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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의 ‘구지봉’이 주는 교훈
가야의 ‘구지봉’이 주는 교훈
  • 송종복
  • 승인 2014.04.01 0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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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사)경남향토사연구회 회장
 ‘가락국기’에 따르면 보랏빛 노끈이 하늘에서 드리워져 땅에 닿았고, 그 끝에 붉은 보자기가 달려 있었는데 그것을 열어보니 황금빛 알 6개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알 속에서 6명의 아이가 태어났고 각각 6가야의 왕이 되었다고 한다. 그 가운데 맨 먼저 나온 이가 가락국의 시조인 김수로왕(金首露王)이다. 수로왕이 내려오는 것을 축하하기 위하여 추장(酋長)들과 백성들이 이곳 구지봉에서 춤을 추며 노래를 불렀다는 ‘거북아 거북아(龜何龜何) 머리를 드러내라(首其現也), 만약 내놓지 않으면(若不現也) 불에 구워 먹는다(燔灼而喫也)’라는 구지가(龜旨歌)가 있다.

 구지봉의 구(龜)는 거북이 뜻이고 지(旨)는 왕이 내리는 조서의 뜻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천제의 어의(語義)를 나타내어 붙은 지명인 듯하다. 이때의 가야는 금관가야(김해), 아라가야(함안), 고령가야(함창), 대가야(고령), 성산가야(성주), 소가야(고성) 등의 6가야이다. 이들은 철기문화가 보급되면서 사회통합이 진전돼 변한 소국들이 형성되기 시작했으며, 2~3세기에 이르면 김해의 가야국이 맹주가 되고, 이를 중심해 전기 가야연맹을 형성해 세력이 확대됐다.

 일제 강점기에 조선의 정기가 날 만한 산을 찾아서 산 정상을 끊고, 자르고, 뭉개고, 지우고, 그래도 안 되면 쇠말뚝을 박고, 기름을 끓여서 부었다. 그 예로 남산의 용머리를 깨어 야스쿠니 신사를 짓고, 경주 무열왕의 백호 맥을 끊어 철도를 내어 기차가 지날때 마다 굉음을 울러 민족의 혼을 쫓았다. 뿐만 아니라 부산 용두산의 용두를 짤라 도로를 내고, 심지어 가락국의 시조가 얽힌 구지봉의 목을 끊어 국도를 내어 가락국의 정기를 끊었다. 이와 같이 수로왕 탄강설화가 깃든 구지봉도 1920년경에 마산으로 통하는 도로를 낸다는 명목으로 지형상으로 거북이 목 부분에 해당하는 지맥이 끊겨 구지봉을 두 동강으로 내어 정기를 막았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은 심심하면 임나일본부설을 내걸고 남선경영을 주장하고 있다. 이 설은 4세기 후반(369~562년) 고대 일본의 야마토정권(大和政權)이 백제, 신라, 가야를 정복하고 한반도 남부지역 특히 김해에 임나일본부(任那日本府)라는 관청을 세워 200여 년간 지배했었다는 설이다. 일본 학자들은 이를 기정사실로 인정해 중등학교뿐만 아니라 각종 역사 교과서에 버젓이 기술하고 있다. 이를 근거해 가끔 김해를 식민지로 착각하고 안하무인격으로 대하고 있다. 이런 사연도 모르고 모처에서는 일본문화를 흠모하는 단체가 있으니 필자는 정말 환장할 노릇이다. 이유는 일본인들의 정신 속에 아직도 군국주의 침략의 망령이 다시 살아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우리는 목을 끊는지 70년 지나서야 각성하고 민족정기와 국운을 되찾기 위해 거북이 목을 잇기 시작했다. 1989년 2월에 시작해 1991년 말경에 완공했다.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른 격이 됐다. 목을 이었지만 그 속에 구멍을 내어 자동차가 굉음을 내고 목줄을 울렁거리고 다니는 것은 생각도 못했던지 정기를 찾기보다 도리어 정기가 도망가지 않은가 느껴진다. 원상복귀하려면 우회도로를 내어야지 그것이 그것인지 모르고 한 것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구지봉의 구(九:龜)는 ‘구만리 하늘’을 뜻하는 구가 되고, 지(旨)는 교지(왕명)를 뜻하고, 봉(峯)은 우두머리 즉 지휘자를 말함이니, 이의 뜻을 음미하면 천상의 뜻을 잘 알아 백성을 올바르게 이끌어 나가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 같이 본지의 ‘구지봉’ 칼럼은 하늘의 뜻을 천하의 온 백성에게 유익하도록 전한다는 것으로 풀이하면 될 것 같다. 이제 거북의 목도 이은 지 23년, 성인이 됐으니 옛 가락국의 정기를 되받아 김해시가 경남에서, 더 나아가 전국에서 옛 명성을 울러 국제적인 ‘구지봉 시’가 되기를, 본지의 ‘구지봉’을 통해 그 교훈이 펼쳐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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