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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지역 휴유증 심각하다
경선지역 휴유증 심각하다
  • 이명석 기자
  • 승인 2014.05.06 2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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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석 기자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도내 몇 지역에서 흑색선전, 금권선거 등 불법 선거운동으로 심각한 경선 후유증을 앓고 있다. 이번 선거만은 예전의 진흙탕 싸움을 연출하지 않고 아름다운 승리와 승복을 기대했지만 결국 헛물만 켜게 됐다. 지방선거에서 시장·군수가 되고 시·군의원이 되는 것은 개인적으로 보람있는 선택이다. 지역민을 위한 봉사의 자리로 나아가는 건 큰 영광이다.

하지만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쟁취에만 몰두한다면 봉사의 자리의 개인 권력의 자리가 된다. 이미 당 경선에서 보여준 여러 예비후보들의 말과 행동은 개인의 영달만 바라지 지역민을 위한 봉사를 펼치겠다는 생각은 별로 없는 듯 하다. '모로 가나 기어가나 서울 남대문만 가면 그만이다'는 생각이 팽배하다. 예비후보들 가운데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는 심사를 보인 경우도 많았다.

도내 정가에서는 새누리당이 재·보궐선거, 본선 경쟁력 약화 등의 위험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특정지역은 무공천 방안을 적극 검토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말 치른 하동군수 새누리당 후보 경선의 경우 7일 현재 금품살포로 선관위, 경찰, 검찰 등 관계기관에 접수된 고발건수는 드러난 것만 무려 5건이며, 후보비방 및 허위사실 공표 등 흑색선전으로 고발된 건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창원지검 진주지청에서는 이미 다수 경선후보의 선거 관계자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으며, 향후 수사 방향은 경선을 치렀던 세 후보 모두에게로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에서는 새누리당 강세지역인데도 불구하고, 본선에서는 경선을 치르지 않은 무소속 후보가 유리할 뿐아니라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재·보궐선거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참으로 한심스럽다. 지금 들리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선거는 하나 마나다. 이런 오물을 뒤집어쓰고 당선이 된들 지역민들이 이런 시장과 군수를 올바른 시장·군수로 볼 지도 의문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하동군처럼 경선이 치열했던 지역은 금권선거 등으로 인해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며 "결국 전국적인 상황을 고려해 당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경선후보 및 지역민간의 갈등으로 인한 본선 경쟁력 약화와 당 후보의 재·보궐선거 가능성 등을 감안해 무공천도 고려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무공천지역으로 선정해 당후보의 낙선 등 당에 가해지는 위험요소를 사전에 제거하고, 재·보궐선거라는 부담을 덜며, 나아가 새누리당 텃밭이라는 이점을 통해 당선된 여권성향 무소속 후보 영입이 실익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에서는 이번 선거에 처음으로 도입된 상향식 공천이 준비부족, 유권자 인식 미성숙 등으로 인해 당내 갈등은 물론 금권선거를 부추긴다는 지적에 따라, 도입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지방자치제가 부활된 후 20년이 지나 성년기로 접어들었지만 선거운동은 나아진 게 없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장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많지만 거기에 걸맞은 인물이 드물고, 중앙당은 지방자치제가 뿌리내려 지역 발전을 가지오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자기 당 소속 후보가 당선되는 데만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다.

당마다 후보가 거의 확정됐다. 이제부터라도 당은 무조건 붙고보자는 식보다 주민들에게 '정치 봉사'를 극대화시킬 수 있게 후보를 알려야 한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또 다른 불미스러운 말들이 나오면 이는 20년 지방자치가 자꾸 퇴보해 아이들의 치기 어린 행동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그러면 모든 지역민을 참 불행하게 된다.

아이가 다 큰 줄 알았는데 겨우 걸음마를 뗀다면 그를 보는 부모의 마음은 오죽할까. 안절부절못하는 부모의 심정이 지역 유권자들의 마음이다. 여전히 한 마을에 사는 사람이 선거에 나와 표를 부탁하며 돈을 건네는 데, 돈을 받았지만 마음이 얼마나 불편할까. 그렇다고 냉정하게 뿌리치자니 뒤통수가 간지럽다.

금품살포가 여전하다. 밝혀진 건수만 해도 특정 지역에 5건이 넘는다. 이는 봉투를 돌리는 예전의 관행이 많다는 방증이다. 현재의 지방자치의 수준이 이 정도라고 생각하면 지난 20년은 '잃은 시간'이다. 선거 후보자의 생각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선되면 되고, 유권자는 슬쩍 건네는 봉투는 잘 챙기면 된다는 나쁜 공식이 아직도 유효한 게 사실이다.

이번 6·4 지방선거의 선거사범이 본선에 들어가기도 전에 지난 선거사범 건수를 육박하고 있다. 그만큼 경선이 혼탁하게 치러졌다. 앞으로 본 선거가 걱정이다. 지금 믿을 수 있는 것은 유권자의 부릅떤 눈이다. 이 눈이 초롱초롱 빛날 때 지방자치는 사그라지지 않고 그나마 뿌리를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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