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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탐험가 도용복 ‘땅끝을 가다’ - 과테말라
오지탐험가 도용복 ‘땅끝을 가다’ - 과테말라
  • 도용복
  • 승인 2014.07.23 2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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먀야 숨결이 그대로 숨 쉬는 곳'
▲ 중미에서 제일 아름다운 고대 도시였던 안티구아. 화산의 분출로 한때는 버려진 마을이었으나 지금은 멋진 관광명소로 탈바꿈했다
자연이 보여주는 한 편의 영화 감상할 수 있어

 마야 문명과 인디오의 나라로 불리는 과테말라는 국토의 3분의 2가 산악지대이며 많은 활화산이 산재해 있다. 마야 문명을 중심으로 번영했었지만 마야문명이 멸망한 후 1524년 스페인에 정복돼 300년간 스페인의 식민지였고, 1821년 독립, 1938년 연방 해체로 과테말라 공화국이 됐다.

 온두라스 국경을 넘어 과테말라로 가는 길에 해변가에 있는 마을을 찾았다. 이곳 사람들의 주식은 또르띠아. 옥수수 알을 갈아서 반죽을 한 뒤 호떡을 만들 듯 넓고 얇고 둥글게 편 뒤 불에 구운 다음 여러 가지 야채를 돌돌 말아 먹는 음식인데 엘살바도르에서는 뿌뿌사라고 한다.

 예전에는 집집마다 직접 만들어서 먹었지만 요즘은 거의 거리노점에서 아침을 먹는다. 재밌는 점은 음식을 포장하는 재료가 일회용품이나 그릇이 아니라 넓은 바나나 나무 잎을 사용하는 것. 방부제가 전혀 들어있지 않은 먹거리와 환경오염이 되지 않는 포장재까지 웰빙이 따로 없다.

 과테말라의 큰 마을에서는 일주일마다 한 번씩 장이 선다. 일요일 장이 있는가 하면 수요일, 금요일에 장이 서는 동네도 있다. 장터엔 별의 별것이 다 나온다. 아띠틀란 호수에서 잡은 생선과 양고기, 돼지고기가 매달리고 야채, 토마토와 감자 등 온갖 먹거리가 펼쳐진다.

 원주민의 생활에서 빠지지 않는 것으로 사탕수수가 있다. 과테말라는 사탕수수 농사를 많이 짓기 때문에 사탕수수 즙을 내 음료수 대용으로 마신다. 사탕수수 한 줄기를 기계에 넣고 즙을 짜면 한 컵 정도 받을 수 있다. 당도가 높을 뿐 아니라 그 맛이 담백해서 갈증을 해소하기엔 그만이다.

▲ 원주민 아이가 직접 사탕수수를 짜고 있다. 사탕수수와 커피가 과테말라의 주요 수확물이다.
 유명한 관광도시이자 옛 과테말라 왕국의 수도인 안티구아는 중미에서 제일 아름다운 고대 도시라고 한다. 안티구아는 화산의 분출로 한때는 버려진 마을이었으나 지금은 멋진 관광명소로 탈바꿈했다. 아담한 궁궐을 연상하게 하는 스페인식의 전통 가옥과 화산 속에 남은 귀한 유적들로 이뤄진 곳으로 스페인어를 배우기 위해 과테말라에 온 어학연수생들이 여행 차 이곳을 들렀다가 이곳의 아름다움에 발목 붙잡히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과테말라는 3천 년 전 마야인의 숨결이 그대로 숨 쉬고 있다. 마야문명을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곳이 페텐의 정글에 있는 띠깔(Tical) 국립공원. 3천 개나 되는 크고 작은 건축물이 밀림 위에 떠 있는 섬처럼 땅 위로 솟아 있는 곳. 바로 마야 특유의 모양을 한 계단식 피라미드 신전들이다. 과테말라 북부 정글에 묻혀 있어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아주 멋진 곳이다. 원숭이들이 요란스럽게 밀림 속을 휘저으며 돌아다니고 신기한 새들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며 청개구리 울음소리가 이를 한층 더해주면서 이곳이 신성한 땅임을 알려주고 있다.

 띠깔은 낮은 언덕에 자리 잡고 있으며 주변은 낮은 저지대로 늪지가 둘러싸고 있다. 아마도 이런 환경 때문에 기원전 700년 전에 마야인들이 이곳을 택했는지도 모른다. 그들이 정착하고 200년쯤 됐을 때 띠깔의 마야인들은 신전을 짓기 시작했고 기원전 2세기가 돼서는 다양한 건축물을 남겼다.

 띠깔의 전성기 때 인구는 수만 명이 넘었으며 도시가 번성해 나가면서 영토는 넓어져 갔고 약 16㎞의 공간 내에 3천여 개의 건축물이 있었다고 한다. 10세기에 들어서면서 띠깔의 마야문명은 붕괴됐고 주민들도 모두 사라져 버린 채 지금과 같이 정글 속에 우두커니 있게 된 것이다. 17세기 후반에 스페인 선교사에 의해 우연히 발견됐으며 아직도 발굴 작업과 조사가 진행 중에 있다.

 정글 속에 숨어있는 신전들 중 높은 것들은 정글 수풀 위로 머리를 삐죽 내밀고 있어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다. 꼭대기 마다 일몰 때가 되면 숲과 유적들 사이로 지는 태양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몰린다. 자연이 보여주는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하다 보면 석양의 여운을 아쉬워하며 어둠이 찾아오는 것도 잊어버리게 된다.

 마야인들의 엄청난 건축술에 감탄하다 그 멋진 광경들을 놓칠 수가 없어 사진을 찍다 해가 넘어 어두워지는 것도 모르고 길을 잃어버렸다.

▲ 마야문명의 띠깔 유적. 마야 특유의 계단식 피라미드 신전 등 3천개나 되는 크고 작은 건축물이 밀림 속에 자리잡고 있다.
 가로등도 없고 깊은 밀림 속이라 길을 놓치니 찾을 방법도 없고 앞이 막막하다. 겁도 없이 혼자서 여기저기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닌 것에 대한 후회가 밀려들며 정글 속에서 미아가 되는 것이 아닌가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무조건 일행이 간 듯한 길로 달려 내려가다 멀리서 한 무리의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리자 겨우 이제 살았다는 생각이 들며 다리가 풀렸다.

 그날 밤 캄캄한 정글 속에 혼자 버려졌다면 길을 잃고 헤매다 정글의 굶주린 짐승의 밥이 됐든지 아니면 띠깔의 신전에 웅크리고 앉아있다 오래전 사라져 정글 깊숙이 숨어있던 마야인들을 만나볼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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