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08:01 (일)
1 대 12 법안
1 대 12 법안
  • 정창훈
  • 승인 2013.12.05 20: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정 창 훈 김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행정학 박사
 세계 경제력 순위는 국가의 국력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그 속에 살고 있는 국민들의 소득은 1인당 국민소득순위로 알 수 있다. 2012년 기준 국민소득 세계 4위인 부자나라 스위스에서 진풍경이 벌어졌다. 기업 내 소득격차가 격심하다며 기업의 최고경영자의 월급이 그 기업 내 최저임금 노동자의 연봉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이른바 `1대12 법안`을 놓고 국민투표가 실시됐다.

 결과는 반대가 65.3%라는 압도적으로 부결 됐다고 스위스 일간 `르마텡`이 보도했다. 이는 최고경영자(CEO)의 `월급`이 같은 기업에서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 `연봉`보다 많아서는 안 된다는 함의를 지닌 것으로 `1대12 법안`으로 불렸으며, 스위스 사회민주당의 소장파 그룹이 제기한 국민제안이었다. 하지만 스위스 정부는 최고경영자의 보수에 대한 이런 제한이 스위스 경제를 해치고 외국인 투자를 저해할 것이라며 반대해왔다.

 스위스 최고경영자가 직원들의 200배가 넘는 보수를 받아가는 데 대한 공공의 분노가 넓게 퍼져 있고, 경영진이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아가고 같은 기업 내부에서 보수 격차가 확대되는 현실에 대한 비판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라고 영국의 BBC는 전망했는데 이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노인의 4중고(四重苦)는 빈고(貧苦), 병고(病苦), 고독고(孤獨苦), 무위고(無爲苦)라고 한다. 50~60년대의 지독한 경제난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힘들여 자녀들 교육에 출가시키고 나니 이제 자신의 가난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이러한 노인은 45.1%로 OECD 국가 평균보다 3배 이상 높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빈고다.

 가난하니 자연히 건강이 나빠져 병고다. 빈곤이 대물림되면서 돈 없고 아픈 사람 그 누가 좋아하겠는가. 자식의 보살핌을 받지 못해 외롭게 생을 마감한다. 이것이 고독고다. 돈 없고, 아프고, 외로우니 할 일도 없다. 심심해서 정말로 마냥 지루하다. 무위고다. 이런 사중고가 이제는 노인에서 가난한 중장년층, 그리고 청년층에까지 덮치고 있다.

 인류는 지난 40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역사상 가장 많은 부를 창출했다. 하지만 부의 극단적 쏠림현상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겪고 있다.

 1대 99의 사회는 여러 지표로도 확인된다. 가장 최근의 지표는 지난 10월10일 발표된 크레디트스위스의 `2013 세계 부 보고서`(Global Wealth Report 2013)다. 상위 1%가 전 세계 부(wealth)의 46%를 차지하고 있고, 한국의 백만장자도 5년 내로 지금보다 79% 증가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정보 비대칭성의 결과에 대한 연구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불평등의 대가(The price of inequality)라는 저서에서 `오늘날 부자는 갈수록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갈수록 가난해지고, 중산층은 공동화되고 있으며, 미국이 1%를 위한 1%에 의한, 1%의 국가로 전략했다. 특히 2002~2007년 상위 1퍼센트는 국민 소득의 65퍼센트 이상을 거머쥐었지만, 99퍼센트의 경제형편은 갈수록 곤궁해졌다.

 부유층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가 하락 손실을 빠른 속도로 회복한 반면, 대다수 미국인은 실업률 상승, 주택 소유권 상실, 임금 정체 등의 악순환에 빠졌다고 지적하고, 미국사회의 불평등은 숙명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그는 이런 극심한 불평등이 지속된다면 미국은 의심의 여지없이 망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다수의 가난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진심으로 귀담아 들어야 할 때가 왔다. 지난 6월 모 금융지주회사에서 회장직에서 사퇴하면서 등기이사로 물러난 조 전 회장은 지난해 지주사와 계열사에서 100억 원 이상의 보수를 받은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정치권 일부에선 미등기 임원이라도 연봉이 5억 원을 넘으면 보수를 공개하도록 하는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현행법상 공개 대상에서 제외되는 재벌 총수 일가의 연봉이 대부분 드러난다.

 한국도 극심한 불평등 사회다. 이제 우리도 대다수 국민들의 분노를 직시해야 한다. 2014년부터라도 더 많은 기회와 더 높은 국민 소득, 더 강건한 민주주의, 그리고 대다수 성원들에게 더 높은 삶의 질이 보장되는 사회를 정치의 힘으로 시장의 힘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 현실이 되기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