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6:02 (금)
적극적 해석
적극적 해석
  • 경남매일
  • 승인 2017.05.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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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미선 시인
잠을 끊었다

먹구름에 불면을 섞어 느티나무 그늘에 말려두었다

빗방울이 손바닥으로 스며들자

버석거리는 불면이 돋아난다

수면제의 웃음소리가 잠의 모서리에 부딪힌다

심장 한구석에

엎드린 그림자가 왼쪽으로 고개를 꺾는다

시위의 기억으로 한 생이 지겹지가 않다

맥박이 느려지면서부터

불면에도 리듬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숨겨둔 수면제는 던져버리고

그늘이 짙어

흔들릴 때마다

다행이면서도 슬펐다

잠의 무중력을 이해하고부터 말문이 트였다

뭐든지 받아들이기로 한 뒤

너무 환해서 보이지 않던 다음 생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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