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01:58 (토)
절취형 보이스피싱
절취형 보이스피싱
  • 김병기
  • 승인 2016.12.26 2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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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기 김해중부경찰서 112종합상황실 경위
 “할아버지, 경찰서인데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니 거래은행에 가서 돈을 찾아서 아파트 냉장고에 보관하고, 조사를 가니 아파트 비밀번호를 가르쳐 주이소.”

 지난 21일 오전 11시 30분. 삼방동 아파트에 사는 김 노인(76)에게 낯선 전화가 걸려 왔다. 경찰이란 말에 놀란 김 노인은 농협에 가서 생활비로 쓰기 위해 적금에 든 1천300만 원을 해약해 냉장고에 보관했다. 잠시 후 범인은 김 노인에게 경찰서에서 조사를 나왔다며 1층으로 내려올 것을 요구했다. 내려와 경찰을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고 이상한 마음에 냉장고를 열어 보니 돈이 사라져 그제야 속은 것을 알고 112 신고를 했다.

 같은 날 오후 4시 46분경. 삼방동 개인주택에 사는 이씨 할머니로부터 112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서 직원인데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은행에 가 돈을 찾아 집 냉장고에 넣어두라’ 해 시키는 대로 했다”라고 했다. 112종합상황실은 즉시 집과 은행에 순찰차가 출동시켰다. 피해자는 평생 경찰서 문턱에도 와 보지 않은 평범한 이웃집 할머니다. 할머니 역시 노후자금으로 적금에 든 1천500만 원을 해약해 냉장고에 넣어뒀고, 경찰에서 은행에 조사를 나왔으니 은행으로 오라는 말에 은행에 왔으나 경찰이 없어 신고를 한 것이다.

 말로만 듣던 보이스피싱 범죄가 우리 주변에서 활개 치고 있는 것이다. 전에는 조금 어눌한 목소리로 “서울중앙지검 수사관인데” 하든지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왔는데 수술비를 빨리 보내 달라” 또는 “아들이 납치됐는데 살리고 싶으면 돈을 보내라” 형태였다. 워낙 방송 등에서 보이스피싱 주의를 당부하자 요즘은 이들 수법도 진화해 아예 돈을 찾아 특정 장소에 보관하도록 유도한 후, 감시 소홀을 틈타 절취해 가는 것으로 변했다. 이들 범인은 인근 창원과 마산 등지에서 활동하다 최근 김해로 무대를 옮겨 은밀한 활동을 하고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분석결과 피해자는 대부분 70대 노인들이다. 외부 접촉이 없어 내가 속고 있다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설마 노인에게 무슨 돈이 있어 사기를 칠 것인가 하는 안이한 생각에 친절하게 걸려 온 전화 한 통화에 노후자금으로 모아둔 돈을 한순간 날린 것이다. 경찰에서는 지역 내 은행에 진출해 60대 이상 노인들이 예금이나 적금을 한꺼번에 인출하면 충분한 상담으로 고객 보호를 당부하고 있다. 또한 노인들이 모이는 경로당이나 공원 노인정을 찾아 피해사례와 112신고 요령도 소개한다.

 길거리 설치된 CCTV에 등장하는 범인은 30대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남자다. 평범한 얼굴에 걸음걸이 또한 특징이 없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들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서는 은행권에 근무하는 분들의 예리한 관찰과 고객을 보호해야 하겠다는 적극적인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인출자가 있다면 즉시 경찰에 알리고 만약 이를 간과했다면 인출자에게 연락해 피해가 없도록 해야겠다. 기온이 하루가 다르게 강하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경제가 어려울수록 생계형 범죄가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 경찰도 순찰활동을 강화하면서 범죄꾼들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검거 활동으로 완벽한 치안을 위해 오늘도 밤을 낮 삼아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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