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8:33 (토)
‘난리 벚꽃장’
‘난리 벚꽃장’
  • 황철성 기자
  • 승인 2015.04.01 2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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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철성 제2사회부 부장
 4월이 되면 전국에서 진해의 벚꽃을 보기 위해 모여든다.

 여인들은 이맘때면 설레는 마음으로 연인과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한 여행길에 오른다.

 진해 벚꽃은 일본의 강제 합병 후 진해에 군항을 만들면서 군대 정원목 및 도시 미화용으로 심기 시작했다.

 광복후엔 일제의 잔재로 여겨 마구 베어내기도 했으나 1962년 박만규, 부종유 두 식물학자가 왕벚나무의 원산지가 제주임을 밝혀지면서 벚나무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다.

 군항제는 광복 이후 1952년 해군 창설 5주년을 기념해 처음으로 이순신 장군 동상이 북원로터리에 제막 되고 추모제를 지내오다 1963년부터 진해 군항제 축제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현재 진해의 벚꽃나무는 36만 그루에 이르며, 진해 벚꽃은 꽃잎이 크고 화려한 게 특징이다.

 2012년 미국 CNN방송이 선정한 한국명소 50선에 진해 여좌천 벚꽃과 경화역 벚꽃이 올라져 있다.

 여좌천에는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코스로 ‘로맨스 다리’가 있다. 2002년 김하늘과 김재원 주연의 드라마 ‘로맨스’ 촬영장소 유명해져 선남선녀들이 짝을 찾기 위해, 혹은 둘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다리를 메운다.

 올해 여좌천에는 예쁜 하트장식과 형형색색의 우산이 가득 펼쳐져 있어 벚꽃과 어우러진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경화역 철길 주변 벚꽃터널로 열차가 진입할 때를 기다리는 상춘객들은 그 순간 환호성을 지른다. 자주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원철 스님은 여좌천과 경화역을 비교해 철길 아래 ‘지는 꽃’과 물길 위 ‘피는 꽃’ 즉 낙화와 개화 이미지를 대칭한 미학으로 표현했다.

 벚꽃은 활짝 피어 일주일에서 길면 보름 정도 고운 빛깔을 뽐내다 봄바람에 눈처럼 내려앉으니 엔딩도 화려하다.

 통합 창원시가 되기 전에는 벚꽃이 필 시기를 맞춰 개막했지만 통합 이후부터는 군항제 일정이 4월 1일로 못 박혔다.

 매년 군항제 기간에는 진해를 찾는 수백만 명의 상춘객들로 꽃보다 사람이 많다는 소리가 나온다. 이 기간 동안 사람들은 걷는 게 아니라 흘러다닌다.

 따라서 군항제 기간에는 사람과 차들로 북적거려 발 디딜 틈이 없는 곳이라고 일컬어 ‘난리 벚꽃장’을 연출한다.

 경상도 사람들은 실제 군항제보다 벚꽃장이 훨씬 친근하게 들린다.

 벚꽃장은 군항제가 열리는 공간과 시간을 가리키는 한편 인산인해의 대명사이기도 한다.

 벚꽃장 기간이 되면 수백만 명의 상춘객들이 좁은 시가지에 몰리기 때문에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다.

 이 난리 속에 난장까지 서면서 갖은 물건들과 음식을 파는 장터들이 벚꽃장의 한 풍경을 장식해 왔다.

 축제와 시장은 불가분의 관계로 벚꽃장도 하나의 장터를 일컫는 말이 아니던가. 떠들썩하고 시끄러운 불조합된 장터가 난리벚꽃장이 아닌가 싶다.

 이젠 빠른 도심화로 옛 추억의 장터 분위기는 사라져 가고 있다. 각설이 타령 등 시끌벅적한 장터는 필요악인가? 10일간의 배려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반세기를 넘은 새로운 개념의 ‘난리 벚꽃장’은 다시 찾고 싶고 많은 추억을 담아 갈 수 있는 벚꽃장이 됐으면 하는 바램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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