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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鑑錄(정감록)
鄭鑑錄(정감록)
  • 송종복
  • 승인 2016.01.27 2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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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ㆍ(사)경남향토사연구회 회장
 鄭:정 - 나라이름 鑑:감 - 살피다 錄:록 - 기록하다

 조선중기 이후 민간에 널리 유포된 대표적인 예언서로써 전쟁으로 인한 사회혼란과 극심한 정세가 반영돼, 역성혁명 사상과 현실 부정적 사상을 담고 있다.

 새해가 오면 누구나 마음이 설렌다. 올해 만큼은 어떤 포부와 희망을 갖고 실천해 보겠다는 다짐이다. 그러나 막상 닥치고 보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될지 망설인다. 그러나 공통된 분모는 각자의 미래에 대한 설계이다. 미래는 누구나 알 수 없다. 이에 미래를 점치는 예언서가 있으니 바로 <정감록>이다. 이 책은 이심과 정감이 금강산 비로봉에서 주고받는 말 중에 미래의 변화를 예고한 책으로 이본(異本)이 40여 종 있다.

 ‘태조 왕건’의 드라마에서 ‘도선대사’의 말이 나온다. 왕건의 고려창업을 예언한 바 있다. 선각국사(先覺國師) 김도선(金道先)이 예언한 비기로, 천기를 누설할 수 없어 암호화해 전해진 것이다. 그 천기를 전수한 고승인 도선이 암호로 바꿔 비기로 전했으니 이것이 곧 <정감록>이다. 즉, 기존의 나라가 망하고 새 나라가 탄생하는 데는 하늘의 운이 따라야 한다. 이러한 역사적 조건을 갖추고 있는 비밀문서가 바로 <정감록>인 것이다.

 연산군 이후 국정이 문란하고 임진ㆍ병자의 양란(兩亂), 그리고 이에 따르는 당쟁의 틈바구니에서 조선에 대한 민중의 신뢰심이 극도로 쇠퇴했다. 장래에 대한 암담한 심정을 이기지 못할 즈음에 당시의 애국자가 민중에게 희망과 위안을 주기 위해 이씨(李氏)가 결딴나도 정씨(鄭氏)가 있고, 또 조씨(趙氏)ㆍ범씨(范氏)ㆍ왕씨(王氏)도 있어서 한 민족을 구원한다는 희망을 불어넣으려는 점에서 이 책을 들먹이었다. 그러나 반면 우매한 백성들이 이 책의 예언에 희망을 걸고 있었다.

 이를 비록 황당한 도참설, 풍수설에서 비롯된 예언이라 하지만 당시 오랜 왕권에 시달리며 조정에 대해 실망을 느끼고 있던 민중들에게 끼친 영향은 지대하였다. 실은 광해군ㆍ인조 이후의 모든 혁명운동에는 거의 빠짐없이 정감록의 예언이 거론되기도 했다. 현재도 전해오고 있는 것은 이들의 문답 외에 도선(道詵)ㆍ무학(無學)ㆍ토정(土亭)ㆍ격암(格庵) 등의 예언서도 있다.

 1920년대 조선총독부의 조사에 따르면, 정감록 신봉자가 수백만에 달했다고 한다. 조선왕조가 멸망되자 신봉자도 없어지고, 금서령도 자동 무효화 됐다. 이로 보아 일제는 조선인에게 일부러 정감록을 들춰 조선인들에게 망국가를 부르도록 부추겼던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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