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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남은 식민잔재 청산
아직도 남은 식민잔재 청산
  • 김용구 기자
  • 승인 2015.04.23 2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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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구 사회부 기자
 올해는 광복 70주년이다. 그러나 우리 생활 곳곳에는 일제가 심어놓은 잔재가 아직도 남아있다. 가장 대표적인 말이 국민이다. 이 말은 원래 황국신민의 준말이지만 모르고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 지난 1996년까지 국민학교란 말이 쓰이다가 초등학교로 바뀌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국민이라는 말은 여전히 우리 입에 오르내리고 있으며 고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여자이름 뒤에 ‘자(子)’자가 붙는 것을 비롯해 우리생활 전반에는 헤아릴 수 없는 일본말, 식민사관, 지명 등이 스며들어 있다.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일제 시대의 문화를 청산하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는 일본은 어떨까? 한국은 경제대국의 반열에 오를 정도로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지만 일본은 그것이 자신들이 남겨 놓은 문화 탓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까? 일본이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기고 역사교과서를 통해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 일본의 탓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런 가운데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밀양시가 일제시대에 개명돼 쓰이고 있는 ‘천황산(天皇山)’ 명칭을 원래 고유지명인 ‘재악산(載嶽山)’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천황산은 원래 500년 넘게 재악산으로 불렸지만 일제 강점기 때 식민화 정책으로 바뀌었다. 현재는 재악산 주봉을 천황산 사자봉으로 부르고 제2봉을 재약산 수미봉으로 불러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밀양시는 이들 명칭을 원래의 이름으로 되돌려 혼란을 줄이고 식민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나섰다. 명칭 변경 여부는 도 지명위원회와 국가지명위원회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지난 1995년에 명칭 변경이 추진된 적이 있지만 유보된 바 있다.

 아직 방안을 검토하는 단계에 머물고 있어 변경될지 미지수이지만 이런 시도 자체가 칭찬받아 마땅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비슷한 예로 지난 2005년에는 광복 60주년을 맞아 일제식민잔재 중 대표적인 유산으로 뽑힌 영산강의 명칭을 변경하려고 했지만 무산된 적이 있다. 시민제안공모로 추진됐지만 막상 문헌을 수집해 보니 조선시대부터 널리 사용된 우리 전통적인 지명인 것으로 확인된 탓이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도 있는 사건이었지만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했다는 것과 일제잔재청산을 위해 노력했다는 이유만으로 의미있는 일이 아니었던가 생각된다. 지금도 연례행사처럼 광복절만 맞이하면 비슷한 일이 벌어지곤 하지만 지속적인 관심이 아닌 단발성 행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나라사랑은 입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문화의 일부분이었던 노예생활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하고 어떻게 애국을 부르짖겠는가? 부끄러운 과거라고 숨기기만 하고 정리하지도 못하면서 한민족으로써의 긍지를 어떻게 가슴에 품을 수 있을까?

 36년간 민족해방을 위해 고초를 겪었던 애국지사들은 나라를 지키며 참혹한 시간을 보냈지만 일본에 빌붙어 부귀영화를 누렸던 매국노들의 자식들은 호의호식하며 해방의 주역이 됐다. 우리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많은 모순들은 식민잔재청산 실패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동감할 것이다.

 이승만 정권 때 정치적 기반이 없어서 친일파를 등용하면서 금과옥조로 이용하던 반공 이데올로기도 마찬가지다. 명칭만 국가보안법으로 바뀌었을 뿐 아직도 악용될 소지가 많다.

 법률용어부터 시작해서 경제용어, 건축 등 우리 문화 전반에는 일제가 남기고 간 잔재들은 너무 많아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과거를 대하는 일본의 잘못된 태도를 탓하기 전에 우리부터 해야 할 것을 끝내야 한다. 우리의 긍지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노력의 시작으로 지금부터라도 바꿔나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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