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각종 폭로가 연일 터져 나오는 것이 워터게이트 사건을 연이어 특종한 워싱턴 포스트의 당시 보도 양상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AP통신이 분석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야한 닉슨 전 대통령 관련 저서를 여러 권 출간한 역사학자 루크 니처는 "한방울 한방울 떨어지듯 흘러나오는 폭로는 흔히 말하는 워터게이트 사건과 정확히 일치하는 완벽한 재판"이라고 말했다.
니처는 "당시 워터게이트 사건에 대한 폭로도 단편적으로 흘러나왔고, 그 모든 폭로가 대통령에 손상을 가하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지난 1972년 닉슨 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비밀 공작팀이 워싱턴 소재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잠입해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되면서 닉슨 전 대통령이 미국 역사상 최초로 중도 사퇴한 전대미문의 정치 스캔들이다.
AP통신은 이와 관련, 설령 '러시아 스캔들'이 닉슨 전 대통령과 같은 상황까지는 몰고 가지 않더라도 불필요하게 시간을 끌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게 심각한 정치적 손상을 안겨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주니어의 '러시아 스캔들' 개입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수차례 말을 번복하는 등 석연치 않은 행보를 보인 것도 치명적 실수로 지적됐다.
지난해 6월 대선 시작 무렵 러시아 변호사와 회동한 데 대해 처음에는 러시아 입양 프로그램에 관한 논의를 위한 것이었다고 했다가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한 정보를 듣기 위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그 뒤엔 힐러리 후보에 타격을 가할 세부 정보를 건네받기 위해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한 게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트럼프 주니어가 지인에게 보냈다는 이메일 공개를 요구하는 여론이 비등하기도 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 당시 언론담당 비서를 지냈던 아리 프레처는 "해명을 한답시고 자꾸 뭘 빼먹게 되면 뭔가를 감추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만큼이나 해로운 것"이라며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볼 때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는 아직도 회동에 참석한 인사가 몇 명인지조차 명확지 않다. 미 의회 안팎에 잘 알려진 친(親) 러시아 로비스트도 회동을 같이했다고 밝히는 등 기존 해명을 뒤흔드는 갖가지 폭로가 줄을 이으면서 사소한 폭로도 더 민감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이런 폭로를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한 전략마련에 집중하고 있고, 언론도 더 세밀하게 해부해 보도하는 식이다.
백악관은 1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수사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 타이 콥을 백악관 특별고문으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조치를 놓고 AP통신은 수사가 앞으로 수개월, 길게는 수년간 계속될 수도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풀이했다.