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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맘과 한국의 교육열
타이거 맘과 한국의 교육열
  • 강한균
  • 승인 2014.03.09 2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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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한균 인제대 국제경상학부 교수
 최근 자녀교육에 자율성과 소통을 존중하는 스웨덴 등의 북유럽 스칸디 맘과 엄격한 스파르타식의 타이거 맘의 논쟁이 일고 있다. 중국계 미국인 에이미 추아 예일대 법대 교수가 큰딸을 하버드와 예일대에 동시 합격시키면서 강압적인 교육방식의 장점을 자랑했다. 이에 영국 타임스는 ‘타이거 맘은 잊어라. 스칸디 대디가 온다’라고 맞섰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자녀교육에 아빠보다는 엄마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오죽하면 자녀가 공부 잘하는 필수 조건에 엄마의 정보력에 아버지의 무관심이 들어갔겠는가.

 자율고를 없앤다는 정부정책, 서울대가 문과생, 의대 지원을 허용하겠다는 발표도 엄마들의 시위로 한 번에 무산됐다. 영어 사교육과 선행학습 금지를 위해 올해 영어 수능을 쉽게 출제하겠다고 하자 고2에 올라가는 자녀를 둔 엄마들은 영어 사교육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벼르고 있다. 왜냐하면, 금년 영어 수능이 변별력에 실패했다고 시끄러울 것이 뻔하고 내년도 영어 수능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교육부 정책에 한두 번 속아본 학부모들이 아니기에 이들을 나무라지도 못하는 현실이다.

 선진국들이 1세기에 걸쳐 이룬 경제성장을 한국이 불과 30년 만에 압축 성장을 달성하는 데는 누가 뭐라 해도 교육의 힘이 컸고 한국 엄마들의 세계적인 교육열이 기여한 바를 누구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엄마들의 극성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관심사이기도 하다. 외국에도 경기장에 자녀를 차로 직접 데려다 주고 극성을 부리는 사카 맘, 하키 맘에다 헬리콥터처럼 자녀 주위를 맴돌며 수강신청, 직장 면접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간섭하는 헬리콥터 맘이 있지 않은가.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이 80%를 넘어서면서 교육이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우려가 사회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은 외국인 근로자가 아니면 가동을 멈춰야 하고 목숨을 건 대학입시에 가계의 사교육비는 출산율을 짓누르고 노동인구의 감소는 미래의 국력을 약화시키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말 스웨덴에서는 한국 교육을 높게 평가한 사민당 대표의 견해를 교육부장관이 한국은 결코 롤 모델이 아니며 배울 것이 없다면서 정면으로 반박했다. 한국은 OECD 국가 10대 자살률이 가장 높고, U-21 순위에서도 스웨덴은 2위이고 한국은 24위라는 것이다.

 최근 스웨덴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권력을 쥐었나’라는 저서에서 아이들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스칸디 대디와 스칸디 맘이 버릇없는 세대만 양산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스웨덴 교육의 반성이 일고 있다. 그렇다고 아이들 버릇없는 것이 타이거 맘 사회라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타이거 맘과 스칸디 맘 어느 쪽이 더 나은가는 자녀의 개성 및 특성과 환경에 따라 달라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에이미 추아 교수도 둘째 딸은 타이거 맘 교육으로 실패했다고 하지 않는가.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교육개혁을 외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은 채 학부모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 작금의 교육현장이다.

 인구 천만 명 미만에 국민소득 5만 달러에 근접하며 초등학교 아들과 놀아줘야 한다는 이유로 총리직 제안을 정중하게 거절하는 스칸디 대디 정무장관이 있고 사교육 없이 공교육에만 의존하면서 세계수준을 유지하는 교육 선진국 스웨덴으로부터 우리가 배울 것이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그중에서도 대학 진학은 공부에 재능이 있고 열심히 공부할 사람만 진학해 40%에 불과하고 직업교육과 실용교육이 강조되며 고교 졸업식이 대학졸업식보다 성대히 치러지는 스웨덴의 사회 제도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고교 졸업자가 받는 적은 급여 소득에는 소득세율이 낮고 의사 변호사 등의 고소득자에게는 60%의 고율의 세금이 부과돼 연금의 차이는 있지만 소득 격차가 그다지 크지 않아 굳이 대학진학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의 지나친 교육열을 타이거 맘의 의식 탓으로 돌리기에 앞서 스웨덴처럼 합의된 사회 제도적 시스템의 구축이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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