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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학기제에도 “빈방 있어요?”
2016년 12월 21일 (수)
김금옥 7618700@kndaily.com
   
▲ 김금옥 김해삼계중학교 교장
 지난 19일 ‘2016 자유학기제(공감) 토크콘서트’가 KBS 창원홀에서 열렸다. 식전행사로 학생들이 재능을 뽐내는 시간이 있었다. 루돌프 사슴 같은 뿔을 일제히 머리에 세운 김해중앙여자중학교 관현악단 학생들은 캐럴송 연주가 끝나자 밝은 목소리로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면서 무대를 내려갔다. 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하니, 문득 한 연극무대에서 있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어느 교회 연극반에서 성탄절을 앞두고 연극을 준비하고 있었다. 연극반 담당 교사는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반 아이들을 모두를 무대에 올리고 싶은데 지능이 조금 부족한 덕구라는 아이가 있어서 난감했던 것이다. 덕구를 빼면 연극은 문제없이 진행되겠지만, 그것은 덕구를 포기하는 일이었다. 교사는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덕구에게 ‘여관 주인’의 역을 맡긴다. 여관을 찾아온 요셉과 마리아에게 꼭 한마디만 해주면 되는 것이었다. “빈방 없습니다!” 마침내 12월 24일 공연 당일, 관객들이 객석을 가득 메웠다. 열심히 연습을 한 덕구도 준비가 끝났다. 그런데 막상 분장을 하고 나타난 요셉과 만삭의 마리아를 보자 덕구는 그만 현실과 연극을 헷갈리게 된다. 생각해 보니 자기 집에 방이 있는 것이다. 빈방을 애타게 찾는 요셉과 마리아를 향해 덕구는 “우리 집에 따뜻하고 깨끗한 빈방이 있어요”라며 울음을 터뜨린다. 연극은 스토리를 더 이상 이어나갈 수 없어 중단되고 말았다. 이는 지난 1977년의 실제 사건으로 미국 전역에 소개됐고,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부터 매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교회나 문화계에서 “빈방 있습니까?”라는 제목으로 공연되고 있다.

 아기 예수가 구유에서 태어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왜 사람들은 임산부를 집안에 받아들이지 않고 매몰차게 밖으로 내몰았을까. 추계예술대 교수이자 소설가인 김다은 씨는 장편 소설 ‘바르샤바의 열한 번째 의자’에서 이를 설명하고 있다. “모든 백성들은 각기 자신의 출생지로 돌아가 호적을 시행하라.” 로마제국 초대황제인 아우구스투스는 지배지역에서 보다 많은 세금을 징수하기 위해 호적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갈릴리 나사렛에 살던 마리아와 요셉도 고향인 베들레헴으로 가야 했다. 직선거리로 120㎞가 넘는 길을 만삭의 임산부가 가야 했으니 마리아의 몸과 다리는 심하게 부어올랐을 것이고, 다른 사람들에 비해 늦게 도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외지인들을 위한 여관이나 사랑방들은 이미 만원이었을 것이다. 산기를 느낀 마리아는 겨우 마구간을 얻었고 그곳에서 아기를 낳게 된 것이다.

 필자가 베들레헴의 12월 날씨를 스마트 폰으로 검색해 보니 우리나라의 기온과 비슷했다. 병원에서 간호사와 의사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출산을 하는 것도 두렵고 고단한 긴 과정인데 차가운 12월의 마구간에서 치르는 산고는 말 그대로 살을 찢는 듯했을 것이다. 산모가 제대로 산후조리를 할 수 없었음은 물론이고, 아기 예수를 그 더러운 곳에 뉘어야 했던 것이다. ‘바르샤바의 열한 번째 의자’에는 폴란드인들이 이런 과거의 잘못을 잊지 않으려고, 집집마다 크리스마스이브의 식탁에 빈 의자를 하나씩 준비해 둔다는 이야기가 들어 있었다. 아기 예수를 위한 그 의자는, 이제 크리스마스에 오갈 데 없는 사람을 위한 의자가 됐다고 한다.

 빈 의자가 필요한 곳이 크리스마스이브의 식탁뿐이랴. 자유학기제 토크 콘서트를 바라보면서 저토록 발랄하고 끼가 넘치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덕구처럼 조금 모자라거나 혹은 더디게 도착하는 아이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민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유학기제에도 ‘빈방’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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