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탄핵에 ‘결사항전’하던 인물들이 이제는 최전선에서 탄핵을 독려하는 모습을 보이고, 반대로 당시 탄핵을 주도한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박 대통령은 이제 탄핵표결의 대상이 됐다.
지난 2004년 탄핵에 대한 찬반이 갈리며 대립했던 이들이 이번에는 한목소리로 탄핵을 찬성하는 등 ‘적’과 ‘동지’가 뒤바뀌는 모습도 연출됐다.
지난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 표결 당시 본회의장에는 박 대통령을 향한 탄핵 반대파 의원들의 고성이 쏟아졌다.
박 대통령은 당시 탄핵안 가결 이후 한나라당이 민심의 역풍에 처하자 당을 위기에서 구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탄핵을 주도한 최병렬 대표 대신 박 대통령을 수장으로 세웠고, 박 대통령은 당사를 천막으로 옮기면서 참회하는 모습을 보이며 효과적으로 당을 추슬렀다는 평가 속에 한층 정치적 입지를 단단히 했다.
그러나 12년이 지난 2016년, 박 대통령은 국회에서 진행되는 자신을 겨냥한 탄핵 표결을 무거운 마음으로 지켜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지난 2004년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이었던 정세균 국회의장은 가장 강력한 탄핵 반대파 중 하나였다. 정 의장은 당시 탄핵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김부겸 의원 등과 함께 의장석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그러나 이제는 정 의장이 탄핵안 가부에 대해 방망이를 두들겨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정 의장의 경우 탄핵안 발의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탄핵안 표결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당시 자신이 행한 ‘점거’ 행위를 이제는 정 의장이 앞장서서 막아야 한다는 것도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정 의장과 함께 강력히 탄핵안에 반대했던 이종걸 송영길 의원 등 다수의 야권 의원들도 이제는 탄핵을 앞장서서 통과시켜야 하는 처지가 됐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의 묘하게 엇갈린 관계도 관심을 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16대 대선을 앞둔 마지막 유세에서 자신의 뒤를 이을 정치인으로 “정동영도 있고 추미애도 있다”고 말해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이후 2004년 탄핵에서 두 사람은 정반대 위치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