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2:02 (금)
개혁을 개혁하라
개혁을 개혁하라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4.01.19 2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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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칼럼 본사 전무이사
 고려 말 정도전은 권문세족의 논밭을 몰수, 백성들에게 재분배하는 정전제도를 현실에 옮기고자 개혁을 주창했다. 하지만 기득권층의 반대로 수포로 돌아갔다. 그는 고려를 타도하고 그 꿈을 실현하려 이성계를 도와 조선왕조를 일으켰지만 ‘왕자의 난’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개혁이란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정치ㆍ사회상의 구(舊)체제를 합법적ㆍ점진적 절차를 밟아 고쳐 나가는 과정이지만 쉽지가 않다. 전 인도 수상 네루는 ‘정치란 국민의 눈물을 닦아 주는 것’이라고 했다. 개혁의 대상임에도 정치란 게 되레 기득권층의 보호막이 돼 번듯하게 판치는 세상이니 국민의 눈물을 닦아 주기란 쉽지가 않다.

 따라서 정부가 추진하려는 비정상의 정상화는 편법, 반칙 등 불공정한 거래가 판치는 사회, 과거로부터 지속되어온 잘못된 관행과 비리, 부정부패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편법이 법ㆍ질서보다 편하다는 의식이 국민의식 속에 적잖이 퍼져 있고, 법ㆍ질서가 사회지도층과 일반 국민에게 고무줄처럼 달리 적용돼 온 문화가 법ㆍ질서 준수 의식을 해친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잘못된 관행에도 그들 기득권층의 보호막이 걷히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성인남녀 81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정상적인 절차나 법보다 편법에 의존하려는 경향’ 여부를 묻는 질문에 85.7%가 그렇다고 답했고, 이런 이유로는 ‘법 규정이 모호하고 단속 기준도 오락가락하므로’라는 응답(25.7%)이 가장 많았다. 또 ‘편법을 통하면 문제가 빠르고 쉽게 해결되므로’(23.0%) 등이 뒤를 이었다. 이런 경향은 크고 작은 부패를 낳는다는 것에도 ‘김영란 법’등이 방치되는 등 그 정점에 있는 게 정치다.

 특히 지난 총선과 대선 때 정치권은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국회는 200가지에 달하는 과한 특권과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내려놓기는커녕 돈 한 푼 내지 않고 연금을 챙기려는 것 등 제몫만 더 챙기는 게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이 같은 ‘비정상의 정상화’는 나라를 바로세우는 일로 늦었다지만 정부가 대대적인 개혁에 나선 것은 다행이라 하겠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설정한 10대 분야는 복지급여 등 정부지원금 부정수급 근절, 공공부문 방만 운영ㆍ예산낭비 근절, 세금ㆍ임금 등의 상습 체납ㆍ체불 근절, 법질서 미 준수 관행 근절, 각종 사기ㆍ불법 명의도용 근절, 일상생활 불합리 관행 근절, 기업 활동ㆍ민간단체 불공정관행 개선, 정치ㆍ사법ㆍ노사 분야 비생산적 관행 등이다.

 척결대상 핵심과제들은 죄다 진작 뿌리를 뽑았어야 할 마땅한 우리 사회 악습들로 국민적 공분을 산 것이다. 우리가 늘 접하는 세금ㆍ임금 등의 상습 체납ㆍ체불, 관혼상제 등 일상의 불합리한 관행이나, 기업 및 민간단체의 불공정 관행 등도 서로 잡다하게 얽히고설켜 있다.

 공공기관 및 대기업의 고용세습, 문화재 부실관리, 보험사기, 은행의 꺾기 관행, 갑을 관계, 즉 본사와 대리점 간 불공정 거래관행 등은 손봐야 할 대표적인 폐단으로 지목됐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국회의 과도한 증인출석 요구, 면책특권 등을 비롯한 정치 분야의 비생산적인 관행도 포함됐다는 점이다. 정치 분야 개혁은 시급한 과제지만 과한 특권에는 손도 못쓴 게 사실이다. 여론압박을 가해서라도 반드시 고쳐야 할 과제다. 또 사회지도층의 특혜성 가석방, 해외 방문 시 재외공관에 대한 과도한 지원요구 등 잘못된 관행에도 반듯한 듯 설쳐대는 꼴사나운 과제들을 나열하지면 끝도 없고 개혁대상도 시급하지 않은 것이 없다.

 문제는 얼마만큼 성과를 내느냐다. 개혁 주체가 개혁대상인 경우도 허다해 제 머리 깎듯 소홀하거나 나아가 자기보호의 덫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늘 과제는 선정해 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해 왔던 것도 개혁의지 박약의 문제여서 완전히 근절하겠다는 담대한 의지가 요구된다. 잘못 박힌 전봇대는 물론이고 대못이나 손톱 밑 가시까지 뽑아낼 것은 뽑아내야 한다. 이것이 곧 나라를 바로 세우는 위한 일이다.

 600년 전 정도전이 추구하려한 균등한 사회가 개혁이다. 그는 나라의 주체인 백성의 마음을 얻는 방법은 낙생(樂生)에 있다 했다. 즉 백성이 행복하게 잘살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정상화 해 북돋아 주는 게 정치란 것이다. 비정상의 정상화는 곧, 99%인 백성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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