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ㆍ야가 어제 팽팽한 줄다리기를 거듭한 끝에 국회를 정상화하기로 밤 늦게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은 벼랑에 내몰린 정치권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로 판단한다. 올해 정기국회 회기 종료가 채 일주일이 남지 않았음에도 새해 예산안은커녕 법안 한 건도 처리하지 못한 정치권에 대한 민심은 그야말로 폭발 직전이었다. 여ㆍ야 모두 당내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수그러들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절충에 성공한 것은 이런 민심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여ㆍ야의 이 같은 복잡한 당내사정을 감안해볼 때 어제 합의는 일단 급한대로 분노한 민심을 달래는데 치중한 감이 없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른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문제에 여ㆍ야가 최종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계속 협의하기로 여백을 남겨둔 데서 이런 분위기가 읽힌다. 일단 국회가 정상 가동되더라도 추후 특검 협의나 국정원 특위 운영에서 이견이 불거지면 언제든지 다시 충돌하는 사태가 빚어질 개연성이 커 보인다는 점은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이제 여ㆍ야는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민생을 챙기는 일부터 주력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이미 헌법이 정한 시한을 지키지 못한 새해 예산안에 대한 심의와 처리에 최선을 다해 작년처럼 해를 넘기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혹여라도 준예산이 편성되는 사태가 현실화하면 한국판 셧다운에 따른 국정 혼란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여ㆍ야가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