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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묻고싶다 "안녕들하십니까"
정말 묻고싶다 "안녕들하십니까"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3.12.22 2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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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재 근 본사 전무이사
 "안녕들하십니까?"란 대자보의 질문이 긴 울림을 낳고 있다. 철도 파업,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밀양 송전탑 공사 등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며 고려대학교에서 시작된 대자보 열풍이 사회 각 분야로 확산되는 등 온ㆍ오프라인에서 거센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안녕들하십니까?"는 팍팍한 삶의 탓인지 나만의 안녕으로 사회적 문제에 대해 침묵 또는 무관심한 이 시대 청년과 소시민들을 흔드는 `바람`이 돼 `안녕하지 못하다`는 자각의 메아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자보라는 단어는 1950년대 중국의 여러 정치세력이 대중 선전용으로 써붙인 벽보에서 유래했다. 조직 내부 소식지나 성명서는 소자보, 대중에게 알리기 위한 벽보는 대자보라 했다. 1966년 마오쩌둥이 톈안먼 광장에서 수십만 명의 홍위병을 선동하며 중국을 `문화혁명 광풍`으로 몰아넣을 때 활용한 것도 `사령부를 포격하라`는 대자보였다.

 1871년 프랑스 사회주의자들의 파리코뮌과 1917년 러시아 혁명도 길거리 벽보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원래는 인쇄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뉴스나 공지사항을 알리던 게 대자보였다. 로마에서는 카이사르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우리나라의 대자보는 예로부터 벽보(壁報), 방문(榜文), 민방(民榜) 등으로 불리며 시대의 양심을 밝혀왔다. 그리고 대자보가 붙을 때 마다 사회적으로 크고 작은 문제가 있었다. 국민들의 마지막 소리이기 때문이다.

 대자보가 크게 유행한 때는 1980년 민주화의 봄 이후, 학생운동의 상징처럼 번져간 것이 대자보다. 당시 5공 집권층의 비리 등 제도언론이 실상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사건의 문제점 등을 낱낱이 직시, 시대의 양심을 밝히는 횃불이었고, 독재 정권을 향해 던지는 항변의 글로 관심을 폭발시킨 게 대자보다.

 그 후 학생운동의 퇴조와 함께 사라졌던 대자보는 몇몇 학생들이 개인적 소신을 밝히는 장으로 활용함으로써 주목을 받은 적은 있지만 이번 같이 큰 반향은 없었다. 최근 사회적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안녕들하십니까?`란 대자보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발언이지만 집단이 아닌 개인의 소신을 밝히는 형태라는 점에서 새로운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대자보에 대한 폭발적 호응은 제각각의 이유로 안녕들 하지 못한 우리사회 현실을 반영하는 현상일 따름이다. 대학생만이 아니라 중ㆍ고등학생, 중ㆍ노년층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국외 교민ㆍ유학생들도 합류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들을 안녕하지 못하게 만드는 정치ㆍ경제ㆍ사회적 이유들이 각계각층에 널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경남도내 K, O대학교 등에도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가 찢어진 뒤 `안녕 합니다`란 글로, 또는 훼손되는 경우가 잦다한다. 또 J여고 등에 붙여진 대자보는 학교 측에 의해 철거되는 등 경남도교육청은 대자보가 나붙을까봐 안달이다.

 이런 일들은 자기와 다른 생각을 경청하거나 최소한 표현할 권리조차 인정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편협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기성세대는 이들의 주장에 관심을 가져야한다.

 페이스 북 등 SNS를 통한 소통이 활발한 시절에 대자보가 주목받는 것은 세상을 향해 홀로 광야에서 외치는 것과 같은 비장함을 느낄 수 있는 그 독특한 매력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과거 학생운동에서 유행했던 대자보가 부활한 걸 보면 정말 시절이 수상한가 보다.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는 정치권, 변변한 일자리를 마련은커녕 폭탄을 돌리는 무능한 지도층,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외면하는 기업, 성적과 돈에 굴종하게 가르치는 기성세대 모두가 공범이다. 따라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또 사실 관계 왜곡, 정치적 선동 등의 꼬리표를 붙이기에 앞서 젊은 세대들의 분노와 좌절에 대한 책임의 상당부분도 기성세대의 잘못이기 때문이다. 묻고 싶습니다. 안녕하시냐고요. 정말, 무탈하게 잘 살고 계시냐고 묻고 싶습니다. 남의 일이라 외면해도 문제없는가를 묻고 싶습니다. 혹은 사회적인, 정치적인 현안에도 목소리를 높이지 못하고 무관심이란 자기합리화 뒤로 물러나 계신 건 아닌지 여쭐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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