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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VS 연산군
세종 VS 연산군
  • 임다혜
  • 승인 2017.05.03 2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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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다혜 경남선관위 홍보주임
 ‘태정태세문단세예성연중인명선광인효현숙경영정순헌철고순.’

 조선 27대 왕을 후보자로 해 차기 우리나라 대통령이 될 사람을 뽑는다면 누구를 뽑을 것인가? 또 그 이유는 무엇인가? 투표를 실제로 해보지 않아 정확히 알 순 없겠지만 세종, 성종, 정조가 유력 후보자가 되지 않을까. 이들은 백성들을 위해 책을 편찬하고 각종 제도를 개편하는 등 백성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애쓴 왕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이들이 만약 세습으로 왕이 된 것이 아니라 지금처럼 선거를 통해 왕이 됐다면 그들의 업적이 바로 그들의 공약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 후보가 된 세종의 공약은 무엇이었을까.

 ‘억울한 일을 당해도 글을 몰라 호소하지 못하는 백성들을 위해 읽고 쓰기 쉬운 한글을 만들겠다’, ‘여종이 아이를 낳으면 출산 전후 100일의 출산휴가를 제공하겠다’, ‘가난해 혼인하지 못한 백성들에게 관청에서 곡식을 제공하겠다’ 등으로 지금으로써도 굉장히 파격적인 정책들이 그 당시 실제로 시행됐었다 하니 유력후보자로 꼽지 않을 수가 있을까.

 반면 폭군이라 평가되는 연산군이 대통령 후보로 나왔다면 그의 공약은 어떠했을까. ‘성균관을 놀이터로 삼겠다’, ‘경연을 없애겠다’, ‘사간원을 없애 언로를 막겠다’ 등 공약이라고도 할 수 없는 공약이지만 만약 연산군이 이러한 공약을 내세웠다면 그는 과연 왕이 될 수 있었을까.

 단언컨대 그는 왕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연산군이 왕이 될 수 있었던 건 왕위세습제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누가 알고도 저런 공약을 내건 인물을 뽑으려 하겠는가.

 정반대의 평을 받는 왕을 극단적으로 비교한 것이지만 이로써 우리가 직접 우리의 대표자를 뽑는 일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것인지 다시 한번 느꼈으면 한다.

 우리는 현재 민주주의 아래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뽑고 있다. 후보자들의 공약을 잘 살펴 투표를 한다면 세종과 같은 대통령을 우리의 대표로 뽑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우리가 정책을 보지 않고 뽑는다면, 아니 투표마저 하지 않는다면 국민과 약속한 정책을 쉬이 생각하는 대통령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주변에서 ‘뽑을 사람이 없다’라는 말이 들리곤 한다. 이런 말을 들을 때면 미국의 정치학자 플랭클린 P. 아담스가 한 말이 생각난다. “선거란 누굴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를 뽑지 않기 위해 투표하는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우리는 참여를 통해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각 후보자들의 정책을 꼼꼼히 살펴보고 투표해 이번 대통령선거가 정책선거가 될 수 있도록 국민 모두가 동참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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