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08:01 (토)
머슴들의 정치
머슴들의 정치
  • 김혜란
  • 승인 2016.09.28 2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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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란 공명 소통과 힐링센터 소장ㆍTBN 창원교통방송 진행자
 국정감사에 대해 오랜만에 관심이 갔다. 국민 스스로는 해결 못할 국가 차원의 문제들이 너무 많아서이다. 각종 TV와 신문은 물론, 국회방송까지 기웃거리고 있다.

 사실, 감사란 말만 들어도 골치가 아프다. 지인들 중에 누군가가 직장에 감사가 있다고 하면 다들 남 일이 아닌 듯 머리를 흔든다. 감사가 있다 하면 개인적인 모임이나 만남, 집안의 웬만한 일도 바로 뒤로 미뤄진다. 그만큼 중요한 일이고 힘든 일인 만큼 감사를 받는 입장에서 만반의 준비는 물론, 감사를 하는 입장에서도 털끝만큼의 오차도 없도록 해야 하는 의무와 책임이 있는 일이다. 하물며 나라 살림에 대한 감사이니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내가 관심 가져서 이 모양인가. 산더미처럼 쌓인 민생문제를 놔두고 여야가 가관이다. 발단은 김재수 농림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부터 시작됐다. 여당의원들은 사라지고 야당만으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해임건의안이지, 해임안은 아니었다. 김 장관의 해임건의안 의결에 대해 대통령이 공식적인 거부 의사를 밝혔다. 김재수 장관은 해임되지 않았고 감사장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받고 있을 뿐이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단식에 돌입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이 말을 문제 삼았다.

 “세월호나 어버이연합, 둘 중에 하나 내놓으라는데 안 내놔… 그래서 그냥 맨입으로… 그래서 그냥은 안 되는 거지.”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회의장이 여와 야의 중재를 위한 말이었다고 하는데, 입장차는 드러나는 표현이다. 이정현 대표는 국회의장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고 하지만 본인이 내놓는다 해도 의장자리가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고 한다. 복잡하다.

 어쨌거나 지난한 정치역사 속에서 이정현 대표와 정세균 의장은 단식에서 만큼은 서로 입장이 바뀌었다. 정세균 의장도 단식한 경험이 있고, 이정현 대표는 국회의원 단식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적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보면 정치는 돌고 도는 물레방아 같고 쇼 같다. 그저 상황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맞춰서 자신들의 입장에 따라 춤추고 노래한다.

 국정감사 파행이 3일 만에 끝나서 망정이지, 감사받을 사람들은 기다리기만 해야 하니 답답해했다. 더 답답한 것은 국민이었다. 당장 해결해 줬으면 하는 민생문제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한진해운 문제와 전기요금 누진제에 건강보험료, 지진 관련 대책에 쌀값 대책, 심지어 치약까지 ‘나 좀 보소’ 한다.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성분이 치약에 들어간 것이 드러나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국정감사만큼 국회가 해야 하는 중요의무가 있을까.

 쌀값을 보자. 농림수산부 소관이다. 올해로 4년째 풍년이 들었다. 그런데 본격적인 쌀 수확기가 다가오지만 농민들 표정은 더욱 어두워지고 불안감은 현실이 됐다. 쌀값은 일반적으로 햅쌀이 막 나오기 전부터 오른다. 그러나 이런 상식은 수년 전부터 통하지 않게 됐다. 올해 역시 쌀값이 오르기는커녕 더 가파르게 곤두박질치고 있으니 농민들 가슴이 어떨까. 누구는 “쌀값이 떨어지면 정부가 다 보전해주는데 뭐가 문제냐? 기계화가 다 돼 있는데 뭐가 문제냐?”며 모르는 소리를 한다. 밥은 덜 먹는데 밥으로 먹을 쌀은 자꾸 수입되고 재고량은 늘었다. 쌀값이 떨어지면 100% 보전도 어렵고 쌀값의 지속적인 하락 때문에 정부 재정운용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쌀을 많이 먹도록 하는 획기적인 방법이든, 쌀로 만든 다른 식품이 대박을 치든, 절대농지를 해지시키든, 농민들의 시름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까. 국민 삶의 뿌리가 뽑힌다. 먹어야 산다. 우리 땅에서 나는 먹을거리보다 우선하는 것은 없다. 아무리 변화를 막을 수 없다 해도 뿌리는 지켜야 한다. 위기가 닥칠수록 더 지켜야 하는 것이 있다.

 규모가 크지도 않고 그냥저냥 버티는 한 집에서 새로 머슴들을 들였다. 살림살이가 좀 나아질까 싶어서다. 그런데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놈들이 하라는 집안일은 하지 않고, 저희들끼리 편을 지어서 싸움질이나 하고 있으면 주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 살림살이 나아지기는커녕, 곧 그놈들 새경도 못 줄 형편이 되게 생겼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성정이 강한 주인이면 당장 두들겨서 내쫓아 버릴 것이다. 착한 주인이라면 회초리를 쳐서라도 일을 하도록 만들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너무 착한 주인이다. 회초리도 들지 않고 그저 잘하도록 지켜보고만 있다. 그런데 이런 주인이 한번 화나면 무섭다. 뒤도 안 돌아보고 짐 싸서 집을 버리고 떠날 수도 있다. 그 무서운 맛을 조금이라도 아는 노련한 머슴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잘 모르는 머슴에게 알려줬으면 좋겠다. 주인은 따로 있다. 너희는 주인 떠난 집에서 그렇게 싸우다가 죽을 거냐고.

 웬 머슴 이야기냐고? 벌써 잊지는 않았을 것이다. 선거 때면 늘 자신이 머슴 하겠다면서 표를 달라던 자들이 누구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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