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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섬 지심도, 파도소리 벗삼아 농염한 동백꽃에 빠지다
4월까지 적기… 걷고픈 길 선정 선착장 출발 5.9㎞ 2시간 30분
배편 예약ㆍ방한ㆍ방풍 재킷 필수
2015년 02월 04일 (수)
경남매일 7618700@kndaily.com
   
▲ 트레커들이 지심도 동백숲길을 걸으며 소담스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걷는 것은 온전한 내 몸의 힘과 자유로운 의지로 움직이는 인간의 일차적인 행위다. 걸음을 옮기며 내가 살아있는 존재라는 것을 확인하고 증명한다. 자신이 깨어있음을 자연과 우주에 보내는 떨림 같은 외침이다. 고요한 숲길에서 맛있는 바람이라도 만나면 생각을 흔들어 깨워주는 생명의 울림이 된다. 존재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자문자답을 열어, 일상에서 잊혀졌던 근원적 물음을 풀 수 있는 지혜를 주며, 살아있는 세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를 깨닫게 하는 감사함과 희망의 힘을 되찾게 한다.

 뭍으로 부는 바람이 제일 먼저 꽃소식을 알리며 젖은 몸을 털며 일어서는 섬이 있다. 남녘의 끝, 거제도 장승포에서 뱃길로 15분이면 닿는 지심도(只心島)에 동백꽃(冬栢花) 화심(花心)을 만나러 이른 봄 마중을 나섰다. 동백(冬栢)은 한겨울부터 꽃을 피우기 때문에 옛사람들은 추위를 견디는 꽃이라 해서 그 기개를 높이 찬양하며 매화와 함께 귀히 여겼다. 옛 선비들은 소나무, 대나무, 매화나무를 세한삼우(歲寒三友)라 칭하고, 여기에 동백을 더해 엄한지우(嚴寒之友))라 치켜세웠다.

 고려시대 문장가 이규보(李奎報)는 한시에서 최초로 동백을 읊었다. 그는 동백화(冬栢花)라는 제목의 시(時)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복사꽃 오얏꽃 비록 아름다워도 / 부박한 꽃 믿을 수 없도다 / 동백은 아리따운 맵시 없지만 / 추위를 견디기에 귀히 여기도다 / 여기에 좋은 꽃 달린 나무가 있어 / 눈속에서 능히 꽃을 피우도다 / 곰곰이 생각하니 잣나무보다 나으니 / 동백이란 이름이 옳지 않도다’ 이는 동백꽃이 우리나라 문헌상에 등장하는 최초의 기록이기도 하다.

   
▲ 30년 이상된 고목에서 핀 동백꽃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동백섬 지심도를 찾으려면 거제시 장승포동에 있는 지심도 터미널(055-681-6007)에 문의를 하고 찾는 것이 좋다. 지심도로 들어가는 정기 도선은 평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2시간 간격으로 있고, 장승포로 나오는 시간은 오전 8시 50분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역시 2시간 간격으로 있다. 성수기(7월 25일~8월 15일)와 토ㆍ일ㆍ공휴일에는 증회 운항을 한다. 요금은 왕복요금으로 대인 1만 2천원, 소인 6천원이며, 기상악화 시 운항시간이 변경될 수 있다.

 지심도는 거제시 일운면 옥림리에 속하는 11만 평의 작은 섬으로 하늘에서 내려다본 섬의 모양이 마음 심(心)자를 닮았다 해서 지심도(只心島)라 불리우고 있다. 거제 8경의 하나로 전국의 걷고 싶은 길 17선으로 선정됐으며, 동백꽃이 피는 12월~4월이 파도소리 벗삼아 지심도 동백꽃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시기로 꼽힌다. 난대성 수목인 동백은 제주도를 비롯한 남해안 어디서나 흔하게 보지만, 지심도에 자생하는 동백숲은 현재 국내에서 원시 상태가 가장 잘 유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심도는 인공미 없는 천혜의 자연 휴양림이다. 농염한 동백꽃 빛을 감상하며 걷노라면 푸르름의 숨결로 빚어낸 오솔길과 파도의 철썩거림이 만든 해안 절벽을 만나고, 쪽빛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작은 초원에 선다. 붉은 꽃송이가 수북하게 깔린 동백숲 터널도 지나고, 아름드리 동백나무 상록수에 둘러싸인 아담한 민가 앞을 지나면 잠시 쉬어가고픈 느낌이 정겹다. 한 줄기 햇살도 스며들지 못할 울창한 상록수림에 들면, 끊임없이 들려오는 동박새와 직박구리 노랫소리는 선회하는 감흥에 젖게 한다.

 장승포에서 동백섬 2호를 타고 도착한 지심도 트랙은 둥근 무인 휴게실과 화장실이 있는 선착장에서 시작된다. 선착장에서 200m 올라 동백 하우스 펜션에서 우측 해피하우스 민박집 마당을 지나 지심도 자가 발전소 앞에서 해안절벽 이정목을 따라 내려서면 마끝에 닿는다. 마주하는 건너편 해안 능선에는 지세포성을 필두로 지세포 봉수대, 와현 봉수대가 이어지고 끝점에 서이말 등대를 낳는다. 해안가에는 석유공사 비축기지가 자리하고 깎아지른 절벽은 망망대해를 가로막고 있다.

 마끝 해안에서 돌아 나와 포진지 가는 해돋이 민박 마당에는 동백꽃을 주워 모아서 하트 모양의 포토존을 연출해 놓았다. 프랑스 알렉산드르 디마(Alexandre Dumas)의 소설 ‘동백 아가씨’가 베르디(G. Verdi)에 의해 오페라로 만들어졌다. 낭만적인 사랑의 꽃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가 ‘춘희(椿姬)’인 것이다. 애절한 순애보적 사랑의 대명사처럼 불리 우며 떨어져 나뒹구는 동백꽃의 처량함을 생각하다 보면 처절한 사랑의 아름다움 앞에 잠시 아찔한 시선을 빼앗긴다,

 경사가 완만한 시멘트 포장도로를 3분여 오르면 국방과학 연구소 사거리다. 여기서 정면으로 폭신한 숲길에 접어들면 태평양 전쟁 때 일본군에 의해 만들어진 군사 시설인 2개의 포진지와 탄약고를 만날 수 있다. 탄약고 안에는 일제 강점기 일본군의 포대 설치 상황과 지심도 주민들의 생활 사진이 전시돼 있다. 털 머위가 지천인 숲길을 다시 거슬러 나와 동백터널로 트랙을 옮긴다. 시멘트 포장이 끝나는 지점에는 새로 지어진 목조 화장실과 흔들의자가 있는 넓은 활주로가 시야를 열어준다.

   
▲ 동백꽃의 꽃말처럼 뚝뚝 떨어진 동백꽃을 보면 마음이 애잔해진다.
 활주로를 지나면 지심도 트레일의 최고 백미인 동백터널을 지난다. 하늘도 바다도 보이지 않는 동백나무 숲에는 햇빛 한 점 들지 않는다. 해안선 전망대 0.8㎞ 지점 삼거리에서 그물 울타리가 쳐진 텃밭을 만난다. 좌측에 대숲을 끼고 부드러운 흙길을 지나면 일본군 서치라이트 보관소를 지나고 친환경 야자수 매트길이 이어진다. 편의시설에서 100m 내려서면 지심도 끝점인 전망대에 다다른다. 북쪽으로 눈길을 옮겨보면 출발지였던 장승포항과 방파제 끝 등대가 마주하며 늘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섬끝 전망대에서 시리도록 푸른 바다를 담았다면 이제 돌아 나와야 할 시점이다. 텃밭이 있는 삼거리에서 우측에 대숲을 끼고 조금씩 내려선다. 샛끝 민박과 지심도 여행 민박이 있는 아래에는 일본군 등화소 소장의 사택과 노천카페가 지세포 방향 탁 트인 조망을 열어놓고 있다. 80여m 따라 걷다보면 우측 대숲 사이로 내려서는 소로길을 만난다. 몽돌 해변 내려가는 길이다. 해안 갯바위를 만나는 지점에는 안전 로프가 설치돼 있고 이번 트레일에서 바다를 가장 가까이 만나는 지점이다.

 명칭만 몽돌해변이지 몽돌은 얼마 없는 해안을 뒤로하고 다시 올라선다. 헬기장과 활주로로 이어지는 좌측 오름길을 만나고 노랑바위 낚시터 입구를 지난다. 이어서 얕은 언덕을 넘으면 처음 들머리에서 만났던 동백 하우스 펜션을 다시 만난다. 여기서 200m 내려서면 트랙의 시작과 끝점인 지심도 선착장이다. 트랙의 연결은 선착장~마끝~포진지~동백터널~활주로~섬끝~몽돌해변~동백하우스~선착장, 5.9㎞로 쉬엄쉬엄 걸으면 2시간 30분이다.

 도선이 운항하는 시간이 주중에는 2시간 간격이고, 주말, 휴일에는 1시간 간격이니 조절을 잘하면 합리적인 거제 여행이 되리라 본다. 입춘도 맞이하고 겨울을 참고 넘긴 동백 꽃망울들이 따스한 봄볕을 기다리며 개화를 서두르고 있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일깨워 주는 새봄의 첫 트레일로 거제 지심도를 추천한다. 탐방 날짜가 정해지면 배편 예약하고, 기상 확인하고, 변덕스런 봄바람을 막아 줄 방한ㆍ방풍 재킷 챙기고, 쓰레기는 꼭 되가져 오라 당부한다.

 글 : 김봉조 낯선트레킹 대장
 사진 : 최찬락 Mnet트레킹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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