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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예찬
걷기 예찬
  • 정창훈
  • 승인 2014.04.10 2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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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김해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흔히 지혜인의 건강 3요소로 꾸준한 운동으로 몸 건강을 챙기고, 명상ㆍ기도 그리고 긍정적인 감정조절로 마음 건강 지키기, 학습을 통한 관계건강 유지하기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운동이다. 특히 일상의 걷기는 최적의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4월은 걷기 좋은 계절이다. 따스한 햇살 아래 만개하는 꽃들의 축제로 발길 닿는 곳마다 ‘자연의 축복’이 가득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전국이 온통 걷기 코스로 변하고 있다.

 허준은 일찍이 ‘동의보감’에 “약보보다 식보, 식보보다 행보가 낫다”는 문구를 남겨 어떠한 약과 음식보다도 걷기가 최고의 보약임을 알렸다. 옛날 임금 평균 수명이 45세 정도인 것은 행보를 안해서이다. 인생 100세 시대 걷지 못하면 끝장이다. 비참한 인생의 종말을 맞게 된다. 걷고 달리는 활동력을 잃은 것은 생명유지의 마지막 기능을 잃은 것이다. 걷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잃어버리 듯 다리가 무너지면 건강이 무너진다.

 종일 컴퓨터 작업을 하다가 밤 10시가 넘어 퇴근을 하려고 차에 올랐다가 다시 차를 학교 내에 주차하고는 집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차로 30분 거리를 두 시간 반이 걸려 집에 도착했다. 이 시간을 온전히 소유하고 시간이라는 권력을 장악하고 의기양양하게 걷는 자신이 한없이 소중해 보였다.

 천천히 빠르게 걸으면서 학교 정문의 내리막을 걷고 평지를 걷고 다시 오르막을 걷고 걸으면서 우아한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 두 손과 발이 자유롭게 움직이고 입과 눈과 귀도 세상과 소통하고 있었다. 세상의 다양성과 아름다운 모습을 만나고 보고 느끼면서 걷고 걸었다.

 현자인 허준은 걷기를 육신의 보약으로만 말하였을까. 길을 나서면 발길을 올려놓은 곳마다 선조들의 발길과 손길의 흔적이 남겨진 역사의 현장이다. 자연스레 문명의 이기에 의지해 채찍 가하듯 내달려온 삶의 여정에서 잃었던 자아를 회복하고 심신도 강건해진다고 생각하니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느리게 걷는 즐거움’의 저자 다비드 르보르통은 ‘길을 걷는 사람은 자기 시간의 유일한 주인’이라며 갈수록 번잡해지는 세상에서 자기만의 길을 되찾으려 노력하는 사색의 편린들을 소개하고 있다.

 요즈음 도구를 이용하는 것에 익숙한 터라 ‘걷기’가 새로운 발견인 듯 새삼스레 법석이다. 원래 짐승들은 달리고, 새는 날고, 인간은 걸었다. 진화를 거듭하다 보니 인간만이 기구를 탔다. 그런데 다시 걷자고 야단들이다. 그 열풍의 원인을 추적하면 단연 ‘건강’이다. 불필요한 삶의 기름기가 빠지는 건 또 다른 이점이다.

 어떤 길을 걷고 어떤 풍경을 만나더라도 길을 걷는 다는 건 내 두발을 움직여야 한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고, 한 발짝도 건너 뛸 수 없다. 그래서 길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같이 걷는 사람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순위를 매기거나 경쟁하지 않는다.

 매 순간 최고의 결과를 얻는 사람들의 비밀 ‘빌 게이츠는 왜 생각주간을 만들었을까’의 저자 데니얼 포레스터(Daniel P. Forrester)는 ‘세계적인 예술가들과 석학들은 생각에 깊이 몰두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적극 활용한다, 글로벌 CEO들은 모두 ‘걷기’ 마니아다, 걸으면서 자신의 일과 삶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따라서 역설적이지만 속도가 중시되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1분이라도 더 우리의 생각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속도의 노예가 되고 만다’며 일과 삶의 최고 전략을 짤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명쾌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김해 올레길에는 1길은 찬란했던 금관가야의 문화와 현대적인 도시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해반천과 가야의 길’, 2길은 ‘허황후 신행길’로 황옥공주가 가야에 처음 들어선 망산도와 유주임을 시작으로 초례를 치뤘다고 전해지는 흥국사를 지나 잠들어 있는 수로왕과 수로왕비릉에 이르는 길, 3길은 ‘봉하마을 대통령의 길’로 고 노무현 대통령이 다니시던 생태 산책길인 봉화산 숲길과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100선에 선정된 화포천 습지길, 4길은 숲길마라톤이 열리는 ‘분산임도길’, 5길은 ‘신어산 종주길’, 6길은 ‘무척산 생철리길’, 7길은 가야유적을 탐방할 수 있는 ‘가야사 누리길’, 8길은 ‘서낙동강 들길’, 9길은 ‘용지봉길’ 코스로 9길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필자는 세상에서 생각하고 배워야 할 것을 모두 걸으면서 얻는 것 같다. 길에서 마주치는 모든 것이 나에게는 인생을 가르쳐 주는 스승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스승을 만나러 시간이 허락하면 걷고 또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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