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 꼭대기에는
언제나 네가 있지
너와 나는 참 오래된 사이
누구도 우리 사이를 떼어놓지 못하지
깊은 밤 머릿속이 까맣도록
마구 휘갈겨 써 놓은 이름 어지럽지만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도록
아침이면 흔적 없이 지워주는
깔끔한 네 솜씨가 있기에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지우고 또 지우는 게 너의 생리이지만
모든 오자들을 다 지우려고
세상 기웃거리지 마라.
남들 모르게 아껴두었다가
내 기억 속의 그림자 중
너무 떫거나 매운 건 지워서
훅 불어 날려버려야 하거든
시인 약력
시인
김해문협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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