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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맹주산을 찾아내라!
구맹주산을 찾아내라!
  • 신은희
  • 승인 2014.04.07 2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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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희 경영학박사/인경연구소장/기업컨설턴트
 ‘다 괜찮은데 왜 안 되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스펙도 인물도 좋은데 취직이 안 되거나, 능력도 성격도 좋은데 결혼을 못하기도 한다. 또 품질도 좋고 서비스도 좋은데 판매가 부진하거나, 경치도 좋고 길도 좋은 데 찾는 사람이 없는 관광지도 있다. 이렇게 미스터리처럼 풀리지 않는 상황은 답답한 의문을 가져온다. 절실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 비유할 적절한 사자성어가 있으니, 바로 ‘구맹주산(狗猛酒酸)’이다. ‘개가 사나우면 술이 시어진다’는 뜻으로 한비자(韓非子)의 외저설우(外儲說右)에 나오는 이야기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때 송(宋)나라의 우화인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술 빚는 실력이 출중한 장(壯)씨 성을 가진 사람이 주막집을 열었다. 술맛은 당연히 최고였고, 술 되를 속이지 않는 정직함과 친절함으로 장사는 잘 될 수밖에 없는 여건이었다. 거기에 손님이 찾기 쉽도록 멀리서도 술집이라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는 깃발까지 높이 세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찾아오는 손님이 없어 술은 이내 쉬어 버리기 일쑤였으며 결국 주막집 문을 닫아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답답해하던 장씨는 궁여지책으로 동네에 사는 지혜로운 노인을 찾아가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그 노인은 “자네가 만든 술은 일품이네. 그런데 자네 집 앞에 개 한 마리가 있지 않은가? 그 개가 너무 사나워 사람들이 가게에 들어서지 못하고, 술 심부름하는 아이들은 멀리 다른 술집으로 찾아가서 그런 것일세”라고 대답했다. 주인에게는 늘 꼬리를 치던 개였지만 마을사람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는 것이다. 도둑을 막아야 할 개가 찾아오는 손님을 쫓아내고 장사를 망치는 진짜 도둑인 된 꼴이다.

 이 우화는 군주가 아첨하는 신하에 포진돼 있으면 훌륭한 인재가 등용되지 못하고, 그 간신배는 사나운 개처럼 활개를 쳐서 결국 군주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뿐만 아니라 나라를 망친다는 데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아주 필요한 교훈을 준다. 오랫동안 준비한 일이 잘 안 풀릴 때가 있다. 그럴 땐 무심히 지나치거나 방치해 둔 미미한 문제가 큰 장벽을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그야말로 등잔 밑이 어두운 것처럼 원인은 내부나 아주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대문 앞의 개 한 마리를 치우는 것처럼 의외로 쉽게 해결이 가능한 일이 많다.

 또 사람이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더라도 사나운 개의 요소까지 함께 있다면 그는 이미 쉬어버린 술과 같다. 이렇듯 한 개인에게서의 맹구(猛狗)는 인간관계나 사회활동을 하는데 매우 치명적이다. 그것은 거부감이 느껴지는 눈빛이나 표정, 대화법일 수도 있다. 거만한 태도나 성의 없는 악수 등, 아주 사소한 매너나 비호감을 주는 특정한 버릇들도 때론 맹구로 작용한다. 또 독선과 아집으로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하거나 일방적으로 이기적인 욕심만 추구하는 것도 그렇다. 자기 안의 사나운 이를 밖으로 하얗게 드러내면 유능한 인재라 할지라도 쓸모가 없다. 특히 그가 어떤 리더의 위치에 있다면 더욱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조직이나 기업도 다를 바 없다. 사나운 개 한 마리 때문에 망하는 경우가 흔하다. 좋은 목표를 세우고,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마케팅전략을 세웠더라도 단 하나의 잘못된 요소가 전체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그 맹구적인 요소는 내외부에 매우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을 개선하는 데는 생각보다 그리 많은 노력이 필요치 않다. 강점과 기회 요소를 키우고 활용해야 하지만, 약점, 특히 위협요소를 빨리 찾아내서 보완하고 제거해 나가는 노력이 성패를 좌우한다.

 지금부터 찾아내자! 나, 그리고 우리 조직, 우리 기업의 ‘구맹주산’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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