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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는 누구 탓인가
아동학대는 누구 탓인가
  • 김명일 기자
  • 승인 2015.01.30 0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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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일 문화ㆍ체육부장
 “언론이 일부 자질 없은 ‘폭력교사’의 범죄를 전체 어린이집 교사들이 폭력을 하고 있는 듯 싸잡아 비난하니 보육교사들이 ‘쪽팔려서 못하겠다”고 말한다.

 “이 보육 교사들이 떠나면, 누가 어린이집 아이들을 돌볼 것인가.”

 김해시에서 20년째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 어린이집 대표의 말이다. 그는 “CCTV 영상을 누구든지 수시로 열람하게 한다는데, 이런 상황에서 누가 어린이집 교사를 하겠는가라며 CCTV설치만 할 게 아니라 보육료 현실화 등 정부의 어린이집 지원 약속도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정어린이집(0~3세)의 보육료가 3% 올랐고 5~7세 어린이 집은 5년째 보육료가 동결돼 있는 상태다”고 말했다. 또 “이런 상태에서 교사 처우개선 하라는데, 문을 닫는 게 났지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 이런 식이라면 그만두고 싶다”고 밝혔다.

 정부와 국회는 어린이집을 탓하기 전에 정부 정책실패는 없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인천 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건이 논란이 되자 정부와 국회는 마치 모든 잘못이 어린이집 교사들에게만 있는 것 처럼 몰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현실을 만든게 바로 정부와 국회다. 영ㆍ유아는 인성이 잘 갖춰진 자격있는 교사에게 맡겨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무자격자가 어린이집 원장과 교수가 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정부는 맞벌이 가정이 늘고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보육기관을 늘려야 하는데 정부예산으로 감당이 안되자 보육을 민간 어린이 집에 맡겼다. 이렇게 해서 늘어난 어린이집이 1993년 5천 곳에서 2015년 4만 3천 곳(8.6배)으로 급증했다. 어린이집이 우후죽순처럼 급증하는 과정에서 인성을 못갖춘 교사를 걸러내는 장치도 없이 ‘무자격교사’가 대거 어린이집 교사가 되고 아동학대로 이어진 꼴이다. 어린이집 관련 정부 정책을 들여다 보면 정부가 어린이집만 탓할 수 없다.

 CCTV 설치 의무화는 신중해야 한다. 보육과정이 투명하고 공개화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하지만 CCTV설치 의무화는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인권ㆍ사생활침해의 논란이 될 수 있다. 모든 어린이집에 CCTV설치 의무화는 과거 추진과정에서도 인권ㆍ사생활 침해 논란으로 입법화되지 못한 전례가 있고, 사각지대의 행위는 노출이 안 되는 한계가 있는 만큼 오히려 실효적인 보육과정의 투명화와 공개화 방안이 필요하다.

 국공립 유치원 및 어린이집 증설, 보육교사 양성 및 자격체계 등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처우 개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맞벌이 부부 등 자녀의 가정교육과 보육이 어려운 많은 학부모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좋은 환경을 갖추고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유치원과 보육시설임에도 국공립유치원 및 어린이집의 공급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는 시설의 양적팽창에만 치우칠 것이 아니라 국공립유치원 및 어린이집 증설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나 정부 지원이 있다 하더라도 직접 영유아를 보육ㆍ교육하는 교사의 자질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특히 급조된 처방이나 사후처리보다는 궁극적으로는 보육을 교육의 문제로 인식하고, 나아가 교육의 질을 주도하는 교사의 질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현재 보육교사 자격은 실습과목의 이수의 충실성, 학생 대 지도교수의 비율 등의 면에서 양성과정의 문제점이 여러 면에서 지적돼 왔으며, 상대적으로 쉽게 취득할 수 있는 만큼 유치원 교사에 비해 처우 또한 열악한 상태다.

 보육 교사 질 제고를 위한 양성체제 정비 및 재교육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현 양성 과정에서 유명무실화된 인성ㆍ적성 교육을 강화하고, 현장 실습 과정에서 부적격자를 걸러내는 장치를 보완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보육교사와 유치원교사 자격의 법적 기본 교육과정 최소 학점, 교직 학점, 전공 과목 강조 영역 등에 존재하는 차이를 감안, 유보의 양 측면을 상호보완한 양성교육과정을 구안해 통합된 교사자격을 마련하고, 온라인ㆍ교육원 등의 양성과정은 폐지하고 재교육 기관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와 여야는 가정 보육ㆍ유아교육이 가능한 환경 마련하고 가정양육과 보육시설 지원금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맞벌이 부부는 예외지만, 가정양육과 유아교육이 가능한 가정조차 보육시설 및 유치원에 보내는 경우도 많은데 그 원인은 정부의 지원금 격차에서 기인하기도 한다. 저출산 위기를 극복한 유럽서구 선진국들은 보육시설 의존에서 벗어나 ‘영아기 내 아기는 내가 돌본다’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돼 있다. 시설보육에 대한 일정 금액 일괄 지원에서 벗어나 부모의 양육 방식 선택의 폭을 넓히는 장치가 필요하다.또 보육료 기준 현실화, 교사 대 아동비율 조정, 보육서비스 질 평가 중심으로의 평가인증제도 개선, 보육과정에서의 학부모 참여 유도 등을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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