것은 고인과 소주 한 잔을 하면서 대화를 하지 못한 것이다. 소주 한 잔 하면서 고인의 힘든 부분을 내가 알고 조금의 도움이 돼 혹시 죽음이라도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부모 입장이나 사회의 눈으로 보면 아주 잘못된 선택이지만 고인은 학교 폭력을 당하고 심리치료를 받지 않고 군 생활과 사회생활을 해 온 것 같다. 지금까지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겠는가?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마지막 길을 선택 했을까? 마지막 순간에 부모형제를 생각하면서도 이 길을 택해야만 하는 본인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너무나 안타까운 죽음이다.

 이러한 죽음은 우리 사회가 책임져야 할 문제다. 오늘도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가? 한참 예민한 성장기에 받은 학교 폭력은 심리치료를 하지 않으면 학교 다닐 때만이 아니라 성인이 돼서도 자살까지 이르게 하는 무서운 것이다. 학교 폭력은 박근혜 정부의 5대 사회악 근절 중 하나다. 지금도 학교폭력 척결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만 꼭 해결해야 할 사회 문제다.

 누구나 살면서 힘이 들 때 한두 번은 자살을 생각해 본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겨서는 절대 안 된다. 자식이 무모보다 먼저 이 세상을 떠난다는 것은 불효 중 제일 큰 불효다. 더욱이 스스로 자기의 목숨을 포기하는 자살은 천륜을 거역하는 것이다.

 사람이 죽으면 땅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부모의 가슴속에 묻는다고 했다. 다 키운 아들을 잃은 선배 부부의 가슴은 얼마나 아프겠는가? 하지만 다른 자식을 위해 하루빨리 힘내시길 바란다. 이 세상에서는 힘들게 짧은 인생을 살았지만 다음 세상에서 편안히 살기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