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끊었다
먹구름에 불면을 섞어 느티나무 그늘에 말려두었다
빗방울이 손바닥으로 스며들자
버석거리는 불면이 돋아난다
수면제의 웃음소리가 잠의 모서리에 부딪힌다
심장 한구석에
엎드린 그림자가 왼쪽으로 고개를 꺾는다
시위의 기억으로 한 생이 지겹지가 않다
맥박이 느려지면서부터
불면에도 리듬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숨겨둔 수면제는 던져버리고
그늘이 짙어
흔들릴 때마다
다행이면서도 슬펐다
잠의 무중력을 이해하고부터 말문이 트였다
뭐든지 받아들이기로 한 뒤
너무 환해서 보이지 않던 다음 생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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