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7:41 (금)
연필과 지우개
연필과 지우개
  • 라옥분
  • 승인 2017.02.27 2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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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옥분
내 머리 꼭대기에는

언제나 네가 있지

너와 나는 참 오래된 사이

누구도 우리 사이를 떼어놓지 못하지

깊은 밤 머릿속이 까맣도록

마구 휘갈겨 써 놓은 이름 어지럽지만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도록

아침이면 흔적 없이 지워주는

깔끔한 네 솜씨가 있기에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지우고 또 지우는 게 너의 생리이지만

모든 오자들을 다 지우려고

세상 기웃거리지 마라.

남들 모르게 아껴두었다가

내 기억 속의 그림자 중

너무 떫거나 매운 건 지워서

훅 불어 날려버려야 하거든

시인 약력

시인

김해문협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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