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23:57 (금)
도민 바람 무시되는 선거판
도민 바람 무시되는 선거판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4.06.01 22: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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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경남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밀양에 남부권 신공항이 준공돼 하늘길이 열린다면…, 하늘 길은 경남을 중심으로 호남과 부산, 대구경북, 울산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길이 열리는 것을 전제로 한다. 경남에 사통팔달의 교통망이 형성된다면 그 길을 중심으로 경남은 추풍령 이남의 새로운 관문으로 거듭날 것이다. 또 논란거리인 마산의 바닷길도 문이 열릴 것이다.

 밀양에 신공항이 들어선다면 이 같은 변화로 인해 경남은 수도권과 대칭되는 또 다른 국가발전의 축이 되는 기회의 땅으로 변하게 된다. 그로 인한 인프라는 기대 이상일 것이다.

 그런데 지방선거가 요동치 듯 다시 떠올라야 할 신공항 추진동력이 정치판에 흔들릴까 걱정이다. 새누리당이 28일 부산 가덕도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를 열었다. 친박 핵심이라는 새누리당 서병수 부산시장 후보가 무소속 오거돈 후보와 접전을 벌이자 이를 지원한다는 명분이었다. 당이 경합 지역 후보를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대책위 개최 장소가 가덕도라는 데 문제가 있다. 마치 당론으로 가덕도 신공항 유치를 지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신공항 건설은 영남권 5개 시도의 합의로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결정돼야지 어떤 정치논리도 개입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절대적인 전제 조건이었다.

 이는 MB정부 때 정치논리와 수도권의 방해공작에 휘둘려 건설 자체가 백지화되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은 뼈아픈 교훈이다. 그러나 대책위를 가덕도에서 열면서 부산을 제외한 나머지 4개시ㆍ도민 모두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런 오만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4개 시도 광역자치단체장은 무시하고 홀대해도 몰표를 줄 것이라는 확신에 바탕한 것일 게다. 특히 후보들이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것은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공당(公黨)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곳에서 공식회의를 열고 책임 있는 당직자들이 부산을 제외한 경남과 대구ㆍ경북지역민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경도(傾度)된 발언을 마구 내뱉은 것은 부산 말고는 안중에 두지 않은 행동이었다.

 부산의 선거상황이 아무리 심각하더라도 해선 안 될 금도(襟度)가 있는 법이다. 선대위 회의에서 나온 발언들도 가관이다. "부산이 홍콩ㆍ싱가포르처럼 되지 못하는 것은 공항이 없기 때문"(나경원 선대위 부위원장), "가덕도 신공항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의 수요조사 결과가 7~8월께 나오면 입지타당성 조사를 하는데 그때 심오한 정치력이 발휘돼야 한다. "오늘이 신공항 건설의 사실상 첫 삽을 뜨는 날로 믿는다"는 등 가덕도 지지발언이 노골적으로 쏟아졌다.

 부산 출신 의원들은 신공항 유치를 다짐하는 결의문까지 발표했다. 자신감의 발로(發露)냐`는 항변(抗辯)이 목젖까지 치솟아 올라온다. 경남과 대구ㆍ경북은 신공항 입지와 관련해 지역갈등이 심각하고 국민통합을 훼손하는 일까지 벌어지자, 공정한 심사를 전제로 그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신사(紳士)적, 대의(大義)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지 않은가.

 남부권 신공항의 입지로 인해 지역 갈등과 분열이 조장된다면 이는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기 때문이다. 가덕도 선대회의는 책임 있는 공당의 처신이 아니었다. 경남과 대구경북은 신경 안 써도 언제까지나 지지해주는 텃밭이 아니다. 더 이상 민심을 자극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데도 경남정치권은 꿀 먹은 벙어리다. 부산국회의원들은 발 벗고 나서는데 경남 출신 의원 대부분은 강 건너 불구경하는지, 꿀 먹은 벙어리인지 말 없이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구경북과 울산의 민심이 출렁이는 것에 있다. 밀양에 신공항이 유치돼야 한다는 목소리는 부산 가덕도보다는 밀양이어야 공동의 발전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 같이 중차대한 사안임에도 경남의 국회의원들은 이 같은 회의가 부산에서 열리는 것을 몰랐는지 아니면 알고도 방관했는지 사전에 막지 못했다. 경남이 정체와 퇴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본인들은 펄쩍 뛰겠지만 드러난 게 그렇다.

 몰라서 막지 못했다면 무능이고, 알고도 막지 않았다면 자신들을 국회의원으로 뽑아준 경남도민들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배임(背任)이다. `민심은 물과 같아 배를 잘 가게도 하지만, 배를 뒤집기도 한다`는 남명 조식 선생의 `민암부`를 깊이 되새길 일이다.

 겨우내 불어대던 세찬 바람이야 봄바람에 밀려났지만 (총선)선거 때 부는 경남도민의 바람은 드셀 기세다. 국회의원 배지만으로 행세하려 한다면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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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ar316 2014-06-08 10:21:00
밀양으로 신공항이 가면 공동발전보다 적자공항이 1 개 더 생겨나겠죠. 대구공항도 적자인데 밀양에 무슨 기대가 큽니까? 김해공항은 부산이 국제도시라서 500억 이상에 흑자를 내는데, 가덕도로 이전하면 흑자가 거의 확실합니다. 참고로 울산에서는 부전마산선이 완공된뒤 10km 부산신항선을 확장하면 가덕도로 도달하는데 울산에서 밀양하남읍의 철도 접근은꿈도꾸기 힘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