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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일야방성대곡이 떠오른다
2016년 10월 31일 (월)
박태홍 7618700@kndaily.com
   
▲ 박태홍 본사 회장
 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다. 사실적 표현이다. 근데 이를 모르고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이 나라를 경영한다는 실권자들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대통령도 그렇고 지금 이 나라를 경영한다는 여ㆍ야 정치인 모두 그렇다. 국민들이 할 말을 잃었는데 국정이 농단 당한 것을 보고만 있는 그들이 무슨 할 말이 있단 말인가? 이렇게 국정을 문란케 한 최순실이라는 여성은 누구이며 무엇을 한 사람인지 국민들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언론에 의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사건이 불거지면서 최순실의 모습이 비쳐졌다. 그리고 그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및 성적처리 과정에서 확연히 나타났다. 연이어 불거진 국가문화융숭 사업에서의 국정농단은 국민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그다음이 국가기밀이랄 수 있는 대통령의 연설문 초고가 최순실의 손으로 넘어갔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국민들은 분노하다 못해 패닉에 빠져있다. 그동안 대통령을 보좌했다는 김기춘을 비롯한 역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수석을 포함한 비서관들은 무엇을 했단 말인가? 그리고 지근거리에서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 봐온 그것도 18년 동안을 함께 해왔다는 정호성, 안봉근, 이재만 비서관은 무엇을 했나 묻고 싶다. 최순실을 위해 말 안 듣는 문체부의 고위 공직자들의 목을 쳐내는 데만 몰두하지는 않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대학생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대통령의 하야와 탄핵이 올라있다. 일부 지식인들은 지금의 국내정세를 두고 고려 말 공민왕시절 신돈의 권력남용에 따른 괴기한 정책의 혼란스러움에 빗대기도 한다.

 지금 이 나라는 국민의 나라가 아닌 최순실과 박근혜의 지근거리에 있는 사람들의 나라였다. 모든 책임은 그들이 져야 한다. 청와대 비서진들은 물론 정부각료와 새누리당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다. 근데 지금까지도 어느 누구하나 책임지고 잘못했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박 대통령의 형식적인 사과만 있었을 뿐 그를 보좌한 사람들 중에 어느 누구 하나 용서를 빌거나 잘못을 구하는 사람이 없다. 또 국가혼란을 견제하지 못한 야당도 자유로울 수가 없는데 ‘엎어진 놈 짓밟는 격’으로 대정부 공세만 펼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국정은 움직이고 있다. 경찰은 국민들을 위한 치안유지에 국군은 국토방위에 검찰은 각종 대소사건과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비리를 파헤치고 있다. 그리고 코스비, 코스닥 등 증시도 예전처럼 활발하지는 못하지만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이 나라는 박근혜를 위시한 최순실 그리고 여ㆍ야 정치인들만의 나라가 아니다. 먹고 살기 힘이 들지만 맡은바 직분과 소임에 충실하고 있는 국민들의 나라다. 이런데도 우리들의 심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들만의 나라인 양 울고불고 난리다.

 지금 이 순간 나라를 잃고 통분을 못 이겨 쓴 고 장지연 선생의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이 문득 떠오르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 걸까? 을사조약이 체결된 뒤 고 장지연 선생은 황성신문에 이 같은 사설 ‘저 개, 돼지보다 못한 소위 우리 정부의 대신이란 자들은 일신의 영달과 이익이나 바라면서 위협에 겁먹어 머뭇대거나 벌벌 떨며 나라를 팔아먹는 도적이 되기를 감수했던 것이다. 아! 4천년의 강토와 500년의 사직을 남에게 들어 바치고 2천만 생령들로 하여금 노예 되게 하였으니, 저 개돼지보다 못한 외무대신 박제순과 각 대신들이야 깊이 꾸짖을 것도 없다. 하지만 명색이 참정대신이란 자는 정부의 수석임에도 단지 부(否)자로서 책임을 면하여 이름거리나 장만하려 했더라 말이냐. 김청음처럼 통곡하여 문서를 찢지도 못했고 정동계처럼 배를 가르지도 못해 그저 살아남고자 했으니 그 무슨 면목으로 강경하신 황제 폐하를 뵈올 것이며 그 무슨 면목으로 2천만 동포와 얼굴을 맞댈 것인가. 아! 원통하지고 아! 분한지고 우리 2천만 동포여 노예 된 동포여! 살았는가 죽었는가? 단군 기자이래 4천년 국민정신이 하룻밤 사이에 홀연 망하고 말 것인가. 원통하고 원통하다 동포여! 동포여!’를 게재했다.

 이때가 1905년이었으니 지금부터 111년 전의 일이다. 그때도 언로가 트여 기개 있는 언론인이 일본의 국권침탈에 대한 이 같은 논설을 신문에 게재했는데 지금 이 시대에 우리들은 무엇을 하고 있나? 돌이켜 반성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그들 위정자들의 잘못을 꼬집고 흠집을 찾아 나서기보다는 국운 융숭을 위한 대안제시를 해야 할 때다.

 그리고 거국중립내각이든 특검이든 나라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국격의 위상이 훼손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빨리 최순실 게이트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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