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4년째 뛰는 김민선(22)은 지난해 국내를 평정한 `장타여왕` 박성현(24)과 여러모로 닮았다.
큰 키와 호리호리한 몸매에 빠르고 역동적인 스윙으로 장타를 펑펑 날린다. 지난해 김민선은 박성현에 이어 장타 2위였다. 박성현이 미국으로 건너간 올해는 가뿐하게 장타 1위를 꿰찼다.
장타를 활용할 줄 안다는 점도 똑같다. 티샷을 최대한 멀리 보내놓고 다른 선수보다 짧은 클럽으로 그린을 공략하기에 그린 적중률이 높다.
취약점도 닮았다. 김민선은 2m 이내 짧은 거리 퍼팅을 자주 놓친다. 자주 놓치다 보니 울렁증도 좀 있다.
박성현도 지난 2015년 가을까지는 퍼팅이 문제였다. 버디 기회는 누구보다 많이 만들고도 그만큼 많이 놓쳤다. 박성현은 2015년 하반기부터 눈에 띄게 퍼팅이 좋아졌고, 덕분에 국내 1인자가 될 수 있었다.
김민선은 짧은 거리 퍼팅 울렁증 극복도 박성현을 닮아갈 조짐이다.
김민선은 지난 23일 넥센ㆍ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 이번 시즌 첫 우승을 따냈다. KLPGA투어 대회가 열리는 코스 가운데 가장 긴 김해 가야 골프장에서 그는 장타 덕을 톡톡히 봤다. 게다가 퍼트 실수가 거의 없었다.
김민선은 "전에는 짧은 퍼팅을 앞두면 나도 모르게 서둘렀다. 실패하면 안 된다는 압박감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한 것 같다"면서 "이번 대회에서 그런 게 없었다. 침착하게, 나만의 루틴을 지켰더니 결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장타에 퍼팅까지 좋아졌으니 올해는 `포스트 박성현`을 노릴만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더니 김민선은 "서두르지는 않겠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해 4월에 착수한 스윙 교정이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이유를 댔다. 스윙 교정은 이제 "50%가량 진전됐다"는 김민선은 "완성되는데 3년을 잡고 있다. 길게 보고 있다. 완벽하게 될 때까지 계속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민선은 국내 1인자의 꿈을 굳이 숨기지는 않는다. "욕심은 있다"는 김민선은 "요즘 샷 감각이 워낙 좋다"고 은근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민선은 "장타는 지난해 (박)성현 언니만큼 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넥센ㆍ세인트나인 마스터즈 때 박성현과 동반 플레이를 펼친 뒤 "언니한테 완전히 밟혔다"고 엄살을 떨었던 그는 "언니도 늘었겠지만, 지난해와 똑같다면 붙어볼 만해졌다"고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100m에서 110m 거리에서 치는 샷 정확도도 부쩍 높아졌다. 겨울 훈련 때 이 거리 샷 연습에 중점을 뒀다.
김민선이 파4홀에서 드라이버로 티샷하면 가장 자주 맞닥뜨리는 거리이기 때문이다.
"서두르지는 않겠지만, 기회가 오면 잡겠다"는 게 김민선의 생각이다.
해외 진출 역시 마찬가지다.
"해외에 나가려고 덤비지는 않겠지만, 기회가 생긴다면 마다치 않겠다"고 김민선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