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대선이 진행 중이던 지난 3월 31일, 세월호가 3년 만에 뭍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바로 그날, 브라질에서 남대서양을 지나던 스텔라 데이지호가 “물이 샌다”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교신이 두절됐다. 교신 두절 5분 만에 축구장 3개 길이의 배가 침몰됐다. 철광석 26만 t을 싣고 가던 중이었다. 선사 측은 사고 발생 12시간 만에야 국민안전처에 사고 발생 사실을 알렸고, 뒤늦게 사고 발생 소식을 들은 정부는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보낼 문서와 보도자료를 만드느라 8시간의 골든타임을 허비했다. 당연히 사고 이후 신속한 초기대응을 이뤄지지 않았고, 구할 수도 있었던 사람들의 생사를 알 수 없다. 선장 등 한국인 선원 8명과 필리핀인 14명의 생사는 끝내 확인되지 않은 채 시간만 흘려보낸 것이다. 뒤늦은 해수부ㆍ외교부 협조 요청에 따라 브라질 공군 해군, 미국 초계기,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군함, 에이치엘 하모니호 등 상선이 수색을 진행했지만 실종자를 찾지 못했다. 결국 사고 발생 40일 만인 지난 10일, 실종자 수색은 중단됐다. 그러나 실종 선원 가족들은 계속 철저한 수색을 촉구하고 있다. 새 대통령과 면담신청도 해놓은 상태다. 실종자 가족들이 끝까지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로 배에 있던 구명벌이 없어진 것을 말하고 있다. 실제로 2명의 선원이 다른 구명벌 안에 있다가 구조됐다. 구명벌 안에는 생존 도구가 갖춰져 있고 훈련받은 선원들은 구명벌 안에서 생존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생존자를 찾는 안타까운 가족의 눈물은 세월호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스텔라 데이지호는 25년이 넘은 유조선 선박을 중국에서 광물 운반선으로 개조해서 가져온 온 배로 이전부터 안전성에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출항 후 5일 만에 침몰했고 침몰원인은 선체의 균열로 추정하고 있다. 스텔라 데이지호 사건 이후에도 같은 선사의 배가 철광석을 선적하던 도중 선체 상갑판에 물이 새기도 하고, 데이지호 사건 이후 목숨 걸고 출항할 수 없다면서 배의 흠에 나무쐐기와 시멘트로 응급조치한 배를 돌린 선장 이야기도 연이어 전해지고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다. 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의 주장대로라면, 세월호 사건 이후 만들어진 사고 대처 매뉴얼이 스텔라 데이지호 침몰 때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외교부나 해수부, 해양경비안전서는 활용 가능한 수색자원을 효율적으로 동원하고 협조한 것이 아니라 또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사건을 무마하기에 급급했다. 3년 전 세월호와 다른 것이 무엇인가. 세월호 사건이 있었는데도 여전히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능력도, 의지도 없었던 대한민국 정부의 모습을 확인하는 순간, 누가 분노하지 않을까. 스텔라 데이지호 실종자 가족은 세월호 가족과 손을 잡고 함께 외치기도 했다. 그들의 외침은 같았다. 사람을 찾아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는 동안 선사 측은 계속 합의를 통한 보상에 치중했고, 현재 합의하지 않고 여전히 실종자의 생존 가능성을 놓지 않는 5명의 가족이 있다.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할 일은 산적해 있지만,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생존 가능성을 놓칠 수 없는 가족의 심정을 우리는 불과 3년 전에 경험했고, 여전히 그 큰 아픔은 국민 모두의 가슴에서 계속 상처로 남아있다. 새 정부가 빠르게 들어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 중에 세월호와 국민의 아픔을 외면한 정부의 치명적인 실정이 있었다. 외면하지 말자. 세월호 가족처럼 스텔라 데이지호 실종 가족 역시,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가족이지 않은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일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