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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에 즈음하여
어버이날에 즈음하여
  • 김은아
  • 승인 2016.05.02 2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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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아 김해여성복지회관 관장
 할머니 한 분이 빨간 대야에 담긴 딸기를 내미신다. 아들, 며느리가 지난 주말에 어버이날에는 가족여행 간다고 미리 들러 용돈을 주고 가서 한턱 내신다고 하시며 웃으신다. 그 웃는 얼굴에서 쓸쓸함이 묻어난다. 가족여행에는 할머니가 들어있지 않다. 내가 잘못 본 것일까?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자녀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당연한 것인 반면 부모님과의 여행은 연례행사처럼 여기고 있다.

 어버이날은 1913년 미국의 한 여성이 자신의 어머니를 추모하기 위해 필라델피아 교회에서 교인들에게 흰 카네이션을 하나씩 나누어준 일에서 유래된 이후 전 세계에 퍼졌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56년에 5월 8일을 ‘어머니 날’로 지정해 기념해오다가 1973년 3월 30일 대통령령으로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이 제정ㆍ공포되면서 1974년부터 ‘어버이날’로 변경됐다. 이날 자식들은 부모님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선물을 하거나 카네이션을 달아드린다. 또한 정부에서는 어른들을 위한 각종 기념행사를 벌이며, 효자ㆍ효부들을 표창한다. 지역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4월 말부터 거리에는 어버이날 경로잔치 현수막으로 넘쳐난다. 간혹 효도관광을 보내드리는 마을도 있다.

 어르신들은 이날만이라도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반갑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형식적 행사로 인한 불편한 마음을 가지기도 한다. 나이 든 사람을 공경하는 것은 결코, 우리만의 지혜가 아니다. 성숙한 인간이라면 누구나 스스로 깨닫는 지혜인 것이다.

 우리는 한때 노인을 존중하라는 교육을 받고 실천하며 살았다. 내 위의 덕스런 어른들, 가깝게는 나의 어머니의 성실한 모습에서 나이든 분의 지혜를 엿보며 그들을 공경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배웠었다. 그것은 수많은 교과서, 경서 등의 가르침을 통해서가 아니고, 이들 존경스런 어른들과의 만남을 통해, 스스로 배웠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태어나면서부터 받기 시작한 어머니의 사랑은 그토록 익숙했으나 사회에서 응용할 기회가 없어 다 잊어버린 수학의 미적분처럼 경로심도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요즘을 사는 우리는 서양사회의 합리주의 속에서 자기 자신의 이익을 먼저 헤아리는 개인주의 지식을 받아들였다. 너무나 어린 아이들을 유치원이나 기숙사에 보내는 부모들, 자립심을 키운다는 이유로 홀로 경험하게 하는 시간들을 너무 빨리 요구한 생활방식이 세월이 지나 지금 노인들의 외로움 문제를 낳은 원인 중의 하나가 아니었다 싶다.

 그래서 외로운 노인들이 많은 것은 어쩌면 경로사상이 부족하다기 보다는 앞세대의 부모들에게서 사랑받으며 성장한 행복한 젊은이들의 수가 극히 적다는 뜻이 될 수도 있겠다. 즉,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부모들의 교육열이 과다해, 굴절된 다른 형태로 나타난 부모의 사랑이 사회에서 노인들을 무시하며 간과하는 형태로 보여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경로사상’을 경쟁으로 삼게 된다면 어떨까? 인간사회에 해가 될 것 없고 무척 아름다운 것이니 사회의 모범이 돼 이 경쟁을 리드할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쁜 일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많은 성숙한 어른들에 의해 바른 사랑을 받고 아름답게 성장하는 젊은이들이 많은 나라가 돼 우리나라가 ‘경로사상’을 브랜드로 만드는 날을 고대한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공경을 받는 사람들로 가득히 되는 날이 되기를, 경로효친 문화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가치로 이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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