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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자율과 정부 규제
시장 자율과 정부 규제
  • 강한균
  • 승인 2014.04.06 2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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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한균 인제대 국제경상학부 교수
 나라 경제의 효율적인 경제활동을 위해서는 가능한 한 자유로운 시장 기능에 맡겨 두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간섭이 바람직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러한 논쟁은 200여 년의 자본주의 역사에서 끊임없이 지속돼 왔고 공방은 아직도 승패가 나지 않은 진행형이다.

 1776년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을 통해 정부는 최소한의 간섭만 하고 모든 것을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 소위 가격 기능에 맡겨야 한다는 자유방임주의를 주창했다. 그러나 1929년 세계 대공황이 발발하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한 케인스학파가 공황을 수습하는 공로를 인정받게 됐다.

 하지만 1970년대 두 차례의 오일 쇼크를 맞이하고 불황 속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스태그 플레이션 앞에서 케인스학파는 무력해지고 시장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시카고학파가 다시 주목받게 됐다. 이들은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과 대처수상을 중심으로 정책화된 신자유주의를 통해 정부 규제철폐, 시장경쟁 원리 중시, 민영화, 반노조, 반복지를 외치게 된다.

 세계화의 물결과 함께 거침없는 질주를 하던 신자유주의는 양극화, 빈부격차 등의 적지 않은 문제점을 잉태했고 월스트리트의 도덕적 해이까지 가세하면서 마침내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했고 유럽의 재정위기로까지 이어지고 말았다.

 시장 자율을 중시했던 시카고학파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의 책임을 뒤집어쓴 채 물러났고 정부 역할을 중시하는 케인스학파의 목소리가 다시 높아졌다. 하지만 물러나는 시카고학파들도 미국의 금융위기의 책임을 정부의 과도한 규제 탓으로 돌리고 유럽의 재정위기는 정부 개입 실패의 좋은 본보기라고 맞섰다.

 최근 박근혜 정부는 ‘규제는 암 덩어리. 쳐부숴야 할 원수’로 규정하고 안 풀리는 규제는 대통령에게 가져오라며 규제개혁 끝장토론을 7시간의 TV 생방송을 통해 방영했다. 중앙부처의 경제 규제 1만 1천건 중에서 10%를 올해 없애고 최소 20% 이상을 대통령 임기 중 철폐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규제를 푸는 중앙ㆍ지방공무원에 대해선 사후 책임을 묻지 않고 장관들의 평가는 규제개혁 실적으로 하겠다고 한다.

 규제개혁에 목소리를 높이는 측은 이번 기회에 수도권 공장 설립 규제 완화와 같은 성역을 손 안대면 끝장 토론은 헛구호에 불과할 것이며 대통령 임기 중 적어도 규제의 50% 이상은 철폐돼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규제가 만들어질 때 그저 만들어진 것은 아니고 입법 당시의 나름대로의 이유는 있다. 모든 규제를 암 덩어리로 간주하고 과도한 방사선 치료를 하면 정상적인 세포를 너무 많이 죽여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뷔페업소가 반경 5㎞ 이내의 제과점 빵만 사도록 거리를 제한한 것과 같은 규제는 시대적으로 분명히 맞지 않다. 끝장 토론에서 중국인들이 국내 쇼핑몰에서 ‘별 그대’ 주인공의 ’천송이 코트’를 구매하기 위해 액티브 X를 깔기에 필요한 공인인증서가 암 덩어리 취급을 받았다. 외국인 구매를 위해 개선해야 할 또 다른 문제이지 공인인증서 자체를 암 덩어리로 간주해서는 안 될 것이다. 1억 건이 넘는 개인 정보가 유출되고 있고 지금도 인터넷 뱅킹이 불안한 마당에 공인인증서까지 없앤다면 과연 인터넷뱅킹을 믿어도 좋을까.

 규제 전문가들은 최악의 규제로 경제민주화 이슈로 제정된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을 꼽았다. 이번 기회에 대형마트들은 형평성을 들어 당연히 규제 철폐를 주장할 것이다.

 규제개혁을 위한 정부의 의지는 높이 살만 하다. 그러나 규제 목표 총량을 미리 정하고 서둘러 목표 달성을 공무원들에게 채근하는 것은 경계할 대목이다. 범국민 규제개혁 심의회를 만들어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히 논의하고 현존하는 규제를 등급별로 분류해 규제개혁의 대상이 20%가 될지 50%가 될지를 그때 가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성과에 급급해 서둘렀던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총체적 부실이라는 감사원 감사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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