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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기운 서린 눈꽃 속에 비우며 오른다
강원도 태백시 소도동 태백산
2015년 01월 21일 (수)
김봉조 7618700@kndaily.com
   
▲ 트레커들이 하얀 도화지가 눈부심으로 펼쳐진 태백산 눈길을 내려 오면서 담소를 즐기고 있다.
유일사 매표소~당골 광장 11.2km 4시간 30분 소요
‘설ㆍ래ㆍ요’ 축제 내일 팡파르 저체온증 대비 옷 잘 갖춰야

 흙의 기운이 모여 산이 됐다 한다. 그 산을 이루는 기운 위에서 소망을 품으면 어둠을 깨우는 해가 하늘에서 내려와 따뜻하게 원하는 것을 골고루 나눠주는 산이 있다. 겉은 강하나 속은 한없이 자비롭고, 높고도 신령스러워 예로부터 천년병화(千年兵火)가 들지 않는 한민족의 영산(靈山)인 태백산(太白山)이다. 겨울바람이 스치는 매서운 추위는 강원도 땅을 밤사이 내린 분설(粉雪)이 채워놓아 태백고원을 지나는 차량들을 앉은뱅이 걸음으로 쉴 새 없이 붙든다. 가까스로 도착한 화방재 아래 유일사 주차장부터는 하얀 도화지가 눈부심으로 펼쳐진다.

 트랙의 시작은 해발을 890m까지 성큼 올라온 유일사 매표소다. 태백시에서 입장료와 주차장을 관리하는 통제소를 지나니 이어지는 순탄한 트랙은 워밍업하기 안성맞춤이다. 유도사 산장 갈림길을 지나자 간밤에 내린 눈이 미끄러운 발걸음을 부자연스럽게 내딛게 하며 온몸을 긴장시킨다. 경사를 높이며 유일사로 향하는 임도 길을 굽어 오르니 해발 1천200m 지점에서 좌측으로 ‘천제단 2.1㎞, 탐방로 샛길’이란 새로운 현수막이 걸려있다. 예전에 유일사 고개쉼터 직전에서 정상으로 오르내리는 길을 정체 없이 통행시키기 위함인지, 조금은 빨리 정상으로 이어지는 트랙이 나 있다.

 호기심 반으로 낯선 샛길 첫 번째 현수막에서 5분여 오르면 ‘유일사 매표소 2.4㎞, 탐방로 샛길’이란 두 번째 현수막을 만난다. 이곳이 옛길과 만나는 지점으로 기존 트랙과 교차되며 통행이 원활하게 연결돼 있다. ‘태백산 자연(주목)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마음’ 안내판을 지나니 눈꽃을 뒤집어쓴 주목들이 설화경(雪花景)으로 다가온다. 간간이 지나는 찬바람에 손끝이 애리지만 눈앞에 보이는 설화의 오묘함에 추위쯤은 뒷전이다. 정상부를 목전에 둔 안부는 기이한 형상의 주목들이 온갖 포즈를 취하며 얼른 자신의 몸을 탐닉해주길 유혹하고 있다.

 바람의 끝자락을 향해 말갈기를 세운 상고대는 키를 낮추며 옹기종기 넓고 푸른 하늘과 바람을 연다. 마치 사슴 무리의 뿔처럼, 심해의 산호초가 자란 듯 기기묘묘한 형상으로 햇살에 투영된 눈부심에 빨려든다. 정상 능선을 열기 직전 등을 돌려 조망되는 백두대간 함백산은 또 다른 설레임으로 긴 발길을 갈망하는 동기부여로 전율한다. 봄이면 태백산을 붉게 물들이는 철쭉들 위에 계절을 뛰어넘어 이토록 짤막하면서도 강렬한 만화경을 만들어 주리라 어찌 알았을까! 밤새 몰아친 바람에 윙크하며 유행가 한 구절 흥얼거리니 태백능선에 다다른다.

 세찬 바람이 품어준 투명한 상고대를 뒤로하니 광대무변(廣大無邊)한 설능과 티 없이 맑은 하늘이 열린다. 어떤 이가 하늘 높은 이곳에 치성을 드렸을까? 예로부터 태백산은 영험한 기운이 있는 곳이기에 하늘을 섬기고 하늘을 닮고자 했던 우리 민족의 DNA가 핏줄 속에 서려 있는 곳이다. 또 한편으로 샤머니즘을 통한 의사소통을 갈망하는 민간신앙의 성지이기도 하다. 2시간여면 닿는 정상부 능선은 한반도의 등뼈이며 백두대간의 허리다. 산객은 하늘과 가장 가까운 정상 장군단에서 빛 따라 흐르는 설국을 품고 을미년 새해 뜻깊은 삶을 다짐하고 더 넓은 산하(山河)를 품어 본다.

 신라시대부터 천신과 단군을 아울러 모셨던 태백산 정상부 능선에는 천제단을 중심으로 북쪽에는 장군단, 남쪽에는 하단을 두고 있다. 하늘에 제사를 지낸 천제단은 신령스런 곳으로 아홉 단으로 돌을 쌓아 올리고, 신역(神域) 위에 붉은 글씨로 한배검(단군을 높여 부른 말)이란 지석을 세워 놓았다. 겨울철, 순백의 산 너울이 하늘과 땅의 경계마저 모호하게 뿌려놓지만 맹주인 태백산을 위해 도열해 있다. 북쪽 함백산을 기점으로 시계방향으로 돌아보면 육백산, 백병산, 삼방산, 청옥산, 각화산, 선달산, 매봉산이 에워싸고, 마치 든든한 호위무사들이 겹겹이 경계를 서고 있는 형국이다.

   
▲ 올해 태백산 눈꽃축제는 ‘설ㆍ래ㆍ요 2015 태백, 추워서 더 재미난 곳’이란 주제로 23일부터 2월 1일까지 열린다. 사진은 축제 포스터.
 하늘의 기운과 통했다면 천제단 아래 태백산 대형 정상석을 지나 당골로 하산길을 잡는다. 이 지점부터는 경사진 내리막을 디딜 때 미끄러운 재미보다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아이젠과 스틱을 꼭 사용하길 권한다. 100m 내려서면 계유정난 때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찬탈 당하고 영월 땅에 유배돼 사약을 받고 승하한 어린 단종이 백마를 타고 태백산에 와 산신이 됐다는 현몽이 있어, 그 원혼을 위로하기 위해 세운 단종비각을 볼 수 있다. 1천300년 전 자장율사가 창건한 만경사에는 천제 때 제수로 사용하는 용정(龍井)이 있어, 달고 찬 물맛은 한국의 명수(名水)에 손꼽힌다.

 만경사에서 직진으로 500m, 10분여 내려가면 반재 삼거리에 닿는다. 이번 트레일에서 가장 주의해야 될 갈림길이다. 자칫 직진하면 백단사 매표소 방향으로 잘못 내려설 수 있기에 편백나무 숲길로 이어진 우측으로 내려서야 한다. 망경사에서 정가바우골 물길을 만나는 첫 번째 다리까지 ‘썰매금지’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있다. 이는 비료포대나 비닐을 준비해 와서 엉덩이 썰매를 타다 다른 사람과 부딪치거나 트랙을 이탈해 골절상을 입는 등 안전사고가 잇따르기 때문이다. 즐기는 사람은 재미있을지 몰라도 눈길이 서툰 트레커들에겐 위협적인 행동이기에 삼가하는 게 좋을 듯하다.

 좌측 병풍바위를 지나 당골을 끼고 내려오는 계류 주위에는 상수원 보호구역을 알리는 표지판과 부자연스런 출입차단시설물이 태백산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설치돼 있다. 평탄한 트랙이 끝나고 우측 계단 위로 국조단군의 영정을 모신 단군성전이 자리하고, 이내 눈꽃축제에 선보일 눈 조각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트랙의 종점인 당골 광장 매표소 좌측에는 석탄 박물관과 눈썰매장이 위치하고, 다양한 이벤트로 2015년 태백산 눈꽃축제 준비에 한창이다. 올해, 태백산 눈꽃축제는 ‘설ㆍ래ㆍ요(雪ㆍ來ㆍ樂) 2015 태백, 추워서 더 재미난 곳’이란 주제로 이달 23일부터 2월 1일까지 10일간 열린다.

 겨울 설산(雪山)을 따뜻하고 재미있게 즐기려면 무엇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바람에 노출되지 않는 의류의 선택과 보온과 투습이 잘되는 기능성 의류로 땀을 잘 배출시켜 저체온증(Hypothermia)에 노출되는 것을 막아야 된다. 땀을 너무 많이 흘리면 몸에 수분이 증발해 열량을 빼앗겨 체력이 급격히 저하되고, 탈진과 무기력감으로 이어지면서 움직임이 둔해져서 최악의 경우 저체온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웃도어 의류를 껴입는(Layering system) 법을 잘 알고 대처하면 겨울 산을 찾을 때 자신감을 갖게 된다.

 아웃도어 열풍이 불면서 너나 할 것 없이 브랜드 의류 한 벌쯤은 입고 다닌다. 하지만 정작 겉치레에 치중하다보니 속옷(base wear)의 중요성을 생각하지 않고, 일상에서 입는 면 소재를 입고 산에 가는 분들이 많다. 면은 땀을 흘리지 않을 때는 따뜻하지만, 땀에 젖으면 잘 마르지 않고 축축한 상태로 체온을 급격히 뺏어간다. 땀에 노출되는 아웃도어 활동 시, 속건성과 보온성이 뛰어나고 항균성이 겸비된 소재의 기능성 속옷을 권한다, 겉옷은 기능성을 입었는데, 속옷 선택을 잘못하면 체온 조절에 실패해 곤란에 빠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등산 의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보온과 통기성이 좋은 중간 옷(middle wear)은 잘 챙겨 입으면서 겉옷(outer wear)을 착용하는 방법을 잘못 알고 있는 분들이 예상외로 많다. 바람막이나 고어텍스는 운행할 때 입고, 다운 자켓은 쉴 때나, 식사 시간에 입는 게 좋다. 어떤 분들은 다운 자켓을 입고 땀을 뻘뻘 흘리며 운행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나중에 통풍이 안 돼 다운까지 젖어 버리면 어찌할 건지? 강설이나, 강풍에 겹쳐 입어야 할 때는 다운 자켓은 안쪽에, 바람막이나 고어텍스는 바깥에 입는 게 효율적이다. 땀이 많이 나서 체온이 상승할 때는 가끔씩 지퍼를 열어 인위적으로 체온을 발산시키는 방법도 권한다.

 중요한 것은 땀에 젖지 않도록 잘 입고, 잘 벗는 것과 악천후에 체온이 노출돼 저체온증이 오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눈에 젖을 것에 대비해서 모자, 장갑, 스카프, 양말 등은 여벌로 준비해서 다니고, 여유로운 산행 계획으로 일몰 전 하산하기, 적당한 식사와 행동식 섭취로 체력 유지도 필수이며, 특히, 동계 필수 장비인 아이젠, 스펫츠, 알파인 스틱은 상시 점검, 준비돼 있어야 하며, 빠른 일몰에 대비해서 랜턴과 휴대폰 여유 배터리는 항시 갖춰져야 한다. 안전 산행을 위한 사전 준비와 장비와 의류의 올바른 활용법의 실천이 산에서 자신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글 : 김봉조 낯선트레킹 대장
 사진 : 최찬락 Mnet트레킹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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