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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은 공짜점심 아니다
무상급식은 공짜점심 아니다
  • 김명일 기자
  • 승인 2013.12.05 2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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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일 문화ㆍ체육부장
 10년 만에 만난 고교동창 A 교사, B 기자, C 경찰이 식당에 갔다. 지난 얘기로 화기애애한 가운데 괜찮은 음식을 먹고 술도 곁들였다. 모처럼 회포를 푼 이들이 계산대 앞에서는 각자 목소리를 높였다. 서로 계산을 하겠다는 것이다.

 A 교사가 음식값은 자신이 내겠다고 선수를 쳤다. B 기자는 무슨 소리 밥값은 자신이 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C 경찰은 모임은 내가 주선했으니 주선한 사람이 계산하는 게 맞는다고 끼어들었다. 밥값은 누가 냈을까? 설정된 얘기지만 밥값은 식당에 있던 학부모 D씨가 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공짜점심’을 놓고 경남도와 도교육청이 서로 밥값을 내라고 ‘입씨름’을 하고 있다. 경남도는 지금까지 밥값을 많이 낸 것 같다며 분담비율을 줄였다. 지난해까지 30%씩 분담하던 것을 20%로 줄여 164억 원을 깎았다. 그러면서 경남도는 줄인 만큼 도교육청이 분담하라고 미뤘다. 도교육청은 수입 대부분이 정부와 지자체에서 타 써는 돈이라며 더 내놓을 것이 없다고 펄쩍 뛴다. 도교육청 예산의 91%가 정부와 지자체의 이전수입이라며 더 내놓을 게 없다고 주머니 탈탈 털며 도에 미룬다.

 그러면서 도교육청은 경남도가 더 줄 수 없다면 주는 만큼만 가지고 밥값을 내겠다고 한다. 도시 중학생까지 포함하는 무상급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경남도와 도교육청이 무상급식 분담률을 놓고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다. 과연 줄어든 ‘공짜점심값’은 누가 낼까? 두고 보면 알겠지만 학부모가 내지 않을까?

 사실 ‘무상급식’은 공짜점심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학부모가 이미 낸 것이다. 정부는 봉급쟁이 학부모의 급여에서 소득세(3.3%)를 원천 징수해 갔고 사업하는 학부모가 낸 부가가치세, 농사짓는 학부모가 낸 농어촌특별세, 대중교통 이용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낸 교통세에서 세금을 거둬갔다. 또 정부는 학부모가 괴로워서 한 잔, 즐거워서 한 잔, 마신 소주잔에서도 교육세를 뗐고, 큰돈 벌어보겠다고 나섰다가 원금까지 몽땅 털린 주식투자에서도 거래세를 거뒀다. 도와 시ㆍ군은 학부모가 괴로워서 한 대, 즐거워서 한 대 핀 담배에서도 세금을 뗐고, 살고 있는 집에서는 재산세를 거뒀다. 또 타고 다니는 자동차에서는 자동차세를 거뒀고 집을 사고팔 때 취득세도 거둬갔다. 이렇게 거둔 정부와 지자체의 세금이 정부예산이고 지자체 예산이다.

 때문에 무상급식이라 말하지만 따지고 보면 학생들 밥값은 학부모가 선불로 낸 ‘세금’으로 밥값 계산하는 것이다. 계산만 도청, 도교육청, 시ㆍ군이 한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도 점심값을 줄이겠다고 하니 학부모 속이 탄다. 하는 짓이 한심하다.

 도내 학생들의 무상급식 시행은 2010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두관 전 경남지사와 고영진 교육감이 아이들이 학교에서 밥먹는 일에서는 차별이 없도록 하자는데 공감, 무상급식 4개년 로드맵을 작성하기로 협의했다.

 이 협의에 따라 무상급식 첫해인 2011년엔 군지역 초ㆍ중ㆍ고교생과 시 지역 읍면 초ㆍ중학생 등 18만 7천 명이 혜택을 받았다. 2012년에는 읍면 지역의 모든 초중고교생 등 총 학생의 56%인 26만 5천여 명이 무상급식 대상이었다. 2013년에는 도내 전 초등학생을 포함 전체 학생의 67%에 해당하는 30만 5천여 명이 무상급식 혜택을 받고 있다.

 무상급식 4개년 로드맵이 끝나는 2014년에는 도내 시 지역 전 중학생을 포함하는 등 83%에 해당하는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시행할 계획이었다.

 무상급식은 예정대로 시행돼야 한다. 예산 핑계로 아이들 무상급식을 축소해 점심을 굶는 학생들이 나온다면 이 책임은 누가 져야 하나? 도민과 시민인 학부모가 낸 세금이 적지 않은데 ‘공짜점심’ 한 끼 먹인다고 재정이 당장 파탄 날 일 아니라면 밥값부터 계산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선거 때는 표를 얻기 위해 ‘무상급식’하겠다고 했다가 이제 와서 돈 없어 못 하겠다고 하면 누군들 그런 공약 못 하겠나.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할 의지가 없다고 봐야 한다.

 학부모가 모진 바람맞아 가며 일터에서 일하는 것도 아이들 때 굶기지 않기 위해 하는 일 아닌가! 어렵고 가난했던 시절. 점심 굶는 아이가 있어 담임교사가 자신의 도시락을 내주고 수돗물로 배를 채웠다는 이야기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경남도, 도교육청 양 기관은 자꾸 딴소리하지 말고 아이들 밥부터 먹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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