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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트럼프, 양박 전횡 지적하며 슬로 모션
홍 트럼프, 양박 전횡 지적하며 슬로 모션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7.02.19 2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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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홍준표 경남지사의 독설은 가감이 없다. 무죄 판결 후 양아치 같은 행동에 비유, 양박(양아치ㆍ친박)과 청와대 민정라인을 겨냥해 비판을 해도 그들은 비껴가려는지 대응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사실에 근거했기 때문이다. 또 그는 불통이라지만 불의와는 타협하지 않는다는 것이 삶의 철학이다.

 지난 2015년, 신년 기자회견 때 홍 지사는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그 후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터졌다. 자원비리로 자살한 후 바지 주머니에서 발견된 메모에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 7억, 유정복 인천시장 3억, 홍문종 2억, 부산시장 2억, 홍준표 1억 등이 적혀 있었다.

 이 중 비박인 홍 지사와 충청권에서 정치적 함수가 있는 이완구 전 총리 등 2명만 기소된 바 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지난 16일 항고심에서 ‘무죄’가 판결돼 불의에 굽히지 않는 ‘모래시계 검사’란 닉네임은 입증됐다. MB 형을 잡으려다 부메랑을 맞아서 친박들이 리스트에 올라가니까 사건의 본질과는 달리 엮었지만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권력에 굴하지 않은 모래시계 검사 때의 일을 회상, “내가 슬롯머신 수사할 때 정덕진 형제가 100억 원을 준다고 해도 뿌리친 사람이다. 김대중ㆍ노무현 정권 10년 세월도 견뎠는데 박근혜 정권 4년이 그 10년보다 힘들었다”며 “선고 전날도 잠을 푹 잤는데 무죄 선고 후 오히려 잠을 못 잤다”고 했다. 정치ㆍ경제ㆍ외교ㆍ국방 모든 분야에서 대란(大亂)을 걱정해서다. 무죄선고 후 보수 아이콘인 그는 단박에 급부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수진영은 한국의 트럼프인 ‘홍 트럼프’가 대선에 나서주길 바란다. 하지만 그는 “현시점에서의 대선 출마 이야기는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처해 있는데 대통령 하겠다고 뛰쳐나가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새누리당 비상시국위원회는 친박계 이정현, 조원진, 김진태, 서청원, 이장우, 윤상현, 홍문종, 최경환 의원을 8적으로 지목, 당을 떠나라고 했지만 오히려 이를 주장한 의원들이 바른정당을 창당해 당을 떠났다. 친박 스스로 총선 직후 계파 해체 선언문까지 발표했지만 계파라는 울타리를 지키기 위해 개혁과 계파혁신을 외면한 ‘양아치 짓’이 보수정당 분열사태를 초래했다는 것이 당 안팎의 여론이다. 새누리당 때 완장 차고 칼춤 추는 기고만장한 행동으로 양박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갈등을 외면하고 정치적 이익에 우선 ‘태극기’와 ‘촛불’의 충돌이라는 국민적 갈등과 마찰을 증폭시켰다는 지적도 받는다.

 자유한국당은 친박의 사당이 아니다. 당명변경은 과거와의 단절이라는 전략으로 활용되기 일쑤지만 신한국당은 민주자유당의 5ㆍ6공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였다. 또 한나라당에서 이름을 바꾼 새누리당은 이명박 정권과의 차별화를 위해서였다. 당명을 바꾼 자유한국당도 국정농단 사태와 결별하기 위한 ‘박근혜 지우기’ 차원이라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집권 여당의 입장에서 국정농단 사태를 반성하면서 보수미래에 대해 설득하고 여당의 책임에 대해 전 국민을 찾아 설명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친박계 의원들은 이와 달리, 탄핵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당 지도부도 소속 의원들의 태극기 집회 참여는 개인 자유의사에 맡긴다는 방침이다. 이 때문에 자유한국당이 마련한 전국 반성 투어도 진정성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경남도 다를 바 없다. 지난 2012년에는 도지사 보궐선거 당내 경선 때 특정후보를 지지를 위한 겁박과 2014년 경남지사 새누리당 경선 때는 모 예비후보가 전국 처음으로 박심을 공개적으로 거론, 공정선거 논란도 몰고 왔다. 되레 독배를 마신 꼴이 됐지만 기초단체장 출신의 정치력을 감안하면 박심보다는 8적으로 거론된 정치인의 지원설이 나돌기도 했다.

 최근 도내 한 한국당 의원은 홍 지사의 무죄선고에 앞서 “지난 총선 때 누구 때문에 고전했는가. 유ㆍ무죄와 상관없이 홍 지사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며 대선 출마, 3선 도지사 도전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지난 총선이 완장차고 칼춤 춘 전례를 감안하면 친박 진박파동이 그 원인이기에 정치적 이익에 우선, 과거회귀나 다를 바 없는 마인드가 문제라는 지적을 받는 등 처신의 가벼움도 드러났다.

 홍 지사는 1심 때의 유죄선고 후, 노상강도를 당한 기분이었다고 했다. 그 후 무죄판결까지 1여 년간 도민만 보고 일한 그는 보수 단결에 나설 채비를 서둘고 있다. 일부 양아치 친박의 작태를 못 견뎌서 바른정당을 창당했지만 하나가 돼야 한다고 했다. 강경보수에 안주, 사익을 꾀해서는 국민신뢰를 회복할 기회를 놓치고 장기적으로는 불임정당으로 가는 길을 막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보수진영,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홍 트럼프’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그는 전 세계적인 좌파 몰락에도 유독 한국에서만 좌파가 득세하고 국수주의가 판치는 흐름도 지적한다. 또 국론분열 등 위기인 때 대치(大治)가 요구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적벽대전을 앞둔 제갈량이 주유에게 ‘만사구비지흠동풍’(萬事俱備只欠東風ㆍ만사를 두루 갖췄으나 동풍이 부족하다)이란 것에 방점을 두고 이번에 누명 벗은 무죄 판결이 동풍이 됐으면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평소 직설적이고 직관력에 의해 결단하는 것과는 달리 슬로 모션이다. 거세게 몰아치기 위해 때를 기다려서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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